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렇게 변했지?
돈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야 한다
첫 월급을 받은 날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동안 내 뒷바라지를 해주셨던 부모님께 생애 처음으로 용돈이라는 것을 드려보고, 비싼 선물도 사드리고, 또 학생 때 용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가보지 못했던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도 해봤다. 돈을 번 첫 해는 저축, 재테크 이런 생각 전혀 없이 원하는 것을 사고, 소비하는 데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원하는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렇게 해도 통장에 돈이 여유롭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행복했었다. 이 당시에는 돈이라는 수단을 통해 행복이라는 삶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저축을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도 없었기에 그저 통장에 돈이 다 떨어질 때 즈음, 월급이 들어오면 새로운 소비가 시작되었다. 요즘 유행하는 YOLO라이프를 즐겼던 것이다.
이제 정신을 차리자!
1년 정도 욜로 라이프를 즐기다가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다들 부자가 되기 위해 당장의 즐거움을 줄이고, 미래를 위해 돈을 저축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나도 적금이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 낮은 이율이지만 돈을 꾸준히 모을 수 있다는 장점... 사실 이런 건 생각 안 하고 주위에서 다들 "나 이번에 적금 만기 되었는데, 롤오버 해야겠지?" 하는데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내가 늦었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적금을 시작으로 나도 본격적으로 재테크라는 것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카드 할인, ETF 투자, 해외주식, 비과세 해외펀드 등 월급을 불리기 위해 공부를 하고, 투자에 도전했다. 그리고 초기에 투자로 돈을 벌면서 정말 너무 재밌었다. 가만히 앉아서 10만 원이 넘는 돈이 너무 쉽게 벌고, 주식에서 꾸준히 배당금이 들어오며 입금 알림이 오면 뿌듯해했었다. 그리고 이렇게 번 돈으로 맛있는 식사, 가지고 싶던 구두를 한 켤레씩 사며 나 스스로에게 보상도 해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로 돈을 번 나 스스로를 칭찬하기보다는 돈을 잃거나,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을 때 자책하는 양상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리고 돈을 한 푼 한 푼 쓸 때마다, '아 돈 모아야 하는데, 이거 내가 꼭 필요한 건가?' 하면서 나에게 조그마한 소비조차 용납하지 않게 되었다. '일주일에 마시는 커피 3잔만 줄여도 한 달에 5만 원 정도 아낄 수 있다.'라는 말을 생각하며 점심시간 이후에 커피를 혹시라도 마시게 되면 스스로 자책을 했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 나 스스로 너무 계산적인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 나는 친구랑 식사를 하면 '오늘 커피는 내가 쏜다!' 하면서 음료 한 잔 정도는 베풀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나 스스로가 커피를 사준다는 말을 하기 전에 금액을 보며 말을 삼키고 있었다. 정이 없어진 나의 모습에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
'이렇게 계산적으로 지내며 돈을 아득바득 모으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가족과 좋은 집에서 좋은 음식 먹으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가 나의 대답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돈을 모으는 것이 주목적이 되어 가족과 싸우는 일도 생기고, 가족과 노는 일에도 돈을 아까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정이 이렇게 행복하지 않은데, 미래에 부자가 되면 뭐하지?
나는 인생은 한 편의 영화와 같다고 생각한다. 해피엔딩을 만들기 위해 중간과정에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중간과정이 어둡고 우울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결국 한 순간, 한 순간 내 모습이 합쳐져서 내 인생이 되는 것인데...
살아가는 현실이 각박한데, 아무리 행복하자, 행복하자 외쳐도 우울한 현실을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다가도 서울에서 전세 만기가 도래할 때면 나의 자금 현실과 전세시세의 괴리에 무너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중에 50년이 더 지나 내가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뒤돌아봤을 때, 불행한 억만장자가 되어있는 것보단 '그래도 열심히 살아왔다, 고생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돈은 내가 원하는 삶을 가져다주는 수단에 불과하니..! 주객전도가 되지 않도록 꾸준히 다짐하며 나 스스로를 사랑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