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 찍다 온 여행
지난 주말에 제주도에 가서 찍은 사진들을 올려본다.
사실 비 때문에 올레길은 거의 걷지 못했다. 13코스 차귀도 앞바다 7km 정도를 걸은 게 전부이다. 대부분의 시간은 모슬포항의 어느 카페에서 새로 나올 책을 교정하느라 보냈다.
제주공항에서 모슬포까지 버스 타고 오는 동안 차창밖으로 적란운이 많이 보였는데, 막상 (이전 종료 지점이었던) 용수포구까지 갔을 때에는 멋진 적란운들은 찾기 어려웠다.
하늘은, 특히 해가 반짝이는 하늘은 의외로 찍기 어렵다. 사진 기초 공부 중에 '회색 18%'라는 게 있는데, 한쪽에 빛이 강하면 프레임의 다른 영역들은 상대적으로 어두워진다는 원리이다. 그래서 광원이 밝은 환경에서 사진을 찍을 때에는 (예: 일출) C-PL 필터라는 것을 렌즈 앞에 다는데, 아쉽게도 이번에 가져온 올림푸스 E-PL7은 그 필터가 없었다.
걷다 보니 적란운이 나타났다. 현재 가지고 있는 카메라는 총 3대인데, 니콘 풀프레임 카메라는 너무 커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갈 때 주로 사용하고, 여행시에는 가장 작은 올림푸스 E-PL7이나 그보다 조금 큰 후지 X100VI를 가져가는데, 후지 X100VI는 35mm 고정렌즈라(소위 말하는 똑딱이) 렌즈 호환성이 좋은 올림푸스 카메라를 주로 애용한다.
결과적으로 저녁 6시를 갓 넘긴 이 무렵이 사진 찍기에 가장 좋았는데, 나는 서둘러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더워서이기도 했고, 제주 서부는 일몰을 찍는 데 좋기 때문이었다.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했다.
아래 사진은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는 했는데, 광원인 해가 빛 속에 감춰져서 제대로 형상이 보이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필터가 필요한 이유이다.
해질녁의 차귀도는 정말 그림 같았다. 니콘 풀프레임이 못내 아쉬웠다. 올림푸스 E-PL7은 마이크로포서드인지라 센서 크기로 인해 사진을 담는 데 한계가 있다. (마이크로포서드는 풀프레임 대비 센서 크기가 1/4임)
낚시꾼들.. 해가 금방 졌는데 이분들은 어두어진 뒤에도 낚시를 계속 하고 계셨을까?
살면서 좋은 구경 많이 하고 다녔지만, 그 중에서도 제주도는 항상 최고인 것 같다. 차 타고 관광지만 돌아다니는 여행이었다면 이런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직접 내 발로 곳곳을 다니다보니 제주도가 얼마나 다채로운 모습을 지니고 있는 지 알게 되었다.
나의 올레길 역사상? 최단거리를 걸은 여행이었지만, 나름 즐거웠다. 9월이나 10월에 다시 왔을 때는 하루 40km 이상의 주행을 또 펼치겠지.. 그때는 가장 마의 구간인 12~10코스를 주파해야 한다.
모슬포 시내에서 먹은 저녁. "돈사무소"라는 고기집. 흑돼지는 아니었지만 고기가 맛있었다. 무엇보다 가격이 합리적이었고 서비스도 아주 좋았다. 사장님 말대로 대파를 구워서 삼겹살을 싸먹었는데 아주 별미였다. 멜젖도 서울에서의 그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오겹살도 별미지만, 그보다는 생갈비를.더.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