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남아있는 5mm 정도의 종양에 가려 잊고 있던 폐의 CT 결과가 나왔다. 여기도 5mm라고, 덧붙여 주치의 선생님은 정확히 '암'이라 칭하셨다. 수술 시부터 있었다고. 근데 왜 그동안 폐는 깨끗하다고 하셨을까.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에는 약 복용 부작용으로 밤마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는 내게, 약물 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하셨다.
뭘까?
"제 상태가 용량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인가요, 지금?"
"네. 물론 약 용량이 줄어들면 뇌혈관 장벽 (blood brain barrier, BBB)를 통과하는 양이 줄 수 있지요."
???
알 수 없었지만 미소 띤 교수님 얼굴을 보며 더 묻지 않고 외래를 나왔다. 기대했던 '완치' 소식은 못 듣고 당황스럽기만 했다. 그래도 실망은 당연했지만 처음 암 선고 받던 날들처럼 무너지진 않았다는게 발전이라면 발전.
아무튼 난 살 지금 살아있고, 어차피 이 세상에 지금 시한부 인생 아닌 사람이 있나? 나와 당신, 누가 더 오래 살 수 있을지는 인간인 우리로선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다.
차분해진 마음은 내가 외래 문을 나오자마자, 나를 기다리셨다는 듯 (진짜 그러셨을 것이다)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던지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지 못한다. 오히려 해맑은 웃음으로 나를 바라보는 엄마 모습에서 오래전 엄마 친구분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라 가슴이 더 내려앉을 뿐이었다.
"엄마는 항상 네가 전부라고 하셨어. 그러니 어릴 때부터 네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가 정신을 놔버리시는 것도 이해해드려야 한다."
돌아오는 길에 주치의 선생님께는 봄꽃을 보내드렸다. 이제 더 이상 꽃 선물을 드릴 수 없는 엄마에게는 무엇을 드려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