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화에서 이어집니다.)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언젠간 꼭 어떤 형태가 되었든 이야기로 만들어야지 했던 경험이다. 그 다짐이 지켜지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뭐 그래도 하고 나니 뿌듯하다. 어떤 멋진 교훈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이야기를 정리하고 사람들한테 선보였단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일이다.
만화에서 못다 한 뒷이야기를 좀 하자면, 일단 새벽의 도로 한복판에 있는 주유소는 정말 무서웠다. 주변은 온통 어두운데 인위적으로 서있는 하얀 조명과 주유소. 분위기만으로 무섭다. 보이지 않는 공포가 이런 것일까. 혼자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던 장소다. 예로부터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 그것도 흉기ㅡ권총을 든 사람이니까. 우여곡절 끝에 겨우 숙소에 도착했을 댄 안도감보단 실소만 나왔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싶으면서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샤워하고 침대에 눕기까지 정말 꿈이 아니었나 계속 생각했다.
기사 아저씨 얘기도 좀 하자면 아쉽게도 끝은 훈훈하게 마무리되지 못했다. 물론 그 새벽 한복판에서 택시 아저씨를 만난 건 행운이고 고마웠던 일이지만 그게 다였다. 아저씨는 내가 숙소에 현금을 가지러 간 사이 내 지갑이랑 가방을 탈탈 털고 계셨고, 남아 있던 동전들을 싹 다 가져가셨다. 내가 못 볼 줄 알았나 보다. 아니면 내가 안 올 거라 생각했나. 멀리서 그 모습을 발견하곤 정이 뚝 떨어져 그냥 최소한의 성의만 했다. 분명 훈훈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될 수 있었을 텐데 많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 보면 아저씨는 처음부터 나를 너무 떨떠름해 하셨지. 그래서 난 혹시나 주유소에서 아저씨가 나를 버리고 갈까봐 택시에 꼭 타서만 이야기했고. 뭐 그래도 어찌저찌 숙소까지 태워주신 건 감사했습니다. 하하.
지금 보면 우스운 시트콤 같은 얘기들이다. 하지만 덕분에 더 기억에 많이 남았나보다. 아무튼 잊지 못할 경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