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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Aug 26. 2020

사소한 일들이 모여서 내가 된다.

낚시하듯 낚아본 글귀들

어릴 적부터 책을 가까이 해왔다.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 상상해 보는 것이 재미났다.

<연을 쫓는 아이>를 읽으며 울고, 절절히 가슴 아파하다

<공중그네>를 읽고 시시덕거리던 '나'이다.


소설, 수필, 자기 계발, 역사서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어왔다.

그러다 작가 신정철의 <메모 독서법>을 읽고 기록을 시작했다.

책을 읽고, 기록을 하니 나 스스로 좀 있어 보이는 느낌.


그러다 어느 날 책꽂이를 보았더니

열심히 기록했던 독서 노트가 샐쭉하게 꽂혀 있다.

 '뭐하러 적은 거야? 들춰보지도 않을 것을?'

이렇게 무안을 주며 꽂혀 있는 노트 여러 권.


그래서 감흥 없이 노트를 펼쳐봤다.

 '오잉? 내가 이런 걸 적었어? 기억이 안 나는데?'

노트에 적힌 문장들은 생소했고, 다시 들여다봐도 생소하다.


그래서 고민을 해봤다.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책을 그만 읽어야 할 것인가.

매일매일 조금씩 책을 읽어온 사람은 알 것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내 머릿속에 붙어 있던

그나마의 지식들이 흩어져 공중에 분해될 것만 같은 두려움.

나는 이런 두려움이 있다.


그래서 고민을 계속했다.

새로운 책을 조금씩 읽어가면서,

독서노트도 꾸준히 읽어가 보자 라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며칠 그러고 보니 읽기는 하나 설렁설렁 읽는 느낌.

그래서 꼼꼼히 읽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브런치에 문장을 남기기로.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지만, 사연이 긴 이 느낌.


처음 남기게 되는 문장은 작가 엄지혜의 <태도의 말들>에서

고기를 낚듯, 문장을 낚아 보았다.

인터뷰어답게 인터뷰했던 인물들의 진솔한 말들을 귀담아듣고

마음에 새기며, 자신의 삶에 반영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인생의 의미는 거대한 사건 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은 사건들이 퇴적되어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나간다. 오늘 내가 한 생각과 말, 들은 말들로 내 인생이 꾸려진다.

                                                <태도의 말들> 311쪽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어쩜 저리 굴곡진 삶이 있을까,

주인공에 비해 내 인생은 참 초라하다 라고 느껴온 적이 있다.

남들보다 행복해 보이려고 애쓰고, 사진을 남기고, sns에 올리고,

렇게 하면 화려하고 행복한 사람처럼 보일까 싶었다.


그러다 이 문장을 만나고  나를 돌아보았다.

책을 읽다가

반가운 친구를 만난것 마냥

반가운 문장들을 만나고,

아이와 나눈 사소한 대화들이 모이고,

엄마와 주고받은 문자들을 기억하고,

사소한 대화와 크고 작은 일들과 생각, 며칠 후에 반성

간간이 들어보는 고맙다는 말들,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를 세워놓았다.


우리들의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들이 퇴적되어

우리 삶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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