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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Aug 11. 2020

의학용어에 졸지 말고  버티면,  큰 복이 있나니.

<호메시스> 읽기

<호메시스>를 읽고, 글을 쓰고 싶었다.

그것도 아주 잘 써보고 싶었다. 그래서 글을 쓰다 지우 다시 쓰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책을 읽고 난 후 글쓰기에 이렇게 욕심을 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


이 책을 써준 작가님에 대한 감사함을 나는 글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욕심이 났다.

그러다 지쳤다.

쓰지 말아야지 하다가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이 책을 읽으며 알아낸 것들을 남겨 놓자라는 마음을 먹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  <호메시스>를 궁금해하고,

그러다 읽어보게 된다면 작가님께 은혜를 갚는 거라 생각된다.




 





'호메시스'라는 용어를 알고 있나요?

  대부분이 호메시스를 잘 알지 못할 것 같다. 나도 들어본 적은 있었으나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상태이었다. 네이버에 검색을 하면 이렇게 나온다.


' 낮은 양의 독은 유익하다'라는 뜻


낮은 농도의 방사선은 몸에 유익할 수 있다는 학자들의 발표에 거센 반발이 일어났었다.

어떻게 방사선이 유익할 수 있느냐고 비난했다. 깊이  들여다보면 호메시스는 해롭다 생각한 것이

낮은 농도로 노출된다면

우리 몸을 단련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을 말한다.




작가는 누구길래?

그렇다면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누구길래 책까지 내면서 하고 있느냐 라고 궁금할 수 있다.

작가는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이다.

우리가 진료를 받으며 만나는 임상 의사는 아니나,

의과 대학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의사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지만 작가 이덕희는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찾아보고,

자신의 논문을 쓰는 것이 취미인 것으로 보인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만으로 벅찬 와중에 호기심의 끈을 놓지 않고

찾아보고,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책을 쓴 것에 대해 무한 감사를 드린다.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볼게요.


  작가 이덕희는 우연한 계기로 간 기능을 알아보는 효소 수치가 당뇨병 발병과 관련 있음을 알아내게 된다.

건강검진을 할 때 우리는 혈액 검사를 하게 된다. 그 혈액 검사로는 당뇨가 의심될 만한지, 빈혈은 있는지, 콜레스테롤이 높은지, 신장은 제대로 기능을 하는지, 간 기능에 관효소 수치는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몇 cc 안 되는 혈액으로 이렇게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다.

  간 기능 효소 수치라고 불리는 것은 GGT라고 한다. (Gamma glutamyltransferase)

GGT가 정상 범위라고 쉽게 생각해오다 정상 범위 안에서도 GGT 수치가 높을수록

당뇨병 발병 확률이 높아지는 규칙성을 발견한다.


  술을 많이 마시면 올라가는 것만으로 평가되던 GGT가 어쩌면 저평가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

GGT는 간 기능 관련 효소 중 하나이면서도 우리 몸의 산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글루타티온을 대사 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좀 어려운가요? 파란색은 착한 아이, 빨간색은 나쁜 놈입니다.)



  우리 몸 안에서 처리할 것들이 많다면 글루타티온이 필요하게 되고, 글루타티온이 일을 하려면 GGT의 수치가 올라간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우리 몸 안의 처리할 것들은 무엇인가. 왜 자꾸 GGT 수치는 오르는가.

추적의 과정이 여타의 추리물 저리 가라만큼 흥미롭다. 의학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글을 써놓은 것이 이 책의 묘미이기도 하다.

거듭되는 추적의 과정을 거쳐 GGT의 수치를 올리는 그놈을 찾아낸다.


POPs(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지속적으로 본질적인 오염물질)!

우리 말로는 잔류성 유기 오염 물질이라고 불린다.

빨간색이면 나쁜 놈인 거 아시지요? 잔류성 유기 오염 물질은 쉽게 말해 화학 물질이다.

환경 내에서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강력한 지용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생명체의 지방조직에 축적되고, 먹이사슬의 윗 단계에 농축되는 것을 POPs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우리 어릴 적에 '이'를 잡는다면 머리에 뿌려대던 약,  농약이 POPs이다.

산업장의 윤활제, 월남전에 사용된 고엽제 이런 것들이다.

이런 것들이야? 나와는 무관하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e-waste라 불리는 버려진 컴퓨터, 핸드폰, 전자제품이 최종 처리되는 곳이

아시아,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이다.

