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슬기로운 환자 생활
"주문 상품이 발송되었습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난밤 주문한 책을 아침 9시에 발송한다는 카톡. 우리는 빛의 속도로 갈 수 없어도, 이미 우리의 배송은 총알 배송이며, 어쩌면 광속을 따라잡을 날도 오는 것은 아닌지.
지난 몇 달은 나의 암의 전이 소식에 엄마의 알츠하이머 발병까지 겹쳐 당연히 책을 읽을 경황은 없었다. 나와 엄마의 치료 방향을 잡고 엄마의 요양 등급을 받고, 혹시 모를 나의 유고시에 대비해 생애 처음 우리 집의 재정 상태에 대한 정리를 해놓느라 지난 몇 달은 여유가 없었다. 아직 엄마의 후견 문제가 남았지만, 내가 해 둘 일은 그래도 어느 정도 정리를 해 두었기에 그동안의 쫓기는 마음에서 돌아와 나에게 묻고 또 물었다. '지금의 날들이 혹 나의 마지막 몇 년이 된다면 나는 지금 무얼 해야 하는가, 무얼 하고 싶은가' 이제라도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이 험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친께서 여생을 평안히 보내실 수 있게 해드리는 일, 무엇보다 건강을 회복해 다시 연구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일, 몇 달이 지나도 아직 잔상이 남아있는 병동의 그 간호사를 찾아보는 일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린 결론은 나는 다시 나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화두는 '타인의 삶'이었다. 눈치가 빠른 편이 아니라 그 당시에 놓쳤던 말속의 의미들을 곱씹는대서 어린 시절 나의 즐거움이 시작되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책이든 영화든 먼저 작가나 배우, 연출이 어떤 인생을 산 사람인지 찾아보게 되었는데, 제목만큼이나 김초엽 작가의 이력도 나의 눈길을 끌었다. 청각 장애가 있으며 포스텍에서 석사를 마친 공학도, 게다가 93년생이라니. 내가 학교에 와서 처음 가르친 학생들이 그 또래인데 말이다.
트위터에서 잊을 만하면 책 리뷰가 언급되더니, 요즘 같은 시기에 단숨에 10만 부 돌파 소식을 들고 온 그녀의 책이 방금 내게 배송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