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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르파트재 Sep 07. 2024

'장하다 상'을 주고픈 어르신들께

 웃음꽃이 피어나는 실버 놀이학교 (1)





"안녕하세요? 선생님 OOO도서관입니다."

예전에 우연히 강사모집공고에 서류를 넣은 적이 있었다.

한참 후에 그 도서관에서 다른 수업으로 강의 의뢰가 왔다. <찾아가는 문화교실>이라고도 한다.

"선생님, 이번에 양로원에 25명 정도 어르신들 수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연세가 높으신 편입니다. 너무 힘드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선생님, 제가 수업하겠습니다."


아이들 수업을 주로 많이 하고 있지만,  요양병원이나 복지관, 양로원수업도 경험이 꽤 있다.

이번에 의뢰온곳은 연세도 주연령대가 80~90세인 데다 재료비도 도서관 형편상 쉽지 않아 충분한 재료지원은 어려운 상황이라  여러모로 수업환경이 쉽지는 않다.

그림책도 읽어드리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심리치유의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이렇다.

친정부모님의 연세도 87세이다. 부모님께서는 다행히 두 분이 계시니 그나마 서로에게

위로가 되실 텐데 이번에 수업할 양로원은 여성들만 생활하는 곳인 데다 위치도 외곽 쪽이라 마음이 더 쓰였다. 이분들의 적적함, 외로움, 고단함이 오롯이 느껴져서 이미 마음이 그곳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보통 강의할 때 수업 인원은 15명을 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수업대상도 어르신인 데다 연세도 높고 재료도 넉넉지 않아 내심 수업 전날에는

걱정이 많았다. 수업당일에도 이러저러 준비로 점심도 먹지 못하고 꼴딱 굶고 수업장소로 향했다.


올망졸망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자리에 앉아 계셨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하나라도 백개인 사과> 이노우에 마사지의 그림책을 들려드렸다.




"제가 제일 존경하는 분이 누구일까요?" 어르신들께 질문했다.

"어머니" 요.

"아버지" 요

"학교선생님"

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제가 제일 존경하는 분은 다름 아닌 지금 제 앞에 계시는 어르신들입니다.

왜냐하면, 80~90 평생을  긴 긴 인생의 여정가운데 용기 있게 삶을 살아오시고 지켜오셨기 때문입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을 존경하고 축복합니다."


모두들  환한 미소로  바라봐 주셨다.  그 얼굴에서 "고맙습니다"라는 마음속 메아리가 내게 들리는 것

 같았다.


수업에 '장하다 상'을 색종이로 고리모양을 이어서 만들었다.

한 분 한 분 색종이를 붙여가며 목걸이를 완성하셨다.

한 분의 어르신이 대표로 나오셔서 '장하다상'을 수상하셨다.

 그리고는 자신이 어렵게 만든 목걸이를  옆에 있는 할머니에게 걸어주시며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내 것을 흔쾌히 내어줄 줄 아는 넉넉함이 참 좋았다.

진정한 어른이라고 느껴져셔일까?

 



"사랑은 출발하는데 끝나는 것이 아니고 주려는 대상의 마음에 도착하는 것까지가 사랑이다."라고

말한 문장이 떠오른다.


84세의 어르신께서 이 나이가 될 때까지 이렇게 예쁜 목걸이를 만들어 본 것 처음이라고 말씀하셨는데

하마터면 눈물이 와락 쏟아질뻔했다.


수업을 마치기 전에   "사랑해", "장하다", "최고야"를  큰소리로 말하며

두 팔로 자신의 가슴을 꼭 안아주시라고 했다.


다음 주에 또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차를 타고 오는 길에 새로운 만남 속에 30명이라는 인생의 스승을 만날 수 있음에 감동이 차올랐다.

그림책을 매개로 언어의 한계너머 마음이 머무는 공간을 함께 할 수 있기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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