이것들이 분해되면서 POPs가 쏟아져 나오고, 환경을 오염시킨다.이 환경에서 자라난 것들은 각국으로 수입되어 우리의 먹거리로 연결된다.


님비 현상으로 산업 폐기물을 동해와 남해에 투척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바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오염된 것들을 먹고 자란 바다 생물은 우리의 식탁으로 진출하여

우리의 입 속으로 들어온다.

우리는 POPs에 노출된 바다생물을 먹는, 먹이사슬의 최종 종착지, 인간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 심각해진다. 나와는 무관하다 생각했다가 그것이 아닌 것이다.이 부분을 읽을 때 갑자기 배가 아픈 느낌이 들기도 했다.




POPs 잔류성 유기 오염 물질이라는 이름 만으로도 어째 불쾌하다.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우리 인체 내에서 그 농도가 처음의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무려 수년에서 수십 년에 이릅니다. 이를 반감기라고 부르는데요.(39쪽)"


일단 우리 몸에 오랜 시간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얌전히 머무르기만 하면

좋을 텐데,


   "이 놈들이 조용히 지방조직 속에서 숨죽이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아주 조금씩, 끊임없이

    지방조직으로부터 빠져나와서 혈액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과 함께 혈관을 돌면서 여러 주요한 장기로 도달하게 되는 거죠.(39쪽)"


가만히 있는 녀석이 아니라는 사실이 오싹하다. 장기(臟氣)들에 침투한다는 것은

침투된 장기를 병들게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조 환경 호르몬이 이 POPs 물질입니다.

    보통 부르기 쉽게 환경 호르몬이라고도 많이 이야기합니다.(74쪽)"


우리의 내분비에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익히 알고 있는 환경 호르몬이라 불리는 것 바로 POPs라는 것이다.

정상 호르몬이 작동해야 할 곳에 은근슬쩍 들어가서 인체를 헷갈리게 하는 것이 바로 환경 호르몬이다.

우리 인체의 대사와 면역체계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어 예의주시 해야 하는 것이다.

 POPs가 환경 호르몬과 맥을 같이 한다는 사실은

결국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침투했음을 말한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발라야 하는가.

우리가 쓰고 있는 모든 것이 다 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있을 텐데 말이다.





작가는 고민 끝에 '호메시스'에 눈을 돌린다.


그러다 POPs의 중요한 특성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비선형적 용량 관계'  

이런 용어를 접하면 바로바로 해석되어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으면 하고 생각한다.

쉽게 풀어보자면 화학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이에 따른 문제가 선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1'이 '10'보다 더 해로울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허용기준치 안에서 우리는 건강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집어삼키는 말과 같다. 화학물질의 저농도에 노출되었을 때 우리 몸은

화들짝 놀라서 몸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고, 그러다 적응이 되면 신체는 다시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게 된다. 단련이 되는 것이다. 단련이 되는 신체의 변화를

호메시스 반응으로 설명한다.



   "화학물질의 관점에서 호메시스가 의미하는 바를 요약하면 아주 높은 농도의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은 당연히 해롭지만 독성을 일으킬 정도가 아닌 낮은 수준에서 노출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88쪽)"


   "호메시스가 단순히 화학물질이나 방사선과 같은 우리가 보통 나쁜 요인이라고 생각하는

    분야에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외부 환경요인들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 수준에서는 모두 유사한 호메스 시 반응을 야기한다는 것(93쪽)"


POPs 노출을 완전히 막을 수 없으니 노출되었을 때 고통받는 신체 부위들을 강하게

만들어 보자. 우리 몸의 반응을 강하게 하는 방법은 호메시스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고,

호메시스 반응을 일으키는 방법은 우리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



호메시스 반응은 좋은 놈인가, 나쁜 놈인가.

호메시스 작동이 되면, 세포 자체 항산화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글루타티온 합성이 증가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가 합성되고,

손상된 유전자는 복구된다. 면역체계가 작동되고, 화학물질들과 노폐물들의 배출

촉진된다. 이러한 반응들을 경험한 우리 몸은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호메시스 반응은 어떻게 이끌어 낼까?


방법 하나는, 적게 먹기이다. 소식을 하면서 탄수화물을 제한하게 되면, 우리 세포는 스트레스로 인식하여

부족한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세포 안의 부속품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방법 둘, 간헐적 단식이다. 칼로리를 제공하지 않음으로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느끼게 되어, 호메시스를 작동하게 된다. 이것뿐만 아니라 POPs 관점에서 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는데  바로 POPs배출에 도움이 된다. POPs 배출에 중요한 담즙을 한꺼번에 쏟아내게 하는 방법으로 간헐적 단식이 의미가 있다.


