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 말고 내 아들이
아빠는 우리 가족 중에 누가 제일 좋아?
침대에 누운 아들이 자기를 재우기 위해 옆에 앉은 내게 물었다. 오늘부터 아들은 자기 방에서 혼자 자기로 결심했고, 처음인지라 적응이 필요할 듯하여 잠들 때까지 당분간 함께 있어주기로 했다. 오늘 있었던 일 등을 두런두런 얘기하다 갑자기 물어온 질문이었으나, 나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아빠는 엄마가 제일 좋지."
자기가 아닌 게 서운하면서도 대답이 너무 빨리 나온 게 놀란 듯해 보였다.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번엔 내가 물었다.
" 아들은 우리 가족 중에 누가 제일 좋아?"
"음... 엄마랑 아빠 중에 누굴 골라야 할지 헷갈려."
난감해하는 표정에 나는 웃으며 네 동생은 고민의 영역에 들어가지 않냐고 물었더니 단호히 아니란다. 동생을 좋아하고 아끼는 오빠지만, 분명 동생이 본인을 난감하게, 성가시게 만들기도 하리라.
아무튼 자기는 아빠가 제일 좋은지도 모르는데 아빠는 아니라고 선을 딱 그으니, 혹시나 상처 받을까 싶어 아들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아빠가 살면서 누군가를 처음 딱 만나자마자 그 만남을 기뻐하고 감동하며 눈물까지 흘린 건 세상에 딱 한 사람, 바로 우리 아들이지. 엄마를 처음 만났을 때도 좋았지만 감동을 받은 건 아녔으니까. 네 동생을 만났을 때도 감동이었지만 아무래도 아들이 첫 경험이라, 제일 컸던 것 같아."
아들이 그 말에 반색하며 이불을 뒤집어쓴다. 너무 기분 좋은 말이라며 어쩔 줄 몰라하길래, 이왕 기분 맞춰주는 거 하나 더해 준다.
"네가 태어나고 아마 그게 삼일째 쯤 되는 날이었나? 침대에서 잠든 아들 얼굴을 옆에 누워 바라보는데, 아빠가 그때 깨달았지. 아, 이래서 사람들이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구나라고. 아무 움직임도 없이 숨소리만 새근거리며 잠든 그 모습만 바라보고 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내 얘기에 아들이 소리 내어 까르르 웃었고, 그 소리에 안방에서 잠들려던 아내가 시간이 너무 늦었다며 얼른 재우라고 독촉한다. 같이 웃던 나도 정색하며 아들에게 이제 자라고 목소리 낮춰 이야기하고는 손을 꼭 잡았다.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 그 작던 아기가 초등학생이 되어 이제 혼자 잔단다. 기특하고 아쉽다. 잘 자라줬다. 그렇게 자라 어느 순간 내 품을 떠날 생각 하니 마음이 싱숭생숭 댄다.
한 편의 미술품처럼 잠든 그 어린 아기 얼굴이 문득 생각이 나 예전에 sns에 올렸던 걸 찾아냈다. 그때의 얼굴이 지금 침대에 잠이 든 평온한 얼굴에 여전히 남아있음이 괜스레 고마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