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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빈 May 01. 2020

학점은행제라는게 도대체 뭘까?



학점은행제라는 제도를 알게 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대학생이던 내가 어떻게 이 제도를 알 수 있었을까?


- 대학을 다니지 않아도 학교처럼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등 수업만 들으면 자격증을 받는다.


기타 여러 정보가 있지만 내가 알게 된건 바로 두번째,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취득할 수 있다는 이야기 때문.


당시 대학생이던 내 전공은 사회복지학, 

쉴 틈 없이 수업이 끝난 화, 수, 목 4시간 , 방학은 100시간 이상의 실습을 하던  나로서는 

부당하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이 전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에 설치되어 있던 부설평생교육원에서는  딱 14과목의 전공수업만 들으면 

실습은 120시간으로, 모두 마친다면 졸업하지 않아도 자격증이 나온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것마냥 사람이 멍 해진다.

비싼 돈 버려가며 몇학기를 다니고, 졸업을 해야 겨우 [사회복지사 2급]이라는 자격증이 나오는데 

저건 그냥 돈만 주면 따는 자격증처럼 치부되는 것 아닌가! 


그 이후로도 학점은행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지워지지 않았으나, 복지사라는 직업을 버리고 나서는 별로 생각이 나지 않는데다, 맞닿은 일 없이 지내다보니 점점 기억속에서 잊혀져갔다.


그러나 또 아이러니하게도 학점은행제 학습멘토라는 직업을 삼으면서 

다시금 이 제도를 깊게 파들어가야 하는 입장이다.



01. 학점은행제가 그래서 뭘까


학점은행제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는 이렇게 정의내리고 있다.


학점은행제는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 및 자격을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학점이 누적되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학위취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열린 학습사회, 평생학습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또한 학점은행제는 평생학습체제 실현을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서 학교교육은 물론 다종다양한 평생교육의 학습결과를 사회적으로 공정하게 평가인정하고, 그 교육의 결과를 학교교육과 평생교육 간에 상호 인정하며, 이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를 맺도록 함으로써 개개인의 학습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즉, 대학을 다니지 않아도 다닌 것처럼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대학 중퇴자 역시 대학에서 이수한 학점을 인정받아 학점은행제에서 활용을 할 수 있고,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면 학점으로 인정,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학점을 모으면 학위취득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목적은 학위이지만 나아가 편입, 대학원, 산업기사/기사 응시자격,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등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여러가지가 짬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처음 학점은행제를 접한 사람이라면 다소 헷갈리는건 어쩔 수 없는 현실. 매일같이 학점은행제에 대해 알아보는 나 역시 가끔은 실수할 때가 있다. 




학점은행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딱 한가지 필요한게 있다.

바로 대한민국 고등학교를 나왔는가.


고3이라고 하면 졸업 후 시작해야 하며, 외국에서 학교를 나왔을 경우 1-12학년을 다녔는지, 중간에 전학을 갔는지, 어느 나라에서 졸업을 했는지 등등에 따라 국내 학력으로 인정을 받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아포스티유 협약을 맺은 나라라면 서류만 공증받아 제출하면 되지만 이외의 나라라고 한다면 제법 복잡한 서류심사를 통해 학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리고 대안 중-고등학교를 나온 사람 역시 인정이 안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시작에 앞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물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공인회계사 응시자격을 만들기 위해 학점은행제를 활용하던 학생이 있다.

학생은 대안학교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는데,


1) 중학교 과정 중 2학년때 대안학교가 정식 중학교로 인정을 받고 

2) 고등학교는 미국에 있어 캘리포니아에서 졸업을 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번째, 고등학교는 국내 학교이긴 하지만 미국법을 따르기 때문에 아포스티유만 받으면 문제될 게 없다. 두번째, 중학교 과정 중간에 대안학교에서 정식학교로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애매하긴 하지만 졸업할 시 정식학교니 문제가 되지 않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학점은행제 학습자등록 결과 이 학생은 중학교 학력을 인정받지 못해 중졸 검정고시를 먼저 봐야 하는 상황이 왔다. 똑같은 학력을 가진 학생의 동창은 한국 대학에 버젓이 입학해 다니고 있지만 학점은행제 규정상 이를 학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시작에 앞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문의하는 것이 옳다.




02. 활용방법


학점은행제의 특이점이 있다고 하면 최종학력 별 진행할 수 있는 과정들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보면 


고졸 - 전문학사(2년제) 

          학사학위(4년제) 과정 


전문대졸 - 고졸학력으로 새로운 전문학사(이 경우 전적대 없이 편입을 희망하는 경우 활용한다)

               - 복수전공으로 2년제 학위 취득

               - 학사학위


대졸 - 고졸학력으로 새로운 전문학사 / 학사학위

        - 복수전공으로 2년제 학위 취득

        - 복수전공으로 4년제 학위취득


즉 최종학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아랫 단계의 과정을 진행할 수 있고, 복수전공(타전공)이라고 하는 과정을 통해 짧은 시간에 다른 학위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학점은행제는 대학을 다니지 않아도 대학과 동등한 학력을 만들 수 있는 제도.

이미 대학을 나왔어도 자기개발, 학위취득을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

편입 및 자격증 취득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제도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지금까지 평생교육 상담사로 일을 하면서 만난 학생들은 

- 편입을 위해 학력을 만드는 고졸

- 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비전공자가 관련 전공을 취득하기 위해

-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려는 목적으로 

- 취업을 위해 단순 학위취득 


정도가 가장 많았다. 기타로는 독학학위제 단계별 면제조건을 갖추려고 하거나, 단순히 공부를 위해서 수업을 듣는 경우가 있다. 물론 개개인별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활용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제도인 것 같다.


10년 전 학점은행제에 대한 불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나조차도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굉장히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제도라고 생각을 한다. 꽉막힌 규정이 있긴 하지만 학습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다만 아주 가끔 불법교육기관이나 교육원 알선 브로커 등에게 잘 못 걸려 피해를 보는 학생들도 있으니 이 부분만 주의하면 좋겠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학원비보다 안나오는 교육원에서 수강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저렴한 학비에 혹해 수강신청을 했더니 갑자기 사이트가 폐쇄된다던가, 민간자격증 사이트보다 허접하게 되어 있다던가, 과락을 유도해 다시 수강신청을 하려는 목적을 가진 경우가 많다. 피해를 보는 경우 아무도 보상을 해주지 않으니 주의깊게 살펴보는게 좋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많이 알려진 교육원 등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고, 싼게 비지떡이라고 할 정도로 관리가 안되는 나몰라라식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원도 대학과 마찬가지로 이익을 추구하는 업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또한 교육부에서는 학점당 학비를 규정해 놓았으며, 교육원별 국가유공자, 기초수급자, 새터민 등 각 소득별 장학금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금액대의 교육원이 있다고 한다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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