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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화석 Nov 25. 2024

오늘은 갤러리 산책가는 날.28

권혜련의 2회 개인전, “다시...민들레 꿈으로 날다” 

경인미술관 제6전시관, 2024 11/20~11/26     


경인미술관 제6전시관에서 11월20일(수)부터 11월26일(화)까지 열리는 권혜련 화가의 두 번째 개인전 주제는 “다시...민들레 꿈으로 날다” 이다. “민들레”와 “꿈”에 대한 해석이나 시각적 표상이 작가의 핵심적 의도일 텐데, "다시" 라는 부사를 사용한 것을 보면, 이전 전시회의 주제를 반복하거나 거듭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아니라면 자신의 내면에 오래 간직하고 있는, 그래서 특별한 대상으로서 이제 ‘다시’ 본격적인 탐구나 자신의 심정을 쏟는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짐작이 가능하니, 작품들과 함께 이 주제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대체로 작품들이 소박하거나 순한 느낌을 드리우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분명 오래전의 기억으로부터 생성된 민들레와의 인연이 다양하게 자신의 내면에서 정돈되면서 화폭에 재현되었을 터, 자신과의 깊은 소통과 진지한 성찰을 통하여 오래된 스토리를 재구성하거나 정제하기 위한 정성이 담겨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아마 작가는 긴 세월을 여행하듯 삶의 여정을 거쳐 오는 중일 것이다. 여전히 자신의 길 위에 있지만, 지금에 그는 매우 충만한 감성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한 여러 대상들과의 관련된 인지된 개념(node)이나 그것들이 연결되어 형성한 기억구조에서 마치 조어(釣魚)하듯 끄집어 올리는 중이다. 그러나 지나칠 정도로 차분하고 안정적인 것은 그가 오래 준비하고 기다려온 탓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삶이나 생애의 과정을 되돌려 보는 성숙한 자기 회고(回顧)는 그를 서두르지 않게 하였거나 어쩌면 더 오래 이것들을 붙들고 있으려는 절제의 의지마저 발동 되었을 수도 있다.      

민들레는 봄에 피는 야생화로서 노란색 꽃이 새초롬하게 예쁘게 피어 야생에서조차 고고하게 느껴질 뿐 아니라, 사방에 흔하게 눈에 띄니 친숙하기 까지 하다. 민들레는 꽃이 피고 진 뒤엔 홀씨를 남긴다. 민들레 홀씨는 마치 솜털 같기도 하고, 형체를 보존하기가 쉽지 않은, 그야말로 작은 호기(呼氣)에도 그대로 흩어지는 가벼운 존재로서 자유롭게 비행하여 사방으로 날아가 버리는, 눈에 보이는 ‘하얀 魂(혼)불’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가, 누구라도 민들레를 떠올리면 민들레 홀씨를 불며 자유롭게 떠다니는 모습에 동화되어 스스로 민들레 홀씨처럼 마음속으로 하늘을 떠돌곤 했던 기억을 얼핏이라도 가졌을 법하다. 

아마 작가는 이런 추억이나 기억속의 어느 부분에 매달려 있거나, 아니면 그것을 가슴 깊이 감싸 앉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길가에, 잔디에...여기저기 피어있는 작고 예쁜 노란 민들레를 보며 둥글고 하얀 홀씨를 꺾어 입으로 후~~불며 잔디밭을 이리저리 뛰어놀던 아이 생각이 난다.”고 말하고 있다. 그 아이는 오랜 전 자신이기도 하고, 자신의 후예(後裔)들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이처럼 시간을 두고 자신에게 주어진 생애를 살아가면서 수많은 순간들을 보고 겪으며 마음 안에 숱한 추억을 쌓아왔는데, 민들레와 관련한 추억도 그 안에 소중히 간직되어 있는 것이다.         

