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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빈 Nov 14. 2024

행복한 삶은 건강에서 올 것 같다

그동안 막연하게도 행복한 삶이란, 돈이 아주 많아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사는 것으로 생각했다. 나쁜 말을 하는 상사 앞에서 굽실거리지 않고 에잇 퉤, 할 줄 아는 삶. 하나쯤 악기를 다루고 싶어 학원을 등록하고 고가의 악기를 구매하는 삶. 제철 맞은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먹기 위해 훌쩍 산지로 떠나는 삶. 그리고 이 모든 건 건강해야만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딱히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위염과 장트러블, 낮은 면역력으로 인해 유행병을 즐기는 정도. 장기 한 두 개쯤은 문제가 있는 게 정상이라고 느끼며 이렇게 늙으면 그대로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대로 나이가 들면 무릎 정도는 닳았겠지만 이 상태로 주름만 늘어난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득 양치를 하다 입가에 주름이 잡힌 걸 보고 나이가 들면 이런 얼굴이 되겠구나를 떠올렸다.


그런 이야기가 있다. 미신적인 이야기이지만 사람들이 자양강장을 위해 마시는 뱀술은 사람의 명줄만 늘리는 것이라고. 산채로 술에 절여질 운명인 뱀의 원한이 녹아들어 그 술을 마시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건강하지 못하고 죽기 직전인 상태로 숨만 붙여놓는다는 말이다. 그렇게까지 살고 싶다면 술에 반신욕이라도 하지 애꿎은 뱀만 해치는 것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지만 어쨌든 이 이야기가 생각나기에 과연 가늘고 길게 사는 게 좋은 일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애초에 죽은 듯 조용히 살다 가길 희망하던 나로서는 내 말로가 결코 좋은 건 아니겠구나 싶었다.


행복한 삶이라는 말 안에는 분명 건강이라는 의미가 들어있을 것이다. 돈이 없어도 건강하기만 하다면 뭐든 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리 젊어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이 단순한 논리를 이제야 깨닫는 나 자신도 바보 같지만 경험하지 않은 일이다 보니 행복과 건강을 쉽게 접목하지 못했나 보다.


대학 시절, 홈리스 지원센터로 실습을 나간 적이 있다. 멀쩡한 몸이 있는데 왜 일을 안 하고 매일같이 구걸하며 그 돈으로 술만 사 먹는지 하면서 손가락질받는 일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왜 일을 하지 못하는지 간접적으로 알기 위해 다리 밑에서 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다. 거리에 사람이 없는 자정에 인근 시장에 가서 다른 홈리스와 경쟁하듯 신문지를 줍고, 게를 담았던 스티로폼 상자를 주웠다. 근처 다리 밑으로 이동해 비닐을 깔고 스티로폼을 베고 신문지를 덮고 잠을 청했다. 비린내,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 모기를 비롯한 날벌레. 여름이었지만 밤이슬을 맞으며 잠을 자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해가 뜨기 전 날이 밝기 시작하면 바로 자리를 떴다. 사람들이 곧 거리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20살, 가장 건강한 나이었지만 이 하룻밤의 피로는 상당했다. 왜 일을 하지 못하는지 잠깐이나마 알게 된 계기였다. 깊게 잠들지 못해 피곤하고, 하루 벌어먹고살아야 하는데 용역으로 불러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지금 당장 건강한 것은 여러 상황이 겹쳐서 나오는 시너지일 뿐, 언제든지 건강하지 못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강하지 못하면 결국 행복한 삶과의 거리는 멀어진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내가 건강하기 위해서, 행복한 삶을 위해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은 게임처럼 체력과 스테미너, 기력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몸에 좋은 것, 운동 등을 통해 최대치를 높일 수도 있고 떨어트릴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은 젊기에 이 최대치가 높은 것뿐이고 노화가 시작되면 당연하게도 이 값이 떨어질 것이다. 100에서 30이 된 기력으로 30년을 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지금부터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람은 늘 그렇듯, 경험하지 않은 미래를 그리는 것을 쉽게 하지 못한다. 나 역시 지금 당장은 건강하니 체력과 기력이 무한인 것처럼 살 것이다. 그러니 행복한 삶을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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