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인들의 아침 식사

이탈리아 여행 가시면 꼭 호텔 밖에서 아침 식사 해 보세요.

by 이지윤

제가 사는 곳 근처에는 복숭아로 유명한 카날레라는 소읍이 있습니다. 카날레를 가는 날은 언제나 첸뜨로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지요.

첸뜨로 카페에 갈 때마다 자주 뵙는 분들이 많아요. 그 중에서도 갈 때마다 언제나 계시는 분들은 할머니 그룹이에요. 적게는 세 분, 많을 때는 대 여섯 분이 모여 아침을 함께 드시지요. 아침 식사라고 해봤자 커피 한 잔이 다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그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언제나 어찌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시던지요. 커피 한 잔 뿐인 그 분들의 아침 식사 시간은 한 시간을 훌쩍 넘어갈 때가 많아요. 커피 한 잔의 만남을 위해 할머님들이 얼마나 예쁘게 차려 입고 나오시는지요. 머리카락은 모두 은발이지만, 샛노랑, 밝은 초록, 짙은 빨강 등의 화사한 색의 옷을 좋아하시니 멀리서 보아도 할머니 그룹은 눈에 확 띄어요. 마치 색색의 꽃밭 같거든요. 여든이 훌쩍 넘은 나이에, 아침마다 매일 보는 얼굴들인데도 어쩜 그렇게 반갑고 즐거우실까요? 아침마나 매일 볼 수 있는 얼굴들이 있어서는 아닐까요?


얼마 전 발레 다오스타에서 본 한 할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아침마다 길가 벤치 똑같은 자리에 혼자 앉아 해바라기를 하셨어요. 할아버지의 아침 식사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움직이고 말하고 웃고 떠느는 걸 바라보는 것이었죠. 매일 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웃으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누군가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할아버지를 보고 느꼈습니다. 카날레 커피숍 할머니들의 행복한 미소의 비밀은 바로 할머니들이었군요.


아말피 해안가 마을 친구네에서의 아침 식사 시간이 떠오르네요.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남부 바닷가 사람들은 아침 식사 시간이 느긋합니다. 바다가 보이는 정원이나 테라스에서 하얀 식탁보를 깔고, 우선 갓 짠 신선한 오렌지 주스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죠. 집에서 만든 홈페이드 요거트가 나오기도 합니다. 식탁에 놓인 갓 구운 빵과 살구, 딸기, 라즈베리, 무화과 등의 여러 가지 홈메이드 마멀레이드와 꿀을 맛봅니다. 따뜻하게 토스트한 빵에 꿀과 신선한 버터를 발라 한 입 베어 물 때 즈음이면, ‘보골보골’ 모카포트에서 고소한 향기의 커피가 올라오지요.

아......여기까지만 먹어도 배가 부를 텐데요.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남부 사람들은 아침으로 한국 사람처럼 짠 음식도 즐깁니다. 소금물에 절인 초록 올리브, 소금을 뿌려 숙성하고 뼈를 발라낸 후 올리브 오일에 절인 앤쵸비, 신선한 리코타 치즈가 곁들여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인아웃으로 이용하는 이탈리아 북부의 밀라노는 어떨까요? 삶의 리듬이 경쾌하고 매우 빠릅니다. 시간은 곧 금이죠. 아침 식사도 앉아서 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바에 서서 작은 에스프레소 한 잔이 다 인 경우도 많죠. 작은 브리오쉬-남부에서는 코르네또라고 부릅니다.- 하나를 곁들이면 이미 아침 식사는 끝났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바에 선 채로 호로록 재빨리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거나, 브리오쉬를 깨물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바 아래 발치에는 브리오쉬 빵 부스러기가 수북히 언덕을 이루지요.


여행하시는 곳 근처에는 유서 깊은 카페테리아가 꼭 하나 둘은 있을 겁니다. 둘러보실 곳이 많아서 앉을 시간이 없으시다구요? 이탈리아 사람처럼 바에 서서 신선한 커피를 한 잔 시켜 보세요. 위가 예민해서 에스프레소는 힘드시다구요? 커피는 적게 넣은 ‘카푸치노 키아로’를 시켜 보시죠.


아름다운 커피숍에 앉아 여유 있게 책을 읽으며 아침 식사를 하고 싶으시다구요? 그렇다면 그 도시에서 가장 아름답고 럭셔리한 카페테리아로 가 보세요. “가장 비싼 곳에서 아침을 먹는다구?” 왜냐고 물으신다면, “이탈리아에서 다른 것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한 두 시간을 보내실 수 있으니까요.” 라고 대답해 드리고 싶어요.


트러플 버섯 경매로 유명한 피에몬테 주의 ‘알바(Alba)’에는 ‘카페 테아트로(Caffè Theatro)’라는 카페테리아가 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커피숍이에요. 그런데 제가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이 커피숍에 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햇살이 좋은 날은 밖에 앉아 해와 바람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알바 근처에서 카푸치노를 제일 맛있게 잘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페퍼민트 차의 향과 맛도 남다릅니다. 티백 차에 비할 바가 못 되지요. 매일 신선한 머핀, 브리오쉬, 여러 종류의 케이크, 비스킷 등도 맛볼 수 있습니다.


가끔은 재미있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요. 작년 말이었던가요, 올 해 초였던가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루도비코 에이나우디(Ludovico Einaudi)의 콘서트가 그 커피숍 근처 극장에서 열렸어요. 커피숍 이름 그대로 ‘극장 커피’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있습니다. 여러 공연이 열리는 극장에서 가장 가까운 커피숍이기 때문이죠. 티켓을 쉽게 구하지 못 해 아쉬워하다, 주인 아주머니께 혹시 표를 구할 수 없을 까 여쭤봤죠. 아주머니는 비밀스럽게 번호 하나를 건네 주셨어요. “방금 루도비코 에이나우디가 커피 마시고 갔어요, 팬이었다니 아쉽겠어요, 바로 손님이 앉은 그 자리에 있었거든요.” 아주머니 덕분에 표도 구입하고 콘서트도 잘 볼 수 있었답니다.

하루는 신의 물방울 20권에 나온 몬소르도 와인의 와이너리 대표 브루노 체레또 할아버지와 인사를 하기도 했지요. 바로 옆에 앉아 계셨거든요.


여러분이 여행하는 곳에 궁궐이 있다구요? 궁궐 안뜰이나 궁궐 안 홀에서 아침 식사는 어떠세요? 토리노의 베나리아 레알레(Venaria Reale)와 빨라쪼 레알레(Palazzo Reale)에는 성 안에 커피숍이 있답니다. 햇살을 받으며 맛있는 커피와 신선한 브리오쉬 하나, 어떠세요?

하루의 시작을 여는 아침 식사, 밝은 햇살 받으시면서 밖에서 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