권혜련 작가는 민들레를 주된 모티브로 하여 작품을 완성하였지만, 아이리스와 수국을 그린 작품 일부와 어느 마을을 대상으로 그린 작품을 포함하여 40점 가까이를 이번 전시에 선보이고 있다. 물론 민들레에 얽힌 기억만큼이나 아이리스와 수국, 그리고 자신이 언젠가 살았던 마을의 이미지는 각각 특별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며, 어느 순간 만개한 그 꽃들을 보는 순간 그에게 “좋은 소식”이거나 “숲속의 보석”을 만난 듯 하였을 것이다. 

아무튼 권 작가는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신을 행복하고 즐겁게 한 기억의 편린(片鱗)들 중 민들레만큼은 특별하였던 듯하다. 특히 꾸밈이 없고 순수한 민들레의 이미지를 최대한 수사(修辭)없이 본질에 다가가도록, 그리고 주변의 다른 사물들이 연관되지 않도록 통제하거나 생략하며 원형 그대로 살려내기 위해 애쓰는 뜻을 추측해 볼 때, 그에게 민들레는 특별한 원형질 그 자체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이런 식으로 그는 <민들레> 연작을 그렸다. 다만 <민들레 홀씨 되어>연작에서는 다소 그 화풍이 달라지고 있는데, 민들레의 홀씨는 민들레꽃이 피고 난 후에 생기는 것으로 이후에 바람에 부는 대로 여기저기를 떠돌다가 어느 곳에 안착하여 씨를 뿌리고 새로운 생명을 시작하게 되며, 이는 성장하는 “민들레”와는 미래의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변화를 표현하고자 한 듯하다. 이렇게 작가는 단순히 “민들레”에 주목하고 그를 관찰하며 그려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지켜보며 다양한 모습을 읽어내는 동안에 떠오른 성찰을 해석해 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민들레의 삶의 주기와 자신의 삶의 과정을 연계하면서 자신 삶의 기억 속에서 특정한 영향을 준 민들레와의 연관된 기억의 마디(node)를 발견해 내고 그를 여러 관점으로 읽어 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자신의 삶의 여정과 그 결과인 세월의 길이만큼 읽어낸 통찰을 통해 작가는 다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연상시키는 어린 아이들을 통하여 민들레를 바라보면서 새롭게 민들레에 관한 꿈을 그리게 된다. 이런 식의 사유과정을 거친 <민들레>에 대한 서사(敍事)를 다시 시작하려는 의도로 <다시, 민들레 꿈으로 날다>라는 Theme를 제시하고 있다. 

