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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경 Mar 16. 2024

이미 오해를 한 사람들은 해명에 관심이 없습니다.

나를 위한 언론홍보팀이 필요해.

본인이 잘한 점을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서


남의 흠은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못 본 체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시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를 두고 '진국'이라고 할테고, 더 나아가 성인(聖人)이라고 부를 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아닌 남이 그런 모습이라면, 내가 그로부터 손해를 볼 일이 없을 것이기에 한없이 너그러운 평을 쏟아줄 수 있겠지요.


만약 이들로부터 은혜입은 모든 사람들이 전부 은촛대 받은 장발장처럼 회한의 눈물을 펑펑 쏟은 후 개과천선했더라면,


학교에서 배운 가르침처럼 남을 위해 참고 손해본 것이 결국은 나에게도 이득이 되는 실제 사례를 우리가 매일같이 보고 들으며 자라났더라면,


사회는 지금보다 더 따뜻한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나를 꽁꽁 싸매면 소문은 각자의 입맛대로 조리될 뿐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내 조직, 내 가족, 내 동료들에게 억울함을 당하고 있을 때 그 억울함을 토로하는 것이 '제 얼굴에 침뱉기'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란 탓에


그들의 이미지를 보호하고 흠을 보이지 않기 위해 억울함을 숨기고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당신이 정말 잘 지내는 줄만 압니다.


당신을 억울하게 하는 그 상황과 대상을 누구도 팔로업하지 못 합니다.


반면 상대방은 그가 당신에게 실망한 일, 자신의 시선으로 각색된 상황들을 주기적으로 주변에 리포팅을 한다면,


실제로 당신과 상대방 사이의 갈등이 곪아 밖으로 드러날 때까지 터져버렸을 때


재미있는 놀잇감이 생긴 것을 본 주변 사람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이 알고 있는 소스들을 이용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써나갑니다.


게다가 이제와서 '사실 나는 이러했는데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렇지 않은 척 했던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 즐거운 놀이에 조금도 영향을 주지 못할만큼 설득력이 없는 이야기 입니다.





소문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들에게 놀이일 뿐입니다.


제한된 정보들을 이어 하나의 서사를 만드는 창작의 기쁨,


'나쁜 놈'으로 찍은 그 사람을 통해 느끼는 도덕적 우월감,


그리고 그 기쁨과 우월감을 동료들과 나누며 느끼는 동질감 등을 느끼는 것 자체가 목표이기에


힘들여 공명정대하게 진실을 밝히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과실비율을 따질 리가 없습니다.


만약 그들이 당사자를 찾아간다면 자신들의 추리가 맞았다는 사실을 말해줄 만한 사람을 찾아갈 것입니다.


그 사람은 높은 확률로 자신들에게 평소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준 사람이겠지요.


그리고 찾아가 물은 대상이 설령 양심에 찔려 사실을 말하더라도 듣지 않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 것은 그저 즐거움의 정점을 찍기 위해 간 보너스 스테이지에서 얻고 싶은 보상을 얻지 못한 것 뿐이기 때문입니다.



방어를 위한 홍보


'홍보'라고 하면 밖으로 더 알리고 퍼뜨려나가는 적극적인 느낌을 많이 떠올립니다.


목소리를 더 내고, 더 많은 고객들에게 브랜드가 노출되게 하고, 새 시장을 개척하는 등의 이미지들을 떠올리죠.


실제로 홍보에는 그런 목표들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홍보실이 하는 일들을 떠올려보면 그에 못지 않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주목도가 떨어지는 주제일지라도 기업에 대한 업데이트를 기사로 업데이트하기

블로그, 인스타그램, 카카오 채널 등을 통해 기업의 소소한 근황을 나누기

사실과 무관한 루머에 대응하기


이러한 일들은 공격적으로 고객수를 늘리고 시장을 넓히기 위한 일이라기보다는


우리 브랜드를 지키기 위한, 수비적인 역할로서의 홍보에 해당됩니다.


실제로 오해가 시작되고 소문이 되기 시작하면 그 단계에서는 수비가 힘들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는 액션들을 꾸준히 취해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인이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면, 그를 위한 홍보팀이 필요합니다.


나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하락시키는 거짓 루머가 돌지 않도록,


만약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그간의 히스토리를 디테일하게 볼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고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며 나의 평소 행실과 생각을 공유하는 등의 일은 당장은 민망하고 소득이 없어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저는 주변으로부터 '글 쓸 때마다 돈 받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글을 쓰는지.'


'그렇게 하루에 몇 건씩 커피챗을 하면 드는 품에 비해 당장 얻는 것은 적을텐데 왜 그렇게 커피챗을 많이 하는지.' 질문을 받을 때가 많은데


이에 대한 저의 답변은 이것입니다.


"그 질문은 당장 큰 병이 날 것도 아닌데 왜 매일 영양제를 챙겨먹냐는 질문과 동일합니다.


저라는 브랜드가 억울한 일을 당할 확률을 크게 줄이려면 꾸준한 소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건 당장 돈을 버는 것에 뒤지지 않을 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걸 많은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제 목소리가 타이밍을 놓치고 묻혀 발언권을 빼앗긴 채 비난당하지 않기 위해 꾸준히 저의 생각과 저의 경험을 공유해 나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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