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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Nov 20. 2022

라멘집 갔다가 만난 잘 설계된 키오스크 UX

영수증 리뷰 넛지 주는 방식은 특히 정말 세련되었다고 느꼈다.


오늘 강남에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키오스크 UX설계가 잘 되어있는 식당을 발견해 브런치를 꺼내본다. 키오스크 UX는 부정적인 케이스밖에 만나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이 라멘집의 경우에는 고객 경험에도 긍정적이고, 나아가서는 재방문율 상승, 신규 유입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마케터의 관점에서 한번 살펴봤다.




좋았던 점 1. 키오스크가 자리마다 있다.

많은 사람들이 키오스크를 쓰는 것을 꺼려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한정적인 시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내 소중한 한 끼를 맛있게 먹기 위해 방문한 식당인데, 어떤 메뉴가 있는지 찬찬히 둘러보고 고민할 시간은 충분해야 하지 않을까?


키오스크의 경우에는 뒷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때 메뉴를 충분히 보고 결정하기가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결제 때 버벅거리는 것도 괜히 민망해지는 것 같다. 이러한 심리적 부담이 키오스크를 쓰는데 진입장벽으로 다가올 것 같다.


반면, 이 라멘집은 자리마다 키오스크가 있어 메뉴를 천천히 볼 수 있어 좋았고 사용방법이 어려우면 직원들에게 물어볼 수 있는, 직원들이 홀에 나와있는 구조여서 더 좋았다.(심지어 아주 친절하셨다)



좋았던 점 2. 결제 후 나오는 영수증 리뷰 쓰러 가기 창

사실 위의 장점(자리마다 키오스크 설치)은 포차 같은 곳에서 종종 본 사례이기도 하고, 쉽게 생각해낼 수 있는 개선점이는데, 이 '영수증 리뷰 창'은 정말 임팩트가 있었다. 내가 이 사례가 정말 임팩트 있었다고 느낀 건 보통 리뷰를 잘 쓰는 편이 아닌데도 '그 1) QR을 보고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2) 리뷰 작성, 별로 어렵지도 않은데 써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유도하는 대로 잘 따르는 편,, ㅎㅎ)


보통 혼밥 하러 왔을 때 주문하고 나면 뭘 하는지 생각해보자. 나의 경우에는 대부분 음식 나오는 시간을 휴대폰 하는데에 쏟았던 것 같다. 이 라멘집은 다른 음식점과 다르게 음식이 나오는 시간 동안에 '영수증 리뷰'를 해보라고 제안해준다. 사실 혼밥을 하러 와서 휴대폰을 보는 것은 정말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한다기보다 가만히 있으면 민망하기도 하고 휴대폰을 보면서 심심함을 달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권유받으면 '심심한데 뭐, 해볼까?'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고 나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QR코드라는 개념이 많이 익숙해졌기 때문에 더 효율이 좋아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나는 다른 메뉴가 뭐 있나 구경하느라고 이 창을 빠르게 껐지만, 만약 음식이 나올 때까지 이 창이 열려있게 설정해둘 수 있다면 라멘 사진을 담은 포토리뷰를 써줄 가능성도 높아질 것 같다. 흐름 상 맛은 보고 리뷰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러우니까 조금 길게 그 창을 띄워놓아도 좋을 것 같다.


이 영수증 리뷰 창을 보고 너무 신박하다고 생각해 다른 주변 라멘집들보다 후기가 많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 라멘집들의 후기 리뷰 개수도 찾아봤다. 보통 200-300대 수준이었는데 비해 이 라멘집은 756개의 리뷰를 확보하고 있었다.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은 리뷰가 많은 식당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신규 유입을 이끌어낼 좋은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옆에 800대의 리뷰를 갖고 있는 라멘집도 두 군데 있긴 했지만 이 정도면 이 라멘집도 그렇게 꿀리는 수준은 아닌 느낌! 리뷰 오르는 속도를 더 빠르게 조절하고 싶다면 리뷰 작성 시 공기밥 서비스 같은 리뷰 이벤트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번외

리뷰보다 손님이 추가 음식을 시키는 것을 유도하고 싶다면, 음식이 나간 후 5분 뒤 사이드 메뉴 쪽으로 화면을 띄워준다면 그것도 좋은 넛지 방법이 될 것 같다. 나도 메뉴 사진을 보다가 공기밥을 보고 주문하고 싶어 졌듯이 말이다.




전반적으로 음식이 맛있고 직원분들이 친절했다. 아무리 마케팅을 잘하고 UX 설계를 잘하더라도 본질이 받쳐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데 여기는 맛도 친절도도 너무 좋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장사가 잘 될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경험을 라멘집에서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우연히 만나서 즐거웠다. 이번 일을 계기로 평소에도 주변에, 일상생활하다가 이런 UX 설계 케이스나 다르게 볼 만한 포인트는 없을지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재밌는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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