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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믈리에 릴리 Apr 20. 2024

Hôm nay cũng thành công

오늘도 성공, 한 걸음 나아간다.  

Hôm nay cũng thành công

(홈 나이 꿍 탄꽁, 오늘도 성공)


외국에 사는 현지어에 대한 사람들은 태도는 두 가지이다. 

한 가지는 어느 정도 소통이 되는 수준을 익히면 더 이상 언어를 배우지 않는다. 

나머지 사람들은 사는 동안 계속 꾸준히 배워나간다.

그중 나는 후자였고 그렇게 계속 공부하는 스스로를 기특하게 생각했다. 


현지에 파견되기 전부터 국내 훈련 기간 동안 기초적인 생활 언어를 배웠고

단원 활동을 시작하며 학교의 배려로 한국학과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베트남어 과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매주 1~2번 과외를 받으며 꾸준히 베트남어를 배웠다.

1년 반이 지나 귀국하게 되면서 베트남어 인증 시험을 볼까했다.

그런데 접수하는 선생님께서 실력이 부족하다며 정규 수업 과정을 들으라고 했다.


그동안 2년 가까이 꾸준히 공부했는데 실력이 안된다는 말에 자존심이 상했다.

게다가 귀국을 앞두고 여러 분주한 마음 때문에 고민 끝에 시험은 보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그동안 배운 것이 아까우니 까먹지 않게 계속 베트남어를 공부해야지 생각했다.

그러나 학업과 결혼 그리고 육아의 세계까지 펼쳐지면서 베트남어는 점점 멀어져 갔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나고 어느 날 다시 베트남어가 생각났다.

수첩형 다이어리에 하루 일정과 가계부를 쓰며 한 귀퉁이에 하루 한 문장 베트남어를 적었다.

까먹지만 않게 한 문장만 하자라는 생각이었다.

그것만으로 ‘나는 외국어 공부하는 엄마’라는 자만감(?)을 가지며 스스로를 칭찬했다.


하지만 그 수첩마저 백지로 남겨졌던 시기가 있었다.


몸이 회복되고 나서 ‘어린 왕자’를 베트남어 원서로 공부하는 강의 홍보를 보게 되었다.

이것 역시 멋있어 보여 신청했다.

초급반인 내가 중급반을 신청했으니 진도 따라가고 과제 제출하기도 벅찼다.

그래서 과제를 해내기 위해 파코기(파란코끼리의기적) 아침 루틴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모임에서 알게된 아이캔대학을 시작하며 진짜 공부와 성장에 몸담게 되었다.


배움의 장벽은 시간, 에너지, 돈일 것 같지만 그보다 스스로의 나태와 정체기가 문제였다.

10년 후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만들고 그것을 베트남어로 번역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먼 미래가 아닌 지금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공부는 지치고 있었다.


그래서 베트남어 시험을 신청했다. 15년전 베트남에서도 보지 못했던 시험을 말이다. 

시험을 본다고 생각하니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이동중에도 베트남어 단어를 들으며 시험준비를 했다.

점수가 바로 확인되니 꽤나 신경이 쓰였고, 시험 날짜까지 집중과 긴장의 나날이었다. 

시험 장소는 10여 년 전 내가 공부하던 곳이었다. 

오랜만에 다시보는 캠퍼스와 건물들, 그곳에서 다시 베트남어 시험을 보는 기분은 오묘했다.


어떤 것이든 배운다는 것은 성장이다. 조금씩 쌓아가는 맛이 있다. 

나는 여전히 베트남어를 유창하게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전혀 들리지 않던 말들이 조금씩 들릴 때의 기쁨이 있다. 

어제보다 오늘 내가 더 멋지다고 으쓱해 질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일들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그 시간에 더 중요한 다른 일을 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더 많이 쓰이는 다른 언어를 배우라고도 한다.


"만약 내가 남들과 다르게 행동한다면 그건 내안에서 들려오는 북소리가 다르기 때문이다.(월든)"

베트남어는 나만의 북소리였다.

어느 블로거의 말처럼 "그런 걸 왜 해?"를 "그걸 어떻게 했어"로 바꾸어 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남들보다 빠르다고 기뻐하지 말자.

남들보다 느리다고 걱정하지 말자.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오늘도 베트남어를 공부하며, Hôm nay cũng thành công. (홈 나이 꿍 탄꽁, 오늘도 성공)


꾸준히 걸어나가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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