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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수의사 야화 Nov 08. 2021

동물병원 에피소드
-- 그여자 홍대미대

그녀는 3마리의 개을 키운다. 요크셔테리어와 시추와의 조화로운 10kg의 큰 체구를 하고 있다. 개들의 이름은 베컴, 요이, 핑크이다. 요크셔테리어와 시추를 키우다 새끼를 낳았는데 잡종이라 분양이 안되어 얼떨결에 셋을 다 키우게 되었다고 했다.

수의사로 동물병원에 근무하다 보면 보호자와 개들 과의 관계에서 너무 놀라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너무 닮았다는 점이다. 외관상 눈 모양도 같고, 통통 함을 나타내는 비만 정도 그리고 성격까지도 비슷하다. 베컴 이랑 그녀를 봐도 그냥 한 가족인 듯 외모가 너무 똑같다. 나이 경험적 통계치를 보면 개가 물거나 사나우면 보호자도 항상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베컴은 잘생긴 축구선수 이름을 딴 개였고, 다른 형제 개는 검정색인데 핑크 라는 이름은 반전 이였다. 그들의 나이는 17살, 어느 날 2마리가 응급으로 폐에 물이 차여서 내원했고 원인은 심장병 때문 이였다. 

응급의 고비를 넘기고 나서 심장 약으로 치료하기 시작했다. 그녀와 개 3마리와의 전쟁이 시작 되었다. 상태가 제일 안 좋은 녀석이 베컴인데 난 항상 베꼬미 라고 부르며 더 아픈걸 알기에 맘도 많이 쓰이게 되었다.

그녀는 홍대 미대를 졸업했다. 난 너무 신기해하면서 미대를 어떻게 하면 홍대를 갈 수 있는지 매번 놀라운 감탄을 하면서 사인을 받으려고 친근함을 표현했고, 그녀는 어떻게 하면 수의대를 갈 수 있는지 대단하다며 싸인 맞 교환 식을 하자고 놀렸다. 일주일 마다 처방을 받으러 왔었고 올 때 마다 듣게 되는 개들 과의 일상은 너무 재미 있었다

얘를 들면 생일에 받은 커다란 큰 흰곰 시리즈 편이 재미있었다. 베컴이가 심장 약을 먹으면서 배뇨 량이 많아졌고 가끔 실수를 하게 되었는데 오줌을 곰돌이 한데 누게 되어서 누르면 노란 오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흰곰 빨래하기, 셋이서 갖고 놀다 날아간 곰돌이 코를 장인의 손길로 한 땀 한 땀 꽤 매기, 빨간 간식을 곰돌이 한데 흘려서 입 주변으로 피 흘리는 흰곰 인형을 보고 너무 놀란 사건들.

배컴이가 이불에 실수가 잦아지면서 이불 빨래가 한 가득이라 새벽부터 빨래를 해야 된다는 점. 빨래 건조기를 사드리고 픈 맘이 가득했다. 그녀는 하루 두 번 먹이는 약 시간을 5분도 어기지 않는 완벽한 군대식 정확한 성격이 있었다.  일을 하면서 지키기란 쉽지 않을 텐데 정말 하루도 어기지 않는 것에 감탄과 애잔 함이 밀려왔다. 그러나 심장 약도 한계가 있어서 작년 겨울 눈 보는게 소원 이라던 베낌이

심장병 말기에 접어들면서 2주일에 한번은 복수가 많이 차서 작은 생수 병 한 병 정도로 복수를 빼는 일이 반복 되었고. 그때의 심장 소리를 들어보면 참으로 힘들게 일하는 심장이 애잔할 정도 였고, 아무리 약을 잘 먹여도 끝이 있는 이 치료를 보호자께 어떻게 이해를 시킬지가 많이 고민이 되었다.

추운 겨울날은 곰돌이 인형 옷을 벗겨서 추워하는 베컴이 한데 덧입혀 데려 오는걸 보면서 겨울 털옷 선물할껄. 그냥 내 강아지 옷들을 몇 벌 준거 미안한 맘이 들었다. 나름 명품 백화점 서 산 옷들이지만 새 옷만 못했을 걸. 지나고 나니 차가 없었던 그녀 애들 3마리를 태우고 개 펜션 이라도 한번 놀러 갈 걸 못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과 서운함이 내 맘에도 남게 되었다. 사는게 뭐 그리 바쁘다고 약속들을 못 지켜준 것 같다.

작년 봄부터 시작된 심장 약과의 전투는 점점 힘이 들었고. 겨울에 눈 보는게 소원이라는 베꼬미는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게 되었다. 올 1월은 정말이지 눈이 많이 내렸다.  그리고 지금은 한여름이다. 개에겐 일년이 거의 6년의 세월 인지라 꽤 오랜 시간 병수발로 지쳤을 즈음. 밤 늦게 울먹울먹 전화가 왔다. 베꼬미가 가버렸다고 

그녀보다 개를 잘 보살피는 보호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고, 의학의 힘과 그녀의 사랑으로 베꼬미는 사람의 시간으로는 6년 세월을 더 곁에 있었다. 올해 겨울 눈을 못 보여줘 미안한 맘도 크지만 어떤 위로도 통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불교의 윤회설을 믿는 그녀에게 말했다. 베꼬미는 벌써 새 옷으로 갈아입고 어느 부자 나라의 왕자로 태어 났을 거라고 어설픈 위로의 말을 전해본다..  

이른 아침 장례식을 같이 가주려고 생각 했는데 그녀는 밤 늦게 차갑게 딱딱하게 굳어가는 몸을 견디지 못하고 밤사이 다녀 왔다고 했다. 

화장하는 뜨거운 불길에 맘이 많이 아팠다고 울먹이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같이 지낸 17년 시간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잘해주지 못한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역시 홍대 미대 예술인의 마음은 너무도 섬세 하다.

어떤 위로의 말이 지금 그녀에게 도움이 될 리 없었지만 일년이 넘는 진료 시간들을 뒤돌아보니 나 또한 베꼬미의 선했던 눈매가 생각나 맘이 찡해져 왔다. 치료를 받으면서 힘이 들었을 텐데 주인을 바라보는 애잔하고 레이저 나오는 눈빛은 사랑의 눈빛 임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지난 일년 간간이 찍은 베꼬미의 사진들이 내 핸드폰 안에 있었다.  그녀 핸드폰 고장으로 그간 사진들이 없어진걸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베꼬미의 사진들을 다 보내주었다. 너무 너무 좋아하는 그녀의 목소리. 그녀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울컥 눈물이 나는 현상들 꽤 오래 갈 텐데.

 어느 좋은 날 문뜩 소주를 한잔 하러 가야겠다. 안주는 개 이야기를 밤이 새도록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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