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밴쿠버, D-19
그냥 그런대로 넘기는 사람들의 생활 습관이 참 부럽다.
심각하지 않고, 생각보다 무심한.
모두에게 친절하기에 정 많고 따뜻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누구보다도 거리 두기가 확실한.
수업 중 만난 한 언니가 내게 느낀 첫인상을 털어놓기를-
일부러 쌀쌀맞게 구는 여린 사람 같았다고 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여린 사람은 아니다.
잘 아는 사람들은 외유내강의 표본 중 하나로
나를 꼽는다.
직장에서도, 학원에서도, 연인에게까지도
독하다는 평가가 앞선다.
나쁜 의미보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정이 많다.
그래서 일부러 쌀쌀맞게 구는 건 맞다.
친구 중 한 명의 가치관은 이렇다.
364일 착하다가 하루 신경질 내면
나쁜 사람이 되는데,
364일 못됐다가 하루 신경 써주면
알고 보니 좋은 사람이더라- 소리 듣는다고.
그래서 쌀쌀맞게 구는 건 아니지만,
굳이 매일 모두의 상태를 고려해서 나를 돌보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이미 한 번 크게 데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남은 항상 배제해 둔다.
당장의 주변 사람만 챙기기도 바쁘니까.
노력 중이지만 그럼에도 단 한 번 마주친 사람에게 보다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낀다.
나쁜 사람이라는 주변의 평을 들었더라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
그냥 그런대로 옆에 있을 수 있다.
그러다 또 거리 두기에 실패해서 화를 입는다.
이게 반복되다 보니,
맺고 끊음이 확실한 성격을 동경한다.
몇몇 이런 친구들이 있다.
한 녀석이 말하기를, 그게 미덕이란다.
자신을 위해서 끊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남을 위해서 놔주면 된다고.
그러면 상대방 역시 시간이나 감정 낭비할
이유가 없어지니 윈윈이라고.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아직 마음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