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퇴사와 프리선언
드디어, 퇴사 날이 왔다.
남들처럼 장기간 일하다가 퇴사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거창할 것도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꽤 오래 생각해오던 직무를 처음 경험할 수 있게 해 준 첫 정규 직장이었고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많은 경험을 한 곳이었다.
다들 퇴사 날에는 무엇을 할까?
퇴사 날까지 정신없이 바쁘게 일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인수인계를 마지막까지 하느라 정신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는 나처럼 모든 일을 다 끝내고 내가 남긴 흔적들을 하나씩 회사 컴퓨터에 지우는 과정을 하는 사람도 있을 지도...
그리고, 오늘 나는 첫 성과를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온전히 나의 성과는 아닐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성취했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성과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퇴사 당일, 나는 첫 성과를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내가 여기서 한 가지는 이루고 나가는구나 나의 흔적이 조금은 남겠구나 하며
복잡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드라마 제작사를 다니고 있는 나는 최근 웹툰, 웹소설 등 IP 확보 전쟁을 하는 산업 현장 속에서
회사를 다니는 동안 여러 IP들을 서칭 했고 검토했고 제안했다.
그중 한 IP의 경우 다른 제작사들과 경쟁이 붙어서 비딩을 하게 되었는데
몇 달에 거쳐 비딩을 위한 제안서가 나오게 되었다.
특히, 사수가 막 퇴사하고 내가 온전히 혼자서 제안서 ppt를 만들어야 됐기 때문에
그 과정이 아직도 기억날 정도로 힘들고 외로운 싸움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우리 회사가 비딩에서 이겨 해당 IP를 단독으로 확보하게 되었다.
비록, 나는 퇴사를 하기 때문에 드라마화까지 참여하지 못하겠지만,
나중에 드라마가 나왔을 때 그래도
"저기 내 지분 1조각은 있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늘도 나의 퇴사를 축하하는 것일까?
과대한 해석일지 모르나 오늘은 날도 너무 좋고
첫 성과도 올려서 축하받으면서 퇴사할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또 다른 시작을 위한 합격 소식을 들은 날이기도 하다.
끝과 동시에 시작되는 것들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아쉬움보다는 설렘이 가득한 날이 돼버렸다.
오늘 이후로 나는 이제 더 이상 소속 없는 프리랜서로 돌아간다.
이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적극적으로 일을 구해야 하고
모든 것을 나 스스로 해결해야 된다.
몇 가지 프리랜서로서 하려고 하는 일을 현재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로 나는 정규 직장과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다른 삶의 방향성 또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예전보다는 자신 있게 '프리선언'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퇴사를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