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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한송이 Jun 01. 2023

몰랐던 욕심

13화

"받는 쪽보다 주는 쪽이었어요. 조건 없는 사랑이 진짜라고 생각했거든요. 내 행복을 바란다는 건 뭔가... 이기적인 거 같아 보였달까."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행동한다. 약자를 위한 선행은 뿌듯함을 자아낸다. 이는 뿌듯함이 행복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실천하는 것이다. 타인을 향한 배려는 다정함으로 보인다. 타인의 긍정적인 평가는 스스로를 인정하게 만들어 행복으로 전환되므로, 유지하는 것이다.

고로, 조건 없는 사랑은 없다. 애초에 사랑 역시 자기만족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사랑함으로써 나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되는 마법 같은 일이니까.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에요."


부모와 자식 관계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뉴스에 종종 나오는 극악무도한 사례를 못 본 건가.

우리는 자식을 농사에 빗대었던 과거를 지나, 투자에 빗대는 현대 사회에 살고 있다.

노후에 혼자 남는 것이 두려워 자녀를 낳아야 하나 고민이라는 출연자도 있었다.

내가 언제 낳아달라고 했냐며 소리 지르며 대드는 청소년들의 모습도 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결국 본인을 위해서 낳고, 따진다.

일반적인 상황만 놓고 보자고 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아프지만 말아라,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등의 말도 조건이 붙은 셈이다.

내가 아프면 부모님은 불행하다. 내가 불행하면 부모님은 불행하다.


"내 행복보다 상대방의 행복을 비는 마음이 1%라도 더 크다면, 그건 상대방을 위한 거죠."


이건, 동의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어떠한 마음이 100% 상대방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뿐이니까.


"근데 제가 바란 게 없는 건 아니었나 봐요.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는 조건을 보면."


청년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

순간의 정적.


"사랑하는 사람한테 받아야만 돌아갈 수 있어요. 무엇이든, 그저 나를 위한 것만을요."


이승에서의 욕구를 충족시켜야만 돌아갈 수 있는 이상한 마을.

나는 글을 포기하고 아픈 몸으로 생계에 매달리다가 이곳에 왔고, 글을 써야 한다.

다름의 아버지는 아이를 잃어 삶을 포기했다가, 다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 청년은,

받을 필요 없이 주기만 하면 된다고 믿은 사랑을 했다가, 받아야 한다.


참으로,

악독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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