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리스타 KM May 08. 2023

가끔 나는 너의 생각이 궁금해

중도 자폐스펙트럼의 일상생활훈련기능

말대신 의미 없는 소리로 표현을 자주 하고,
가끔 허공을 응시하며 눈 맞춤이 안되다가 갑자기 눈 맞춤을 하며 눈빛을 교환하게 될 때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어느 날 수업 의뢰가 들어왔다.  20대의 중증 자폐스펙트럼의 성인. 나는 많이 여러 이유로 망설여졌었다.  

첫 번째, 그녀의 경험. 그녀는 20대가 될 때까지 수없이 많은 경험이 있었다. 각 종 치료와 좋다는 수업은 이미 그녀가 다 경험한 터였다.

두 번째, 나의 무경험. 자폐아동에 대한 인지치료는 그동안 수업을 많이 해 왔으나 그 대상이 유아나 아동이었기 때문이다. 성인은 처음이었다.

세 번째, 그녀와 나의 시간. 내가 치료를 맡게 된다면 나는 그녀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고 그녀는 나에게 시간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야 되는 책임감이 있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자폐스펙트럼 
의미 있는 의사소통의 어려움
감정적 소통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는 발달의 문제

*자폐적 임상 양상
R Repetitive 반복적인 행동(의미없는 말과 행동을 반복)
R Ritual 의식 절차(순서와 의식대로 진행되어야 만족)
F Fixation 집착(알파벳이나 색깔에 집착)

                                                 금쪽같은 내 새2023.5.5 참조


며칠을 고민하다가 한 번 해보기로 결심을 하고 마음을 먹었다. 성인은 처음이라 많이 찾아보고 준비하였다.


첫 시간, 그녀는 나와 작은 치료실에서 첫 수업이 이루어졌다. 그녀는 감각적 불균형으로 인해 손에 자극에 예민하였고, 그로 인해 고무줄을 손으로 늘였다 말았다 손가락에 감았다가 풀었다가를 아주 빠르게 계속적으로 했다. 나는 그녀에게 “고무줄 선생님 주세요.” 하면서 두 손을 그녀에게 내밀었지만 그녀는 그런 행동을 계속 반복하였고, 나 또한 그녀에게 손을 여러 번 내밀었다. 그녀는 어느 순간 나에게 고무줄을 주었다.

나는 그녀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여러 교구들을 준비하였고, 그녀의 현재 상태를 하나하나씩 파악하기 시작하였다.

청각적 주의집중에 반응하는지 아니면 시각적 주의집중에 더 반응하는지, 모방하기는 어느 정도인지, 소리 모방과 행동 모방 중 어느 것에 더 반응하는지 테스트를 하였다. 대체적으로 청각적인 것에 더 자주 반응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고무줄, 비닐 같은 것에 있어서는 빠른 시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말하기는 음절수만큼 따라서 하나 발음은 되지 않았다. 흥이 있는 그녀는 노래가 나오면 박수를 치며 미소를 보일 때가 있었다.

간단한 지시 따르기 예를 들면 앉아, 일어나, 주세요, 눌러 같은 간단한 지시는 오랜 시간 동안 훈련이 되어 왔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인지적인 부분에서는 색깔을 구분하거나 따라서 선을 긋는 것이 어려웠으나 1조각 퍼즐을 같은 모양을 찾아서 끼우는 것은 같은 모양을 찾는 것은 안 되었으나 끼우는 행동은 가능했고, 두드리는 소리를 모방하는 것과 문지르는 소리를 모방하는 것은 가능하였다. 소근육 발달이 더 이루어져야 하지만 스티커 떼는 활동은 잘하였다.


일상생활훈련

지퍼 올리기, 지퍼 내리기는 지퍼가 비교적 큰 지퍼를 준비하였다. 올리다와 내리다의 개념이 없어서 올리고 내리는 행동을 할 수 있으나 언어적인 지시에는 따를 수 없었다.

옷 입기 중에 하의 입기를 해 보았다. 제일 쉬운 고무줄 치마 입기를 하였는데 치마에 다리를 끼우는 것만 가능하였다.

양말 신기는 두 손으로 양말을 잡고 발에 끼는 것까지 가능하였다.


내가 그녀를 한 시간 수업하고 나니 그녀에게 기대하는 바가 생겼다. 내가 그런 마음이 들었다는 것은 그녀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보다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

모든 활동이 끝나고 부모 상담 후 그녀에 대한 교육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1. 표적행동 정해서 감소시키기(수업 중에 의미 없이 내는 소리를 10회 미만으로 감소시킨다)
2. 1가지 언어지시 따르기
3. 소리를 모방하고, 2음절의 말을 음절수만큼 모방한다.
4. 시각적 청각적 주의집중으로 인해 사물을 두 개 중에서 구별한다.
5. 일상생활훈련을 반복을 통해 스스로 한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나는 그녀의 현재보다는 나은 내일을 위해. 또한 그녀의 발달과 기능이 향상되기 위해. 일상적인 훈련을 통해 간단한 기능은 자립할 수 있게 시작할 것이다. 그녀가 의미 없는 소리대신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란 기대와 함께.

그녀와 눈 맞춤이 되어 눈을 맞추는 몇 초동안 나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동 자폐 이야기 5 - 치료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