<민들레> 연작은 민들레가 야생의 어느 곳이든 피어나는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나 여리기 짝이 없고 예쁘기까지 한 자태를 지켜보면서 작가는 때론 연민과 함께 애련한 감성을 느꼈을 법하다. 거친 들판에 홀로 피어나 아름다움을 전하고 그 역할을 다한 뒤에는 홀씨가 되어 어디로든 날아가 새로운 생명을 틔운다. 이런 민들레를 작가는 최대한 시각적 수사는 피하면서 민들레 자체에 주목하며 꾸밈이 없는 본래의 순수한 이미지를 살려내고자 한다. 민들레의 민낯 그대로를 그려내기 위하여 배경이나, 다른 주변의 요소들은 배제하고 민들레만을 주목하였다. 그러나 <봄 향기>, <꿈속에서> 등에서의 민들레는 매우 아름답게, 주변 것들마저 화려한 색채를 통하여 더욱 빛이 나 보이도록 그려진다. 그가 바라보는 민들레의 변화된 모습은 내면의 심상에 따른 차이겠지만 그에게 민들레에 대한 이미지 연상은 매우 다양하게 표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민들레 여행>은 자신이 살았던 장소에서 발견한 재회의 의미가 있는 듯 매우 반갑게 마주하고 있음이 전해진다. 어린 시절의 민들레를 낯선 곳에서 만난 반가움이랄까, 고향을 떠나 이국의 어느 곳에서 만난 민들레를 통해 추억과 향수를 되새기는 듯한 감흥이 느껴진다. 따라서 그림 속의 풍경은 동화 속처럼 몽환적 분위기에서 아늑하고 목가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제 민들레는 다시 자신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누구나 여기저기를 떠다니는 동안 세월이 가고 기억은 오래전의 것이 되어버리 듯 민들레역시 홀씨로 변하여 자신의 길을 나서게 되는 것이다. 이런 순간에 작가는 새로운 <꿈>을 꾸고자 한다. <민들레 홀씨 되어>, <다시 민들레 꿈으로 날다>의 연작은 언젠가 다시 만나 기쁨을 나누고 그런 순간의 경이를 경험하려는, 새로운 순환과정에서 재회를 기약하려는 염원을 담고 있다. 마음속 흔적에 각인된 민들레와의 기억 위에 덧칠된 민들레처럼 기억 속에 겹겹이 채워지길 바라며, 다시 희망적이고 기대에 찬 심정으로 그것들을 마음속에 그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민들레의 시간 여행을 순서적으로 구분한 듯 순차적인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하여 권 작가는 화판위에 한지를 감싼 뒤 주름을 잡아 형태와 선을 만들어 밑그림삼아 바탕을 만든 뒤 그 위에 민들레를 아크릴(Acrylic)이나 오일(Oil)로 그리는 기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다. 그 바탕에 드러난 밑그림은 지금까지의 삶을 통해 쌓은 기억, 흔적, 궤적 등을 표현한 것들로서 자신의 내면에 쌓인 지울 수 없는 것들이며, 그것들을 바탕으로 삼아 작가는 그 위에 다시 채색하며 민들레를 그려내고 있다. 어느 기간 또는 순간으로는 끝나지 않는 생명의 끈은 지속적이며 혹은 영원히 반복하는 생명의 원천임을 떠올리며 자신의 방식으로 재현하여 시각적 표상화를 하고 있다. <민들레 홀씨 되어> 연작들은 이렇게 그려진다. 노란 꽃이 홀씨로 바뀌고 난 뒤, 보슬보슬하고 여릿한 형체로 남은 홀씨는 바람에 날아갈 듯 흔들리며 춤을 추는 듯 몽롱한 이미지가 전해진다. 

그리고 <민들레> 연작이나 <민들레 홀씨 되어> 연작과는 다르게 <다시 민들레 꿈으로 날다>를 통해 작가는 새로운 민들레의 순환을 수용하며 생명의 회귀를 도모하고자 한다. 작가는 마치 꿈속에서처럼 몽환적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려고 할 뿐 아니라 숱한 기억의 층(layer)을 의미하듯 겹겹이 주름잡은 흔적을 바탕으로 그 위에 민들레의 이미지를 표현해 내고 있다. 민들레의 노란색 꽃과 초록색의 줄기는 여전히 생기를 띄며 왕성하게 살아 있고, 그러나 이미 꽃이 피고 진 뒤의 홀씨가 함께 어울려 있다. 환상적인 느낌의 보랏빛과 휘날리는 꽃잎의 핑크색이 매우 화려하게 어울리며 묘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데, 작가는 다시 예전의 민들레가 꾸던 꿈을 꾸며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지만 과거는 기억 속에 살아있고, 현재를 지나 미래에서도 생애는 지속하며 생명은 유지되는 것이라면, 현재 작가는 이를 확실하게 재인식하는 것이다. 더불어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여전히 우리가 꾸던 꿈은 지속되리라는 것을 확인하려 한다. 과거와 다를 바 없이 지금에서도 작가는 민들레를 통한 감성수업은 지속하는 중이므로 우리의 영감은 끊임없이 솟아난다. 민들레는 피고, 진후에는 민들레 홀씨가 되어 바람에 날리며 여기 저기 자유롭게 여행을 할 것이다. 그리곤 어딘가에 정착하고 우연이든 필연이든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꿈을 통하여 자연의 신비함과 함께 반복하는 자연의 뜻에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강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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