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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Jan 04. 2021

사랑 표현

일상, 깨달음

 얼마 전 솔직하고 유쾌한 김창욱 교수의 강연을 보게 되었다.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청각 장애 3급인 아버지와 전화통화를 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치과 치료로 돈이 필요해 처음 전화를 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가끔 통화를 하게 되었는 데 매번 같은 말만 하시는 아버지. “밥 먹었냐, 차 조심해라, 전화세 많이 나올라 끊자.” 녹음기를 틀어 놓은 것 마냥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똑같이 말씀하셨단다. 그러던 어느 날 김창욱 교수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아버지와 전화통화를 하는데, 밥 먹었냐, 차 조심해라, 전화세 많이 나올라, 라는 문장이 "아들아 사랑한다. "로 들렸다고 전했다. 여든이 다 된 노인이 할 수 있는 사랑한다는 표현은 이 문장이구나 라는 생각이 스쳤다 라는 강연을 보았다. 강연을 보면서 친정 엄마가 떠올랐다. 나의 친정 엄마로 말할 것 같은면,  어릴 적 나는 엄마와 아빠가 성별이 바뀐 게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든 적이 있었다. 살가운 아빠, 엄하고 무뚝뚝한 엄마. 어릴 적 남동생이 망막박리로 실명의 위기를 경험하며 대여섯 시간의 눈 수술을 하게 되었을 당시에도 엄마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으니, 여장부라고 생각될 법하다. 생일을 맞이한 엄마에게 “건강하고 행복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내면 쿨하게 답장을 하지 않으신다. 이렇게 반응 없는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것, 내가 먼저 표현하는 것은 넘어가기 힘든 큰 산이다. 곰곰이 생각해봐도 입이 떨어지지 않고, 핸드폰 터치도 잘 되지 않는다. 강연을 듣고 난 후 숙제가 생긴 것 같다. 엄마에게 사랑 표현하기. 나는 영영 못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에 머뭇거리고 있는데 전화통화하는 나를 떠올려 보았다. 홀로 계신 친정 엄마가 식사는 잘 챙겨드셨는지, 혼자 있으면 대충 먹게 될까 걱정되어 전화통화를 한다. ”엄마! 밥은 드셨어? “ 이 말의 껍질을 하나하나 까 보면, ’ 엄마. 사랑해. 혼자 계신다고 밥 대충 먹지 말고, 잘 챙겨 드셔요. 그래야 오래오래 내 곁에 있지. ”라는 말이 담겨 있었다. 사랑한다고 표현하지 못해서, 마음이 개운치 않았는데 결국 내가 하던 말이 사랑해,라는 말이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든 된 어른이나 마흔 된 덜 어른이나 표현하기는 참 쑥스럽고 벅찬 것 같다.

강연을 보자마자 바로 친정 엄마에게 전화해서 밥은 드셨느냐, 학교 운동장은 돌고 왔느냐, 춥지는 않느냐, TV는 뭘 보고 있느냐,라고 꼬치꼬치 물었다. 이 모든 말이 결국 “엄마, 사랑해.”라는 말이었다. 물론 친정 엄마가 눈치를 챘을런가 모르겠지만 감은 오겠지.

 아빠가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고, 정확히 언제까지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몸소 겪어보았다. 가족들에게 “내가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 사랑한다.”라고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거창하게만 생각해오던 표현이 결국 자주 전화 걸어 궁금해하고, 자주 찾아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반찬 해달라고 조르는 것이었다니! 이제 더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졸라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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