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출근에 예민해진 몸 때문에 지사제를 미리 챙겨 먹었다. 눈이 온다는 예보와 아직은 예전 같지 않은 나의 고속도로 운전감에 집에서 50km 거리를 택시를 타고.
어제에 이어 10시부터 워크숍 제출 자료를 준비하는 고지식하고 성실한 교수들. 학과 분위기는 여전했지만, 나의 하루는 어젯밤의 예상과는 달랐다, 오늘은.
교육 과정이 바뀌어 이번 1학기엔 실습 없는 온라인 수업으로 과목을 바꾸느라 새로 자료를 살펴야 했는데, 대신 탄력적으로 재택근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주임을 맡고 있던 과정과 학과의 업무도 거의 다른 교수들이 나누어하기로 이야기가 된 모양이다. 나로 인해 업무가 늘어난 교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너머로, 엄마를 케어하며 내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안도감이 감돌았다. 내 병을 알리지 말아 달라 부탁했지만 내가 그야말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 돌아온 걸 모두 알고 있는 듯했다. 눈빛과 많지 않은 말속에 오랜만에 만난 학과 교수들과 총장님을 비롯한 학교 간부들의 따뜻한 진심을 느껴졌다. 무덤덤한 나답지 않게 고개 숙여 한 분 한 분 뵙는 대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왔다.
실제로 나는 아직 조심해야 하고, 그만큼 나와 엄마의 현 상황이 어렵지만, 죽음이 코 앞에 닥쳐도 모두가 이런 배려를 받지는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떠올리면,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 온라인 수업 시대를 앞당겨 준 코로나라는 이 상황에도 빚진 마음이 들었다. 어제의 그 날카롭던 마음도, 이 또한 언젠가 내가 갚을 빚이라는 생각도 잊고 오직 지금 여기, 오늘의 고마움만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