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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스타 KM Jun 04. 2023

물 따르는 것은 상당한 집중력과 협응력을 필요로 했구나

중도 자폐스펙트럼 일상생활훈련 세 번째 이야기

그녀가 입실을 했다.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느껴졌다. 입술에 피곤하거나 면역력이 약해지면 나는 수포 같은 것이 터져 딱지가 앉은 채로 왔다. 엄마가 말씀하시길 그간 너무 피곤했나 보다고 말씀하셨다.


그녀는 일찌감치 특수학교 같은 곳을 그만두고 홈스쿨링으로 모든 치료와 교육을 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녀의 엄마는 비교적 빨리 아이가 남들과 다름을 알았다고 한다. 두 돌이 채 되기도 전에.

그래서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병원부터 시작해서 조기발달치료를 위해 좋다는 곳은 안 해본 것이 없다고 나에게 얘기했다. 그러다가 학령기 즈음에 남편의 발령으로 해외생활을 하였고, 그 후 싱가포르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녀의 교육과 치료에 난항을 겪게 되었다.




싱가포르는 특수교육이 한국만큼 발달하지 못한 데다가 그 교육비가 어마어마했다. 사립의 경우, 1년에 5천만이 넘는 곳들이 있었다. 그래도 그녀의 부모는 좋다는 교육시설과 병원은 다 찾아서 보냈다. 그렇지만 그녀도 그녀의 부모도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 채 그만 다니게 되었고, 그때부터 홈스쿨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엄마가 나에게 얘기했다.

“선생님, 세아(가명)는 안 해본 치료가 없어요. 2살 때부터 좋다고 하는 데는 다 다녔어요. 아이가 괜찮아지길 바라면서 내가 아이를 차에 태우고 서울을 누비며 치료를 다녔어요.  ** 기관도 다녔고, **도 다녔고. 근데 선생님 지금 생각하면 후회되는 게 많아요. 세아한테 맞았어야 하는데 그때는 그걸 모르고 좋다는 데만 다녔으니까.”

그녀의 엄마는 그 시절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눈에 맺힌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흥을 돋운다. 나의 생목소리로 노래를 해도 그녀는 좋다고 박수를 친다. 그 모습이 순수한 아기 같다.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노래를 반복했다. 세 번 정도 했을 때 갑자기 그녀가 갑자기

“귀코귀”

와우!!!

발음은 많이 부정확했지만 정확한 타이밍이었다. 노래의 끝부분에 귀코귀. 반복한 것을 기억했다.


나는 신체 포인팅하기를 하면서 노랫말에 맞는 부분에 초록색 테이프를 붙였다. 잘 떼어지고 아프지 않은 것으로.

그녀는 소근육도 발달해야 하기에 테이프를 떼어보는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힘 조절이 안 되는 그녀는 테이프를 떼어내기는 하나 자신의 살을 많이 꼬집을 수 있어 나는 테이프가 비교적 잘 떨어질 수 있게 그 끝을 약간 접어 주었다. 노래와 함께 여러 번 떼어내면서 신체 부분을 포인팅 해보았다.

그리고 그림카드를 책상에다 놓여 놓은 후 신체 명칭을 찾는 것을 해 보았다. 그 후에 칠판에 카드 넣는 판을 붙여 놓은 다음, 두 개의 카드를 넣고 변별하는 활동과 기억하는 활동을 병행해서 했다.

오늘은 네가 눈코입귀손발은 포인팅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일상생활훈련은 전 시간에 하였던 활동에 물 따르는 새로운 활동을 하였다. 양말을 신을 때 눈에 띄게 발을 번쩍 느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 단계를 안다는 것이 기특했다. 활동을 하다 보면 그녀가 활동을 수행할 때마다 기특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별 거 아닌 거 같은 행동에 내가  박수를 치고 그녀를 칭찬한다. 물 따르는 것은 그녀가 그동안 해보지 않은 활동이었다. 부모상담시간에 그녀의 어머니한테 들은 얘기지만 그녀가 물을 따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물병을 크기별로 준비했다. 대중소.


그녀의 손을 잡고 작은 물병을 들었다.
물컵을 향해 가지고 갔다.
물병을 적당한 각도로 기울였다.
물을 따르고 1,2,3 숫자를 세면서
물 컵에 물이 채워져 있는 것을 확인한 후
탁자 위에 물병을 세워 놓았다.


물을 따르는 것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 가능했다. 그녀는 여러 부분에서 어려워했다. 물병을 잡고 컵으로 가지고 가는 것, 가지고 가서 물병을 어느 정도 기울여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따라야 하는지 모든 단계가 그녀에게는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같이 손을 잡고 여러 번 반복했고, 물을 따를 때 1,2,3 숫자를 세면서 양을 가늠하게 했다. 얼큼을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 그녀에게 알려주는 것이 쉽지 않은 단계였다. 이 또한 반복이 절실히 필요했다.

물을 따르는 것은 상당한 집중력과 눈 손 협응력을 필요로 했다.

발달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행동되는 대부분의 것들은 반복되는 연습으로 인해 행동되는 것이 많다는 것을 그날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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