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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정신 Apr 30. 2021

아무튼, 우리는 시한부


 뇌에 남아있는 5mm 정도의 종양에 가려 잊고 있던 폐의 CT 결과가 나왔다. 여기도 5mm라고, 덧붙여 주치의 선생님은 정확히 '암'이라 칭하셨다. 수술 시부터 있었다고. 근데 �  왜 그동안 폐는 깨끗하다고 하셨을까.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에는 약 복용 부작용으로 밤마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는 내게, 약물 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하셨다.


 뭘까?


  "제 상태가 용량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인가요, 지금?"


  "네. 물론 약 용량이 줄어들면 뇌혈관 장벽 (blood brain barrier, BBB)를 통과하는 양이 줄 수 있지요."



 ???



 알 수 없었지만 미소 띤 교수님 얼굴을 보며 더 묻지 않고 외래를 나왔다. 기대했던 '완치' 소식은 못 듣고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래도 실망은 당연했지만 처음 암 선고 받던 날들처럼 무너지진 않았다는게 발전이라면 발전.


아무튼 난 살 지금 살아있고, 어차피 이 세상에 지금 시한부 인생 아닌 사람이 있나? 나와 당신, 누가 더 오래 살 수 있을지는 인간인 우리로선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다.


 차분해진 마음은 내가 외래 문을 나오자마자, 나를 기다리셨다는 듯 (진짜 그러셨을 것이다)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던지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지 못한다. 오히려 해맑은 웃음으로 나를 바라보는 엄마 모습에서 오래전 엄마 친구분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라 가슴이 더 내려앉을 뿐이었다.



 "엄마는 항상 네가 전부라고 하셨어. 그러니 어릴 때부터 네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가 정신을 놔버리시는 것도 이해해드려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주치의 선생님께는 봄꽃을 보내드렸다. 이제 더 이상 꽃 선물을 드릴 수 없는 엄마에게는 무엇을 드려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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