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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한송이 Aug 11. 2024

한 뼘의 희망

어쩌다 보니 밴쿠버, D-69

조금이라도 어릴 때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 더욱 커다란 시야를 갖게 해 준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틀린 것 하나 없다.


곧 불혹의 나이를 갖게 될 학생들과,

이제 막 스무 살을 갓 넘겨 밴쿠버에 도착한 학생들의 

삶에 대한 태도는 꽤 커다란 차이를 보여준다.


물론 내가 마주한 사람들이 이 세상의 전부도 아니고,

일부분이겠거니 인정하기 때문에 일반화하고자 하는 의도 역시 없다.

시니컬하게 세상을 대하는 스물세 살 대학교 졸업생은

마치 자신이 다 산 사람처럼 냉소적인 태도로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고,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르신은 난처한 상황에서 재치 있게 상황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극히 일부일 뿐이다.


모든 게 새롭고 즐거운 나이엔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 역시 쉽다.

언어 장벽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국가의 친구를 금방 사귀는가 하면,

함께 어울려 다니면서 식견을 넓힌다.

그에 반해 세상의 눈초리에 지칠 대로 지쳤던 이들은 모든 행동이 조심스럽다.

때때로 제 고집을 부리다가 유쾌하지 않은 일을 겪기도 한다.

"그럴 수도 있지."


타인을 대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 가짐이다.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길 줄 아는 것.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그 자체를 수용하고,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기에

마치 나도 조금은 나이 들어버린 느낌이 들 때가 있어 괜히 서글프다.


괜찮다.

한국에서보다 두 살이나 어린 캐나다에서

내가 못 할 게 무엇 있으랴.

생각이 늙어버린 뒤라

하늘만 보고도 꺄르르 웃었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기는 어렵겠지만,

내가 아닌 타인과 사고방식, 문화를 직접 겪음으로써

한 뼘 정도 더 마음을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오늘도 예쁘게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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