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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버팀글 May 23. 2021

주말이 끝나는 게 아쉬워

시간아 천천히


  일요일 오후다. 줄어만가는 주말 휴일의 휴식이 아쉽기만 한 시간. 그러게, 시간은 너무 빨리 흐른다. 그도 그럴 것이 평일에는 주말이 오기만을 고대하고, 주말이 끝나면 다음 주말을, 공휴일을, 휴가를, 명절이 어서 오기만을 바란다. 지금 같은 주말 오후 말고는 주구장창 시간이 어서 가기만을 바라고 사니, 쏜살같은 시간은 당연할 수 밖에다.


  집에만 있기가 좀이 쑤신 둘째의 손에 이끌려 놀이터에 나왔다. 허나 아이와 같이 놀 만한 또래는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 나서서 같이 놀아주는 게 좋은 아빠의 덕목이겠으나, 오늘은 좀처럼 의지가 나질 않는다. 보호자로서 같이 나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 다행히 아이도 내게 기대치가 없는 듯, 혼자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잘 논다.


  귀찮은가 보다. 많은 게. 일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을 만나는 것, 집안일,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 글 쓰는 것도. 그저 피곤함에 지친 몸뚱이를 뉘인 채, 스마트폰이나 티비를 보는 것으로 수많은 해야 할 것들을 대체한다. 내 이런 게으름이 흐르는 시간의 속도라도 더디게 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야속하게도 월요일은 이제 코앞이다.

  

  다행히도 아이는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 자기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오빠들 틈 속에 섞였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나이가 들 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 여기는 이유'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그건 바로 '새로운 경험의 부재'라는 것. 처음 겪는 일 투성이인 아이의 하루는 겹겹이 새로운 기억으로 쌓여 훨씬 밀도가 높은 반면, 뭘 해도 늘 하던 것, 전에 해 본 것이 된 어른의 하루는 특정한 기억으로 저장되지 못한 채 휘발되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이 빠르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 결국 움직여야 한다. 흘러만 가는 시간이 아쉽거든 어떻게든 움직여서 새로이 경험해야 한다. 매일 공장에서 똑같은 방식과 공정으로 똑같은 제품을 똑같은 개수만큼 만들며 흘려보내야 하는 하루하루에 몸서리치고 싶지 않다면, 고대하던 주말만이라도 달라야지. 마침 아이와 놀던 오빠들이 놀이터를 떠난다. 얼른  마무리하고 가서 아이  잡고 뭐라도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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