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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빈 Sep 12. 2024

[단편소설] W

-west 서쪽

   

물의 도시 베니스. 


 곤돌라를 타고 물길을 따라 흐르는 그녀는 이 평화로움에 물들고 있는 관광객이다. 작년 여름. 우연히 읽은 책에 희대의 바람둥이라는 카사노바가 실려 있었다. 그녀, 소희는 그만의 은밀한 매력에 빠져 그가 주로 활동하던 베니스에까지 가보고 싶었다. 결국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결국 이곳에 올 수 있었다.     


 자신과 같은 관광객이 많은 것을 빼고는 한국과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에 소희는 매료되었다. 성 마르코 성당의 계단에 앉아있기만 해도 그것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은 짜릿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욱 큰 즐거움은 곤돌라에 오르는 것이었다.     


 제법 비싼 가격에 고민을 한 적도 있지만 일단 한 번 타고 보니 좁은 운하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곤돌리에의 모습에 카사노바는 안중에도 없이 사라졌다.    

 

“where are you from?"     


 약간 이국적으로 생겼지만 틀림없는 동양인으로 보이는 곤돌리에가 말을 걸어왔다. 소희는 대답을 주고받으며 제법 곤돌리에와 친해질 수 있었다. 그녀(유일한 여자 곤돌리에라고 한다)는 이곳에서 태어났으며 할머니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제법 한국말도 할 줄 알았다. 타지에서 언어의 장벽 때문에 힘든 게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반가웠다.     


 “나는 곤돌라 타고 여기 가는 거 좋아해”     


 어색한 말투였지만 그것이 그녀와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은 무엇일까. 짧은 머리칼에 햇볕에 노출되어 까무잡잡하게 탄 피부. 그와는 반대로 희고 반듯한 치아와 큰 눈까지. 여자도 이렇게 멋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운하를 돌며 그녀와 얘기하는 것도 잠시. 내려야 할 시간이 되었다. 의외로 통하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내리는 것이 아쉬웠다. 카사노바의 진정한 위대함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나 이거 끝나고 만나자. 그래서 다시 이야기해. 성 마르코 성당 앞에서 봐”     


 이렇게 약속을 잡고 다시 곤돌라에 타는 그녀를 보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뜻하지 않게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이런 서쪽나라에서 찾을 확률이 어떻게 될까. 분명 카사노바의 장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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