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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한송이 Jun 07. 2023

두근거리는 소음

14화

주고받는 일은 사회 구성원이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서 기본으로 갖춰야 하는 기본 조건인데, 유독 둘 중 하나만 하는 경우가 있다. 주기만 하는 것도, 받기만 하는 것도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성선설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나름대로 심리 파악을 해봤다.


"주기만 하는 사람은 자기가 사랑이 넘치는 경우예요.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서 그걸 나누고 싶은 거죠. 받기만 하는 사람은 사랑이 부족한 경우고요. 주는 방법을 모르는 거라고 봐요."


최대한 좋게 포장하자면 그렇다. 준만큼 받고 싶어서-, 상대방을 이용하고자-와 같은 상황을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다. 마음을 계산하는 사람들은 논외로 치고 싶을 뿐.


"사랑을 넘치게 받았던 건 사실이죠, 하하. 음... 어쩌면 전 조건을 붙인 거 같아요. 내가 이만큼 주면, 너도 그만큼은 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요."


명확한 자기 객관화였다. 지나치게 높은 기준에 맞춰 자신을 낮게 평가한 모양새는 아니었다.


부러운 사람이네, 나는 그런 게 잘 안 되는데.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자존감이 높고, 괜한 자존심을 부리지는 않고.

오지랖이 좀 있는 거 같지만, 감당할 수 있으니까 나섰겠지-싶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뭘 얼마나 가져다 바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유는 어렴풋이 짐작 가능했다.


"그쪽은 넘치는 것만 준 게 아니라, 스스로의 일부도 떼어낸 거 같은데요."


욕심 없는 사람은 없다.

준만큼 받고 싶은 건 당연하다.

남을 이용하는 사람에 비해 기브 앤 테이크를 요구하는 사람이 훨씬 낫다.

단, 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준 경우는 제외하고.

왜 인터넷에 유명한 말이 있지 않은가.


'나의 심장소리도 누군가에게는 소음이었다. (출처 미상)'


청년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보는 낯선 표정.

대상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짤막하게 한 줄 편지를 써 보내겠다.


To. 신원미상

안녕하세요. 부탁입니다. 이 사람에게 뭐든 아무거나 보내 주세요. 제가 욕할지도 몰라요.

From. 한송이


그때 갑자기 심장이 아려왔다.


쿵.


숨이 가빠왔다.


젠장. 망할 몸뚱이가 죽어가나.


"정신 차려봐요!!!"


청년의 놀란 목소리는, 물에 귀를 반쯤 잠긴 것처럼 투명한 보호막에 쌓여 왕왕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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