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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정신 Jul 17. 2022

병원 밖 환자 생활

꼰대력 테스트

 넉 달 동안 네 번의 입원과 두 번의 수술과 조직 검사와 그 외 등등을 마치고 퇴원한 요즘의 일상에서 갑자기 기록하고 싶은 이벤트가 나만의 이어졌다. 망설이다 짧게 남긴다.


 아름다운 이별

 운전을 하는데  뒤에서 엠블란스 사이렌이 울려 백미러를 보았지만 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양보를 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쩌나 하고 있는데 내 앞차가 우측으로 붙어가기 시작했다. '아, 우측이로군!' 유레카를 외치며 따라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며 브레이크를 밟아 가며 응급차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앞차와도 작별하였다.  앞차는 IC가 나오자 바로 그쪽으로 빠져버렸다. 아마 양보가 아니라 가던 길 가던 행보였던 것 같았다...... 학생 때 좋아하던 '아름다운 이별'이란 곡이 떠오른다


 혼자만의 거리두기

 일상으로의 회복이 선언되며 학교는 거의 코로나 전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기저질환이 있는 나는 혼자만의 거리두기를 하느라 남들은 모를 스트레스를 받는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두 명의 여학생들이 재잘거리며 다가오더니 곧바로 내 앞으로 끼어들어 식판을 들어버렸다. (나도 안 잡은 식판을!) 순간 아름다운 양보도 생각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이곳은 무려 교육의 현장임을 자각하고 마스크 밖으로 외쳤다.

 "줄 안서요?"

 짧고 굵은 울림을 주었던 것일까. 그제야 두 학생은 변변한 사과도 없이 내 뒤로 돌아왔다. 안 그래도 요즘 학생들 인사를 잘 안 하는데, 이런 경우도 있다며 스트레스받고 식판을 들다 문득, 나  혼자만 앞사람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보니 남들 눈엔 식당 줄과는 무관해 보일 수도 있었겠다는 깨달음이 왔다. 전적으로 그 학생들 잘못만은 아니라는, 물론 미안함을 얼버무리고 만 잘못은 인정되지만!


 꼰대력 테스트

 환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이런저런 일들로 신경이 쓰여 오늘 아침에는 마침 라디오 DJ가 '라떼 테스트'를 들려준다기에 쫑긋 귀를 세우고 손을 꼽아보았다. 결과는 난 무려 3개로 파워MZ!

혹시나 하고 다시 되짚는 DJ덕분에 나도 되짚어 봤지만 역시나 3개.

 나보다 늦게 오는 후배가 불편하다 등.

 


 다음 주부터 병원 일정 시작인데, 그래도 힘 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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