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은 한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회복 :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
극복 : 이기어 도로 회복함.
어느 날부터 손이 조금씩 붓고 욱신거린다는 느낌을 들었다. 특히 밤에 자기 전에 매우 아팠다. 눈에 띌 정도로 손도 많이 부어서 한의원에 가보았다. 요즘은 약침이라고 해서 약물을 주사기로 직접 손에 주사해 주었다. 손에다 주사를 몇십 번씩 맞으려니 정말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할 정도였다. 한의원에서 약침, 침, 물리치료를 받아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한의사도 계속 차도가 없으면 류마티스내과를 가보라고 했다. ‘류마티스내과’가 있다는 것도 이때 처음 알게 되었다.
손과 발이 너무 붓고 아파서 밤이 오는 것이 무섭고, 통증은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근처 대학병원에 방문했는데 당일 진료도, 다음 주 안으로 예약도 불가능하다 했다. 진료받을 때까지 기다린다고 하고 집에 갔다가 마지막 진료 시간쯤 다시 병원에 가서 1시간여를 기다렸다. 간단히 진료받고 엑스레이, 피검사, 소변검사 등 여러 가지 검사를 마치고 2주 후에 오기로 했다. 의사는 진통제만 처방해 주었다. 기다리는 2주 동안 진통제만으로는 통증을 견뎌낼 수 없었다.
손과 발을 넘어 이제는 무릎까지 모든 관절이 너무 아프고 증상이 류마티스와 비슷해서, 류마티스겠구나 했다. 아직 40살도 안된 나이인데 류마티스라니 암담한 심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이 되자
'혹시 류마티스가 아니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인을 모르거나 병명이 나오지 않는데 이렇게 아픈 거면 더 큰일이 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엄습했다.
결과는 류마티스가 아니었다. 다시 검사하고 가라길래 우선 다른 날로 예약해 두고 나왔다. 더 이상 통증을 참긴 힘들었고 병원에 대한 신뢰도 생기지 않았다. 증상이 점점 더 심해져서 지인이 알려준 류마티스내과에 방문하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에게 일반 진통제로는 견딜 수 없어서 정말 너무 아프다고 거의 살려달라고 매달렸다. 의사 선생님도 부은 손을 보더니 류마티스가 의심된다면서 우선 스테로이드 약을 처방해 주었다. 피검사, 소변검사, 손 엑스레이까지 찍고 돌아왔다.
1주일 후에 검사 결과를 들었는데, '루푸스'란다. 너무나도 생소한 이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제야 그 생소한 병명을 찾아보니 증상이 비슷했다. 의사 선생님은 지금 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든 상황인지를 남편에게도 알려주었다. 입원을 권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어려 입원을 하면 세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었다.
루푸스로 통증과 인지장애, 면역력 저하, 레이노 증후군, 탈모 등 셀 수 없는 여러 가지 증상을 겪었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류마티스증상이었다. 관절마다 아파서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특히 손과 발이 많이 붓고 쿡쿡 쑤시는 통증이 계속되었다. 몸이 너무 부어서 아침에 혼자서 일어날 수 없어 뒹굴뒹굴 몸을 굴리며 반동으로 일어나기도 했다. 새벽까지 아프다가 그나마 가장 고통이 잠잠한 시간이 일어나기 직전의 잠깐뿐이었다.
'아. 정말 그냥 계속 잠들어 버리고 싶다.'라는 생각 아침마다 들었다. 다시 눈을 뜨면 조조강직(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혹은 오랜 시간 한 자세로 있었을 때 관절이 뻣뻣해져 움직이기 힘든 현상이다.)이 시작되기 때문에 계속 잠들어 있고만 싶었다. 그런 생각과 마음들이 쌓여갔던 걸까? 어느 날 인가 갑작스럽게 우울증 증상이 나타났다. 이유 없이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생각이 시작이었던 듯하다. 그 검은 그림자는 점점 더 자주 보이기 시작했고 더더욱 커져만 갔다. 우울증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너무 나약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막상 겪어보니 누군가 계속 내 귓속에서 "나쁜 일이 생길 거야, 넌 안돼, 뭐 하러 열심히 하니, 죽고 나면 다 끝이야."라는 말들이 끊임없이 들리는 것 같았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다 소용없어"라는 마음이 불쑥불쑥 솟아오르곤 했다. 우울증에 걸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하는 뉴스를 볼 때 '너무 나약한 거 아니야?'라고 쉽게 생각하기도 했던 나 자신을 반성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삶을 포기하게 되는구나,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병원에 갈까, 검사라도 받아볼까, 매일 고민하기도 했지만, 스스로 느끼는 심각함만큼의 증상이 뚜렷한 건 아니었다. 그렇게 혼자만의 우울함은 계속되었다. 계속 깊고 어두운 굴로 빠져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 영상에서 켈리최를 만나게 되었다. 아침마다 눈뜨고 싶지 않을 때 켈리최 영상을 틀고 확언을 들었다.
“오늘도 즐겁고 기대되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확언을 들으면 하루가 기대되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조금씩 생겼다. 매일 눈을 뜨자마자 이 문장을 떠올렸다. 켈리최 역시 우울증에 힘들었으나 이겨낸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울증을 밀어내기 위해 내가 한 첫 번째는 인정하기, '알아차림'이었다. 있는 그대로 나의 상태를 알고, 인정했다. 그래 내가 지금 우울하구나, 마음속에 불안한 마음이 또 올라오는구나. 한 발짝 떨어져서 또 다른 내가 나를 지켜보듯이 나의 감정을 살펴보았다. 그럴 수 있다고 우울하고 두려울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두 번째는 하나씩 실행하고 성공하기였다. 내 의지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아주 간단한 것부터 해보는 것이다. 100이라는 목표에서 10조차 힘들다 생각되면 1만 하자고 생각했다. 작은 것부터 나누어서 해내다 보니 나도 할 수 있다는 뿌듯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못해도 괜찮아.'
'내일 해도 돼.'
'이것만 해도 잘한 거야.'
아침에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실천하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느낌이 들게 되었다. 불안한 마음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조금씩 밀어내기 시작했다. 겨울의 꽁꽁 언 땅을 봄의 새싹이 조금씩 밀어내듯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용기와 성취감은 나를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아니 오히려 이전 보다 더 많은 것들을 얻게 되었다. 나에 대해 더욱 자세히 들여다 보고, 나의 꿈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건강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기에 더욱 시간을 소중하게 쓰고, 꿈을 향해 노력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p.s 지금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 끝이 보이지 않는 분들도 작고 연약한 새싹의 힘을 믿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