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인 Oct 08. 2020

Chill day!

* Day 14 / 20201007 수요일

@Te Anau 


우리만큼 느긋하고 여유로운 대만 커플 친구들과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홀리데이 파크에서 하룻밤을 보내었다. 서로 다음 날 계획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묻는 우리. "내일 뭐할 거야? 뭐하고 싶어?" 무얼 해야만 할 것 같은, 하지 않으면 이 시간을 그냥 흘러 보내는 것 같은 은근한 압박감이 든다. 테 아나우는 밀포드 사우드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마을이다. 이 곳에 오는 관광객들 중의 99%는 밀포드 사운드를 방문하는 사람들일 거다. 우리도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를 타기 위해 이 곳에 왔지만 오늘은 눈이 온다고 해서 목요일에 가기로 했다. 그래서 우린 오늘을 이렇게 이름 지었다. Chill day! 한 마디로 느긋한 날! 


본격적으로 느긋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해변가에 갔다. 바다와 눈 살짝 덮인 산을 보며 몬티스 서머 에일과 칩을 즐겼다. 옆에 아무나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짚 라인이 있어서 다들 아무 생각 없이 깔깔 거리며 두 번 세 번씩 탔다. 그리고 고기를 사랑하는 우리의 제안으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저녁으로 바비큐를 해 먹었다. 이 지역에서 유명한 사슴 고기 스테이크도 구워봤는데 신랑은 여전히 양고기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뉴질랜드 떠나기 전에 많이 먹자! 우린 아무래도 채식주의자는 되기 어려울 것 같다. 

홀리데이파크 옆집 이웃이 준 아스파라거스도 함께!




한국에 돌아 갈 날이 얼마 안 남아서인지 여행 중에도 한국에 가면 새롭게 찾아야 할 집과 직장에 대한 고민이 예고 없이 문득 마음에 찾아올 때가 있다. 어제는 심지어 협회 홈페이지 구인 공고를 1부터 10페이지까지 쭈욱 훑었다. 나도 이런 나의 모습이 썩 멋있어 보이진 않는다. 옆에서 남편이 나를 상기시켜준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뉴질랜드에 있는 이 시간들을 누리는 것이라고. 여행하기 어려운 이 시기에 코로나 청정국가 뉴질랜드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 허락된 것은 선물이고 축복이다. 그래, 이 귀한 기회를 누리고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며 지금 행복하자.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의 상황은 그때의 나의 몫이다. 그리고 나는 충분히 그것들을 또 감당하며 살아갈 것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남자와 함께라면 더 잘 해낼 수 있겠지. :-)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Therefore do not worry about tomorrow,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for tomorrow will worry about itself.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Each day has dnough trouble of its own. 

-신약성경 마태복음 6장 34절



매거진의 이전글 퀸스타운에 냄비를 두고 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