방법 셋,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 대표적으로 걷기 그리고 격하지 않은 근력 운동이다.

운동을 하면 체온이 상승하고, 산소가 부족하면서 근육이 고통을 겪는다. 이런 상황을 우리 몸은

스트레스로 느끼게 되어 호메시스와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운동을 함으로

심박동 수가 증가하고, 이것은 혈액 순환 속도를 빠르게 한다. 혈액 안에 있는 노폐물을 신장으로

이동시킨다. 얼떨결에 따라 나온 POPs는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렇게 운동은 호메시스 반응과 POPs 배출이라는 두 가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유익한 행위이다.


방법 넷, 파이토케미컬을 먹는다. 파이토케미컬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형형색색의 야채와 과일을

말한다. 자연이 만들어 낸 화학물질인 파이토케미컬을 섭취하게 되면, 우리 몸은

자연에서 만들었든 어쨌든 화학물질이니 스트레스로 인식하여 호메시스 반응을 일으킨다.

열매껍질, 잎, 뿌리에 풍부한 파이토케미컬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밖에도  햇빛 쬐기, 더울 때 덥게, 추울 땐 춥게 지내기, 때밀기, 견딜만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것이  호메시스를 작동시키는 방법들이다.



호메시스 반응으로 우리 몸을 단련해 놓는 것과 함께  POPs의 배출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배출을 위해서 알고 있어야 할 것

 바로 '식이섬유'이다.

식이섬유는 수분을 빨아들여 포만감을 준다. 자연히 변의 양도 늘어나게 되고,대장을 자극하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이 진행되어서 변비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식이섬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담즙과 함께 장으로 이동한 POPs를 흡수하여 배출시키는 능력까지 갖춘 기특한 녀석이다.

배출에 도움이 되는 식이섬유는 물에 녹지 않는 통곡물과 견과류이다. 통곡물이라고 하면 낯설 지만 흔히 말하는 현미가 대표적이다.


쌀 대신 현미를 먹고, 담즙의 분비를 유도하기 위해

들기름, 참기름, 올리브 유에 버무린 야채 샐러드를 먹게 되면 POPs 배출에 도움이 된다.




   "호메시스에 집중하면 세포 수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점과 더불어 덩달아 POPs의 체외 배출이 증가한다. 현미와 같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물성

식품을 먹으면 최종적으로 담즙과 함께 나온 POPs를 흡착시켜 대변으로 빠져나오 한다.(133쪽)"



  GGT와 당뇨병의 상관관계가 POPs와 연결되고, 이것은 POPs의 비선형적 용량 관계를 파악하게 되었다. POPs에 버틸 힘을 기르기 위한 호메시스를 찾아냈고, 메시스 반응을 이끌어 내는 방법들을 알아내고, POPs 배출에 도움이 될 만한 식품으로 연결했다. POPs와 같은 화학물질에 우리 몸이 서서히 병들지 않기 위해 대항할 방법과 비법을 소개한 책이었다.




건강이나 약을 다룬 책을 종종 읽는 편이다.

영양제의 효능을 알고 싶어 검색을 해 본 적이 있다. 여느 때와 같이 검색을 하면 실망하기 일쑤다. 홍보와 광고로 뒤덮여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렇게 단비와 같은 책을 만나면 한 글자 한 글자 소중히 읽게 된다.몇 개의 약어와 의학 용어가 나오기는 하지만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최대한 쉬운 단어로 풀어놓았고,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놓았다. 딱딱하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부분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연구하는 분이 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이 책을 발견하고, 내용이 궁금해서 서평을 찾아다.

"누구나 읽어야 하고, 다시 평가되어야 할 책"이라고 표현된 글을 읽고어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결심하길 잘했다.


내가 쓴 글에는 호메시스에 관련된 부분만 남겨 놓았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 그득하다.


제목을 좀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을 텐데

제목마저 작가처럼 올곧고, 정직하다.


책의 말미에  반전이 숨겨져 있는 책이다.

그 반전 때문에 생전 만난 적도 없는 작가를 위해 기도했다.


책을 읽으며 모르는 부분을 알게 되어 지식을 채우게 되었고, 작가의 모습을 읽어가면서  일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을 놓지 않자세배웠다.


    "우리를 죽게 하지 않는 스트레스는

      우리를 강하게 해 줍니다.(132)"


호메시스를 일컫는 이 말이  몸 안의 반응을 뛰어넘어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한 마디가 되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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