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착각이 불신을 부릅니다(1)
구직 사이트에 나온 채용공고에 '가족 같은 회사', '가족 같은 분 위기'라는 표현을 가끔 보게 됩니다. 가족처럼 편하고 인간미 넘치는 곳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문구일 겁니다. 역으로 열악한 근무 조건이나 환경을 감추기 위한 의도로 사용된다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해, 채용공고에 이러한 문구를 사용하거나 회사 내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입사지원자도 순진하게 이 같은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사장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이 말은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사장이 진심으로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 또 하나는 ‘가족'이란 말로 포장하여 직원의 헌신과 애착, 열정을 요구하기 위해서 일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이라는 말로 포장한다면 현 실태를 모르는 사장의 착각이고 그 착각이 직원들과 불신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이미지만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MZ세대들은 '가족 같은 회사'라는 말을 할 때 가족의 '족'에 강세를 두며 냉소적으로 말합니다. '당사는 가족 같은 분위기입니다.'라는 표현에 대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는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 원뜻 : '가족처럼 편안하고 서로 챙겨주는 분위기입니다',
• 새로운 뜻 : '가족처럼 널 부려 먹겠다. 혹은 진짜 가족 회사일 수 있음'
그만큼 가족이란 표현에 부정적 생각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달로 이 같은 회사들의 정보는 널리 공유되게 마련입니다. 채용공고에 이런 말이 있으면 대충 어떤 회사인지 감을 잡고 기피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창업 초기 좋은 대우를 할 수 없는 회사, 근무환경이 열악한 임가공업체, 아니면 좀 올드하다는 느낌을 주는 회사라는 식으로 판단해 버립니다.
지난해 트로트 붐을 타고 유행했던 둘째 이모 김다비(김신영)의 '주라 주라'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회사 내 을(乙)의 입장을 잘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는 노래입니다.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가족이라 하지 마이소.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그냥 웃고 넘길 수 없는 가사입니다.
채용공고뿐 아니라 회사 내에서도 ‘가족 같은 회사’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직원들은 믿지도 않을뿐더러 급여나 복지, 근무 환경 등으로 회사를 1차 판단합니다. 설혹 믿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직원에 대한 권고사직, 해고 등이 발생하면 회사에 배신감을 느낍니다.
사장 입장에서도 직원의 회사에 대한 충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열정과 헌신을 요구합니다. '가족 같은 회사' 이니까요. 그렇지만 문제 있는 직원이 생기거나 사업이 어려워지면 사람에 손을 대게 됩니다. 이때는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상황이 최악이어도 직원이 가족이라면, 해고는 하지 않겠지요. 결국 모순되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조건이 좋은 회사가 나타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을 보면서도 사장은 배신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상호 모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직원과의 신뢰가 깨져 버립니다. 직원들도 사장을 믿지 않고 사장도 직원을 의심하게 됩니다. 서로 간에 불신이 싹트게 되는 것이죠.
회사란 조직 자체가 이익을 목적으로 해서 계약으로 구성된 이익 집단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장과 직원 모두 서로에 대한 환상을 가지지 말아야 합니다. 회사를 기본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 간에 동맹이나 스포츠팀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링크드인의 공동창업자인 리드 호프먼은 본인의 저서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서 '가족 같은 회사는 없다'라고 말합니다. 회사는 가족이 될 수 없는데도 양쪽 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회사는 직원의 충성심은 요구하면서 그 대가인 고용보장은 약속하지 않는다. 직원은 애사심이 있다고 하지만 더 좋은 기회가 생 기는 순간 바로 이직한다.” 이런 양측의 거짓말로 인해 성립된 관계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만다고 설명합니다. 회사는 능력 있는 직원들을 잃게 되고, 직원은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 대안으로 호프먼 은 회사와 직원 관계를 ‘동맹‘(alliance)의 개념으로 보기를 주장합니다.
유명한 넷플릭스(Netflix)도 '우리는 스포츠 팀이지 가족이 아니다(We’re a team, not a family.)'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프로구단에서 우수한 선수들을 영입하여, 우승을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회사도 '가족'이 아닌 '능력 있는 사람들'을 모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정'을 우선시하는 우리 한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냉정하고 인간미가 떨어지는 말이긴 합니다. 하나 이것이 현실입니다. 어설프게 '가족 같은' 이란 말로 포장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솔직한 표현입니다.
사장은 말하자면 구단주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인재를 모으고, 좋은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팀원 간에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지를 고민의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합니다. 직원들은 선수이고 팀원입니다. 직원들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인지하며, 성과를 내고 팀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중에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다른 프로팀으로 옮기기 위해서라도 지금 맡은 역할을 대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요컨대 가장 중요한 점은 일을 매개로 한 상호 '신뢰'입니다. 계약으로 맺어진 스포츠 팀이더라도 팀 내에 불신이 생기면 결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보게 됩니다.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우리는 많이 봐 왔습니다. 회사도 이와 전혀 다를 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