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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윤 Apr 13. 2023

친꿰테레 여행 전 꼭 알아둘 것들

‘친꿰테레’를 아시나요?


‘친꿰(Cinque, 다섯 개) + 테레(Terre 땅) = 다섯 개의 작은 마을’


며칠  오랜만에 친꿰테레를 다녀왔어요.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 주에서 차를 타고  2시간 넘게 열심히 달리면, 해안선을 따라 길고 좁게 남북으로 위치한 리구리아 , 친꿰테레에 도착한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바다를   있는 가장 가까운   하나지요.


한국인들이 좋아하시는 올리브 오일, 바질 페스토, 고소하고 짭짤한 포카챠를 실컷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구요.


“어? 난 친꿰테레가 남부 이탈리아에 있는 줄 알았어.” 피에몬테 주에서 두 시간 남짓 운전하면 도착한다고 하자 한 친구가 고개를 갸웃했지요.


그러게요. 일생에 한 번은 꼭 가봐야 한다는 남부 ‘아말피’와 리구리아 주 ‘친꿰테레’는 닮은 점이 많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아름다운 작은 마을들이 사람들을 끊임없이 유혹하거든요. 사진으로만 보면 풍경들도 꽤 닮아있지요.


다만, 아말피에는 없지만 친꿰테레에는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다섯 개의 작은 해안가 마을을 바로 이어주는 기차랍니다.


아말피 해안 기차 라인은 바로 해안가까지 모두 연결되진 않지요. 그래서 아말피엔 시타 버스(Sita Bus)가 큰 경적 소리를 울리며 구불구불 해안가 도로를 누빈답니다. 워낙 해안 도로가 구불구불한 지라 멀미가 심하신 분은 고생하실 수도 있어요.


친꿰테레엔 시타 버스 대신 기차가 있어요. 다섯 개의 마을 몬테로쏘 알마레(Monterosso Al Mare), 베르나짜(Vernazza), 코르닐리아(Corniglia), 마나롤라(Manarola), 리오마죠레(Riomaggiore) 사이를 기차가 연결해 줍니다.


혹시 이탈리아 전역을 차를 렌트해서 여행하시더라도, 친꿰테레 안 다섯 개 마을 사이에서는 기차 이용을 권합니다. 다섯 개의 마을과 연결되는 레반토(Levanto) 혹은 (La Spezia)에 주차를 하시고 기차를 타시면 되지요.


그 이유는 친꿰테레에 가시면 바로 알 수 있답니다.


그 다섯 개의 아름다운 마을은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작답니다. 그래서 친꿰테레 안에 차를 가지고 가시면 주차하실 때 아주 고생하실 거예요.


더구나 기차로 직통으로 연결되는 마을들은 차로 가려면 구불구불 좁은 길을 한참을 돌아가야 하지요. 구불거리는 좁은 길 운전도 힘이 든데, 마을을 이동할 때마다 주차 전쟁을 벌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저도 레반토(Levanto)에 차를 주차하고, ‘친꿰테레 카드’를 구입 후 기차로 다섯 개의 마을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했답니다.


참! 다섯 개의 마을을 모두 보실 필요는 없어요. 


“네? 아니, 거기까지 가서 왜 다섯 마을을 다 보지 말라니요???”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저도 두 번 정도는 친꿰테레 전 마을을  모두 방문했어요. 한국에서 손님이 오신 경우였지요.

그런데 다섯 마을을 모두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정말이지 너무나 힘이 든답니다. 거의 첫 기차를 타고 출발한 후 마지막 기차를 타고 돌아왔으니까요.


더구나 이탈리아 답게(?) 기차는 예정된 스케줄을 그대로 따르는 법이 없어요. 오히려 친꿰테레 기차는 제시간에 오는 법이 드물 정도지요. 적게는 5분에서 많게는 한 시간 가까인 기차가 연착이 되는 게 예사라면요?


그래서 친꿰테레 여행은 여유 있게 스케줄을 잡으시면 좋겠어요. 다섯 개의 마을을 다 보는 데 초점을 맞추면, 빠듯한 기차 시간 때문에 마음에 쏙 드는 마을에 앉아 여유 있게 와인 한 잔, 페스토 파스타 한 접시 즐길 시간도 없을 테니까요.


친꿰테레 여행을 하실 땐 꼭 친꿰테레 안 마을이나 근처 마을에서 1박 정도는 해 보세요.


친꿰테레 마을 안에 숙소를 잡으시면, 콩 만 한 작고 후진 숙소가 부르는 게 값이라 살인적인 숙소 비용에 놀라실 거예요. 하지만, 관광객이 아직 들이닥치지 않는 이른 아침 시간이나 관광객들이 썰물 빠지듯 돌아가고 난 늦은 저녁 시간에 그 작은 마을의 진짜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지요. 전 아직도 그 오래전 이른 아침 베르나짜(Vernazza) 바닷가 작은 교회의 고즈넉함 속에서 느낀 아름다움을 잊을 수 없답니다.


친꿰테레 밖에 조용한 곳에 숙소를 잡으시면 친꿰테레를 둘러보느라 인파에 휩쓸렸던 피곤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지요. 전 이번엔 친꿰테레 근처의 작은 마을 프라무라(Framura) 산속에 숙소를 잡았는데,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어요. 친꿰테레 마을 안 숙소라면 드물 텐데요. 생각지도 않았는데 넉넉하고 깔끔한 욕조가 있는 아그리투리즈모에서 하루종일 인파에 휩쓸린 피곤을 아주 잘 씻어낼 수 있었답니다.


‘친꿰테레’ 여행 계획 전 몇 가지 팁을 더 드릴게요.


적어도 1박은 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마을 간 이동 시간은 넉넉하게 잡으세요.

점심은 마음에 드는 마을에서 여유 있게 드세요.

주말보다는 주중이 좋아요.

여름보다는 차라리 겨울이 나아요.

소지품은 최소한으로 하세요.

한 코스 정도는 산책로를 통해 걸어 보세요.

옷은 양파처럼 겹겹이 입고 벗기 쉽게 준비하세요.


만원 기차에 지쳐 계획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마을과 마을 사이를 걸어 이동하시는 분들을 여럿 보았어요. (저 또한 베르나짜에서 기차를 기다리다 못 참고 코르닐리아까지 산책로를 통해 걸어서 이동했어요.)

그런데 생각도 않고 산책로에 올라선 나머지 가죽 바지, 미니 스커트, 원피스 등 아주 불편한 차림으로 산길을 걸으시는 분들을 보고 놀랬지요. 다행히 하이힐은 못 봤지만 무릎까지 올라오는 검은색 가죽 부츠에 털모자를 쓴 어떤 아가씨를 봤을 땐.... ‘아이쿠, 이를 우째요....’ 아침까진 꽤 쌀쌀해서 오리털 파카를 입은 사람들도 있었던지라.... 또 한 여성분은 목을 감싸는 니트 긴팔 미니 원피스를 입고 산길을 열심히 걸으시던데..... 얼마나 덥고 땀이 나고 불편할까 안쓰러울 지경이었죠.


친뛔테레쪽은 햇살이 아주 강렬하답니다. 한겨울에도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면 땀이 뻘뻘 나고, 4월에도 해가 잠시 숨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그렇게 으슬으슬할 수가 없어요.

체온 조절이 불가능한 올인원 긴팔 니트 원피스라니.... 다시 생각해도 고개가 절레절레 절로 돌아갑니다.


여유 있게 한 코스 정도는 트래킹을 하리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시면 즐거운 여행이 되실 거예요.


그럼, 즐거운 친꿰테레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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