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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빈 Oct 28. 2024

경험에서 오는 교훈, 사실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선택지가 놓였다면 나는 당연하게도 해보고 후회하자는 주의다. 실패를 해도 나에게 남은 경험이 있으니, 그것을 가지고 다시 도전을 하던 다른 일을 하든 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젊어서 고생하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직접적인 경험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읽은 책 '철학의 쓸모'의 작가 로랑스 드빌레르는 '경험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경험은 누적되지 않으며, 경험들이 쌓인다고 해서 절대적 진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각각의 경험은 단 한 번만 할 수 있고 비교가 불가능하다. 즉, 같은 경험을 두 번 할 수는 없기에 한 번의 경험으로 다른 경험을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그동안의 신념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은 경험이라는 것은 내가 알고 있지만 확신을 받고 싶은, 오해를 알게 되는 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것을 경험한 뒤로는 알고 있는 여러 갈래 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향으로 간다. 결국 이것은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 아닌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경험을 통해 얻은 것들은 실패를 줄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많다. 예를 들어 갈래길이 나왔을 때 처음엔 왼쪽으로 갔더니 돌밭이라 지나기 힘든 경험을 했다면 다음엔 경험하지 않았지만 왼쪽 길보다 편할 것 같은 오른쪽 길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결국 왼쪽 길이 험해서 편한 오른쪽 길을 가는 게 아닌, 오른쪽 길이 어떨지 모르지만 아무튼 왼쪽보다 낫겠지 같은 생각으로 갈 뿐. 어떠한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은 게 아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성공했든, 실패했든 모든 경험은 다 교훈이 있다고 믿었던 것일까? 하물며 누군가 알려준 사실도 아니다. 그저 살아보니, 겪어보니 모든 경험은 다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 보면 교훈이라고는 하지만 실패 요인을 찾은 것뿐인데 인생에 도움이 되니 이것을 교훈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거다. 교훈이란 사전적 정의로는 '앞으로의 행동이나 생활에 지침이 될 만한 것을 가르침'이라고 한다. 어떤 거창한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험은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말은 틀린 게 아닐까? 


해당 작가는 이 말을 하면서 예시를 들었다. 어리석은 칠면조 이야기인데 매주 목요일 오전 9시마다 먹이를 받는 경험을 한 칠면조는 매주 목요일을 기다린다. 하지만 12월 25일 목요일 오전, 먹이를 기다리던 칠면조는 그대로 잡혀 통구이가 된다는 이야기다. 경험을 통한 교훈은 연속성이 아니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인데 사람이 갑자기 통구이가 될 가능성은 없으니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 않을까.


인생은 항상 불확실한 상황을 연속해서 겪기 때문에 경험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 정도는 된다. 그 정도만 돼도 충분히 경험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누군가는 애초부터 실패할리 없는 길을 찾아가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올바른 정답만 찾아갈 수는 없고, 그런 사람이 어떠한 장애물을 만났을 때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보니 더 큰 실패를 맛볼 수도 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실패와 그것으로부터 배우는 경험이라고 본다. 매번 정답을 찾아갈 있는 능력이 없다면 실패를 통해 나를 강하게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니 실패를 두려워말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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