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질병관리청에서 문자가 온 것이다. 코로나 19 백신 1차 예방접종 사전 예약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2분기 내에 백신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맞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항공승무원이 백신 우선 접종 대상이라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 작년에 해외 입국자들의 코로나 확진자가 많았을 무렵, 방호복에 고글을 끼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비행을 해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내심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백신을 맞으라고 하니 고민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스트라제네카(이하 AZ) 접종 관련 부작용 기사가 때마침 속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공승무원의 접종 기간은 4월 19일부터 4월 24일까지였다. AZ 1차 접종을 하고 나면 고열, 오한, 근육통이 심하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는 지난 4월 23일 금요일 오전으로 백신 접종 예약을 했다. 백신 맞기 전 필요한 물품과 간단한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1. 체온계
백신을 맞고 체온이 39도가 넘으면 병원 내원하라고 안내받았다. 백신을 맞고 대개 8-10시간 후부터 오한, 발열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나 역시 오전 10시에 백신을 맞고 오후 7시쯤부터 슬슬 추워지기 시작했다. 점점 몸에 열이 나는 것을 감지하기 시작해 30분에 한 번씩 열을 쟀다. 첫날밤 10시쯤에는 39.3도까지 올라갔다.
2. 타이레놀 이알 서방정
타이레놀은 진통, 해열 작용을 한다.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을 복용할 수도 있지만, 이 두 약은 소염 작용도 해서 항체 형성에 방해가 될지 모른다고 한다. 백신 맞기 전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다들 타이레놀 이알 서방정을 복용해서 나 역시 약국에 가서 2박스를 구매했다.
첫날 오후 2시경 타이레놀을 2알씩 먹기 시작했다. 나 같은 경우,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약을 복용했다. 증상이 나타난 후에 약을 복용하라는 의사 선생님도 있어서, 백신 접종 전 예진할 때 의사에게 물어보는 게 좋다. 타이레놀 이알 서방정은 8시간 간격으로 약을 먹어야 해서 오후 2시 , 밤 10시, 다음날 새벽 6시에 시간 맞춰서 약을 먹었다. 약을 먹으면 1-2시간 후부터 열이 내리기 시작했고, 약효가 떨어질 무렵 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다. 백신을 맞은 이튿날까지 미열이 있어서 이틀 동안 타이레놀을 총 10정 복용했다.
3. 미나리 삼겹살
백신 맞은 사람들 사이에 도는 삼겹살 괴담이 있었다. 바로 백신 맞기 전날 삼겹살을 먹으면 백신을 맞고 덜 아프다는 것!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하겠지만 삼겹살이 몸을 차게 해주는 음식이라 몸의 열을 내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백신을 먼저 맞은 지인들의 SNS에는 삼겹살 사진이 올라왔고 나 역시 백신을 맞기 전에 미나리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미나리 역시 몸을 차게 해 준다고 해서 미나리+삼겹살의 조합은 백신 맞기 전 꿀 조합이라는 거!
#종합 후기
실제 접종 예약 시간은 오전 10시였고, 신분증 대조 작업을 거친 후 의사와 간단한 면담을 한다. 대기시간 포함하여 백신을 맞는 데까지는 30분 정도 걸렸다. 백신 주사는 감기 걸려서 맞는 엉덩이 주사보다도 덜 아팠다. 백신을 맞은 후에는 이상 증상이 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 15분 정도 병원에서 대기하고 가라고 한다. 나 같은 경우 비염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하자 30분 정도 더 기다렸다가 집에 가라고 안내받았다.
첫날밤에만 39도까지 열이 났고 이튿날부터는 38도였고 몸살 기운도 없었다. 젊고 건강할수록 백신을 맞고 심하게 앓는다던데, 덜 아팠으면 조금 서운할 뻔했다. 다만 주사를 맞은 왼쪽 팔이 너무 아파서 스치기만 해도 통증이 느껴졌다. 옷을 갈아입을 때도 팔을 잘 들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었다. 3일 정도 지나자 팔 통증 역시 금세 없어졌다.
5월 5일부터 백신 2차 접종자는 해외 다녀온 후 자가격리를 면제해준다는 기사를 접했다. 예전처럼 자유여행이 가능해지는 날이 곧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