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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영욱 Apr 22. 2023

누워서 읽기


이른 아침 바쁘게 채비를 하고 나와 하루 종일 서서, 앉아서 일을 하고 돌아오면 저녁 9시 정도가 된다. 씻고 나서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우면 어깨에 쌓였던 긴장이 내려간다. 이제 좀 살겠다.


우리는 아침에 집에서 나와 하루 종일 앉고 서고 걷기를 반복하며 일하고 밥을 먹고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여기에 눕기는 선택지에 없다. 그러니 저녁에 집에 오면 바로 눕고 싶고, 누우면 휴대폰에 있는 넷플릭스를 켜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나도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지체 없이 씻고 침대에 눕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넷플릭스 대신 리디북스 앱을 열어 책을 잠깐 본다는 것이다. 별거 아닌 이 행동이 내가 일년 동안 50여 권의 적지 않은 책을 볼 수 있는 비결이다. 누워서 책을 보는 것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와 생각들을 적어보면 크게 아래 4가지 정도가 된다.


1. 왜 휴대폰으로 읽는가


만약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밤사이 온 카톡이나 SNS 알림을 책상에 있는 노트북을 켜고 확인해야 한다면 어떨까? 보고 싶긴 하지만 귀찮음이 더 커서 나중에 확인하게 될 것이다. 궁금한 메지도 조금만 귀찮아지면 안 보고 마는데 하물며 그렇게 재밌지도 않은 책이 손 닿는 곳에 없다면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다행히 요즘은 휴대폰으로 얼마든지 책을 볼 수 있다. 눕자마자 휴대폰은 내 손안에 있고 유튜브를 볼 지 책을 볼지만 결정하면 된다. 언제든 손 닿는 곳에 책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책을 쉽게 자주 읽을 수 있게 해 준다.


휴대폰으로 책을 읽는 다른 장점은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다. 책이 책상에 놓여있을 때는 모르지만 누워서 들어보면 꽤 커서 거추장스럽고 또 무겁다. 그래서 엎드려서 보자니 허리에 무리가 가고 페이지가 바뀔 때마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돌아누우면서 보자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휴대폰은 한 손으로 들어도 부담이 없어 종이책 보다 훨씬 편한 자세로 오래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나는 휴대폰의 작은 화면도 책 읽기 좋다고 생각한다. 한 화면에 보이는 글자수가 많지 않아서 두 페이지 가득 글이 있을 때 보다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2. 왜 리디북스로 읽는가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 대부분은 책을 고르는데 많은 고심을 한다. 보통은 사람들이 추천한 책을 읽게 되는데, 이 책이 내 독서 능력에 맞고 내 흥미를 끌 확률은 낮다. 처음에 두 권 정도만 '아 이래서 책을 읽는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을 만나게 되면 그 이후로 독서하는 습관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책을 읽기까지는 꽤 많은 실패 경험이 뒤따르게 된다.


리디북스나 밀리의서재 같이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책을 제한 없이 볼 수 있는 서비스들은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책을 고를 수 있게 해 준다. 제목에 끌려서, 리뷰에 공감이 되어서 읽기 시작했다가 내 기대와 다르면 읽지 않으면 그만이다. 종이책을 샀을 때처럼 돈이 아깝게 느껴지거나 내 방에서 존재감을 가지며 '저 책 마저 읽어야 하는데...'와 같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책을 고르는 실패를 제한 없이 할 수 있기에 리디북스와 밀리의서재에서는 내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기가 쉽다.


3. 왜 오디오북이 아닌가


전자책과 같이 많이 언급되는 것이 오디오북이다. 오디오북의 장점은 내가 적극적인 자세로 책을 읽지 않아도 되고, 운전하거나 이동 중에도 책 내용을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책의 저자나 유명한 배우가 편안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면 일상에 지친 마음을 위로받는 느낌도 든다.


그러나 독서를 통해서 성장을 이루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는 오디오북으로 책을 접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것이 다른 영상 콘텐츠와 달리 사고력을 향상해 주는 것은 읽는 사람의 속도에 맞게 읽을 수 있다는 데 있다. 읽는 사람의 속도에 맞게 읽는다는 것은 책을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으면 다시 돌아가 읽을 수 있고, 책을 읽다가 중요한 부분이 있으면 밑줄을 치며 다시 되새길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책을 보고 느껴지는 내 생각을 메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길을 걷다가 귀여운 고양이를 만나면 멈춰 서서 인사를 나눌 수 있고, 해지는 노을빛이 아름다우면 사진을 찍어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러나 차를 타고 가면 내가 원할 때 쉽게 멈춰 설 수 없는 것과 같이 오디오북이나 영상 콘텐츠는 내 생각과 감정의 속도에 맞출 수 없이 흘러가는 대로 이끌려 가야 한다. 차를 타고 지나가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 보면 평소 보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듯이 책도 한 장 한 장 느긋한 마음으로 읽는 것이 좋다.


4. 왜 눕자마자 읽는가


글 처음에 말한 것과 같이 나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씻고 누우면 책을 본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휴대폰에 있는 리디북스 앱을 실행한다. 이는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습관의 디테일'을 읽고 시작한 행동이다. 습관의 디테일에서는 어떤 행동을 하는 데는 '자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다가 인스타그램을 여는 것은 친구가 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 휴대폰 알림이라는 자극이 왔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좋은 습관을 만들려면 인위적으로 자극을 만들면 된다. 내 경우는 '씻고 침대에 누우면'을 하나의 자극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동을 해야한다는 스트레스 없이 잊고 있다가 자극이 발생할 때 바로 실행하면 된다.


눕자마자 5분이라도 책을 읽고 나면 작지만 성취감도 느껴진다. 이제는 의기양양하게 보고 싶던 예능을 봐도 되고 넷플릭스 시리즈를 봐도 된다. 미국 표현 중에 'Eat that frog'라는 말이 있다. 하기 싫은 일을 미루면 계속 신경이 쓰이고 다른 일을 할 때도 마음이 편하지 않으니 하기 싫은 일부터 먼저 해치우라는 뜻이다. 책을 읽는 것이 아무래도 예능을 보는 것보다는 하기 싫은 일 일 테니 먼저 하고 나서 쉬면 쉬는 것도 더 즐거워진다. 그리고 이렇게 하다 보면 오히려 독서가 영상을 보는 것보다 더 재밌는 날도 온다.


마치며


오늘은 '누워서 하는 자기계발' 중에서도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누워서 읽기'에 대한 내 생각을 적어보았다. 개인의 경험이 모두에게 같은 효과가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다들 한 번씩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며 휴대폰으로 책 읽기를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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