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화, 손해를 줄이는 중요한 작업 by 조은지
저의 첫 번째 회사에서 하는 일은 공기업에 자재를 납품하는 일이었습니다. 입찰 또는 수의계약을 통하여 납품할 제품의 스펙과 계약조건을 결정하고, 도면을 통하여 제품을 최종 확정하고, 납품 후에도 해당 제품의 상세 도면을 제공해야 했으며,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할 때 도면이 수정되는 경우에는 그에 맞춰 새로운 도면을 제공해야 했습니다.
저의 첫 업무는 계약담당이었기 때문에 업무 시에 입찰을 위한 각종 도면, 원가와 관련된 자료, 계약에 필요한 서류 등 굉장히 다양한 문서들이 오고 갔습니다. 공문, 입찰용사양서, 이행보증증권, 인지세, 공정표, 산출내역서, 제작용사양서, 계약서, 변경계약서, 선금신청서, 선금사용내역서, 하자보증증권 등 종류도 다양했지만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 성격을 띠는 문서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공문'의 경우 입사 후 교육 시에 OJT 중에 확인했던 내용을 몇 년 후에 긴급하게 찾아서 불리했던 계약상황을 유리하게 바꿔놓기도 했지요.
그렇게 첫 번째 회사에서 습관화된 후에 많은 스타트업, 작은 기업들을 만난 후 매우 깜짝 놀랐던 것이 생각보다 '문서화'에 매우 소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서화는 크게 두 가지 범주를 의미합니다. 한 가지는 '구두로 진행된 것들을 명확한 문서로 남기는 것', 다른 한 가지는 '활용하는 문서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보관하는 것' 이지요. '이런 것 쯤이야 별 것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현업에 치이다보면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물러나게 되는 것이 문서화작업이지만, 실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문제 해결의 키가 되는 것이 문서화작업이기도 합니다.
문서화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계약 등의 법적 분쟁에 대한 명확화
우리나라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니, 우리 사이에 무슨...' 네, 우리 사이 무슨 사이? 문서화되지 않으면, 정확하게 '계약'으로 성립되지 않으면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구두계약도 계약이다 라고는 하지만 그 구두계약을 일일이 녹음해놓고 증거를 남기지 않으면 계약의 흔적은 날아가게 마련입니다. 또한 생각보다 대화의 녹음에 대하여 불쾌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기도 합니다. 저 또한 습관적으로 업무와 관련된 모든 통화는 녹음을 하고 해당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보관해두곤 했는데요, 녹음을 부담스러워하는 상대방이 적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아니 그건 그냥 하는 소리지.'라고 발뺌을 하는 것 또한 구두계약의 끝을 흐리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결국, 문서화된 서류를 기반으로 계약의 내용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분쟁의 끝을 딱 떨어지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둘째, 지속적인 누적을 통한 인수인계와 프로세스의 명확화
작은 기업들의 인력은 수시로 들어오고 나가게 됩니다. 5명이 모인 기업은 5명이 전체 프로세스에서 서로 다른 분야를 맡아 퍼즐처럼 끼워맞춰가기도 하지요. 이 중에 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빠져나가게 되는 경우 문서화작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인계절차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업의 전체 흐름이 멈추게 됩니다. 해당 직원이 인수인계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최근의 Covid-19와 같은 재해로 갑작스럽게 격리되거나, 사고가 났거나, 인수인계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경우에는 해당 부분을 다른 인원이 커버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것이 '기존의 문서화된 업무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지요.
네, 문서화작업이 중요한 것은 다들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하지만 계속 현업에 밀려나는 상황에서 문서화작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럼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기본적인 것은 '파일명'의 통일화입니다. 파일명의 구성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인덱스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요. 통일하는 방법은 '모든 직원이 같은 형식의 파일명을 구성하는 것' 입니다.
예시)
(서류의 종류에 따라 분류할 때) 서류종류_프로젝트명_작성자_ver.xx_날짜
(프로젝트에 따라 분류할 때) 프로젝트명_서류종류_작성자_ver.xx_날짜
(기본 form) 1차분류_2차분류_3차분류_작성자_수정한 횟수_날짜
루틴한 업무가 많은 경영지원 분야는 서류의 종류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프로젝트 단위로 돌아가는 영업, 생산 등의 부서는 프로젝트명으로 분류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대부분 부서별 또는 담당자별로 이러한 파일명을 서로 다르게 가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을 쓰는 경우와 "_"을 쓰는 경우도 다르지요. 어떤 것을 1차분류로 두고 2, 3차분류로 세분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 회사의 특성에 맞게 하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조직구성원이 동일한 form으로 파일명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Ver.XX(숫자) 의 양식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수정해야 하는 제안서 등의 경우 수정하던 중간에 직전 수정본으로 돌아가서 다시 작업을 하는 경우, 여러명의 파일을 하나로 합치는 경우, 한 사람이 작업한 파일을 이어받아서 작업하는 경우 등 다양한 케이스가 나타납니다. 이 경우 1, 2, 3차분류가 동일판 파일은 수정을 거칠 때마다 ver.XX의 숫자가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만약 Ver. 02의 파일을 직원 A가 2번, B가 1번, C가 3번 수정한 후에는 Ver. 08의 파일이 최종본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파일명을 통일시킨 후에 폴더를 구별하기 힘들다면 그냥 공용폴더에 다 때려박으세요. 그리고 필요하신 파일은 '검색'하면 됩니다. 참 쉽죠?
뜬금없이 왜 문서화를 이렇게 중요하게 강조하냐고 하신다면, 네, 제가 피해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가지고 있었던 사업자를 프리랜서로 전환하면서 폐기처분했는데, (사업자로 하지 않고 개인소득으로..) 당시 비용처리를 해야 하는 내용을 제대로 구별하지 않아서 종합소득세 세금폭탄을 물게 되었.....(...)
문서화를 습관화하던 사람조차 1인기업으로 일하다보면 이렇게 됩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매우 중요한 문서화, 작은 기업들 또한 문서화의 습관화를 통하여 피해를 보시는 일이 없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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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지 | 프리랜서
전력산업에서 10년가량 일하다가 현재는 프리랜서로 주로 공공기관 프로젝트 수행업무 전문가 용역, 법무법인 마케팅, 작은 기업을 도와드리는 용병 등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기술과 사람, 기술과 기술을 서로 연결하는 것을 좋아하며 스스로 Value Designer를 업으로 삼아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