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걷다 잠시 멈추고 싶다면
제주에 이사와
잘 실천하고 있는 목표 중 하나
카페 투어.
내가 사는 곳 구좌읍 세화리엔 20개 이상의 카페가 있는데
바다 뷰, 오름 뷰, 인테리어 카페, 콘셉트 카페 등
다양하게 많지만
신기하게도 두 번 이상 가게 되는 곳은 거의 없다.
그중 들어갈 때마다
왠지 모르게 불편하면서 자꾸 가게 되는
막상 자리에 앉으면
잠이 올 듯 편해지는 이상한 카페가 있다.
세화리 읍내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 나무 간판.
'이런 곳에 카페가 있다고?'
내부조차 보이지 않는 좁고 어두운 계단.
너무 카페 같지 않아 궁금한 마음에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봤다.
문을 열려하니 붙여져 있는 공지
노 키즈존은 요즘 많이들 그러니 이해하는데
카페에서 4인까지만? 2시간 이상 못 있어?
더욱 불편한 궁금증이 생긴다.
문을 여니 눈앞엔 긴 복도가 보인다.
문이 열렸다고 누가 인사해주거나,
어디로 가면 주문할 수 있다는 문구 또한 없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오면 멀뚱멀뚱 서있다 돌아갈 수도 있는 분위기.
저 안엔 또 다른 테이블들이 있나 싶어 걸어 들어가니 순간 어머나 싶게 따뜻한 카운터가 날 맞이한다.
커피를 주문하고 카페를 둘러보려는데
걸을 때마다 삐그덕 거리는 나무소리,
숨만 쉬어도 들릴 것 같은 조용함이 맴돌고
그 와중에 손님들 또한 소곤대며 대화한다.
곳곳에 책들이 놓여있고
중앙엔 난로가 따듯함을 더한다.
행여나 발소리 날까 조용히 자리를 잡아 앉으니
나도 모르게 책을 꺼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손님들이 있어 사진엔 담지 못했지만 안쪽엔
좌식 형태에 어두운 조명만 있는
소위 '명상 자리', '독서 자리' 느낌의 곳도 몇 있다.
딱 봐도 치고 싶게끔 생긴,
나도 모르게 손가락 하나 얹어보고 싶은 피아노.
이곳에도 쓰여있다. 혼자 있을 때만 치란다.
에이.. 싶은데 왜인지 모르게
그렇게 하고 싶어 진다.
점점 카페가 주는 불편함이
매력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언제부터 그랬냐는 듯
난 카페 분위기에 흡수되어 조용하고 느리게
행동하고 있었다.
그렇게 거기 앉아있는 남들처럼
책을 읽거나, 아주 작은 목소리로 수다하거나,
눈을 감고 멍하니 있어봤다.
딱히 향을 피우지 않았는데
카페 공기에서 아득함이란 향이 느껴진다.
제주에 여행 오는 많은 사람들은
정해진 일정 안에 최대한 많은 추억들을 담고자
빠르게 움직이거나 대표적인 곳들은
둘러보기 바쁘다.
가만히 앉아 보고 있으면
다들 몸도 마음도 표정도 결정도 빠르다.
그래서 아쉬운 건 그들에겐
쉼도 그 안의 다른 매력도
찾는 과정도 쉽지 않다는 것.
바쁘게 정신없이 다음 일정을 위해 움직이다
숨이 찰 때, 머리가 복잡할 때,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준비할 때
아니 그냥 지금 이 순간
나를 이곳에 붙들어 놓고 싶다면
카페 미와 를 추천한다.
색에 물들어가는 스펀지처럼
나도 모르게 그곳에 물들어
잠시 새로운 감성을 젖었다가 나오면
인생이 참 다채로워질 것 같다.
당황스럽게 불편함이 있지만
그래서 더 아득한 더 편안한 더 멋있는,
제주스럽지 않은데
그래서 진짜 제주스러운
[카페 미와]
다음에 또 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