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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수의사 야화 Feb 05. 2021

똘이 이모

                                                                                         

요새는 사람들이 진짜 욕을 많이 한다. 남자들이야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이 자식 저 자식 뒤통수 쳐가면서 애정을 표현하지만 여자들은 그렇게 밖으로 말하지 않는다. 나 또한 욕에 대해선 1도 할 수 없었는데 역시나 환경이 중요하다. 많이 듣게 되니 썩 나쁘지 않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나름 장점도 있다. 접두사 개를 많이 쓰는 인물은 우리 동물병원 특수요원 똘이 이모다. 똘이는 이모가 키우는 요크셔테리어 이름이다. 특수요원 이모는 병원의 잡동사니 일들을 다 처리하고 식사도 챙겨 주신다. 나는 이 밥이 너무 좋다 오늘은 국이 멀까 반찬이 멀까 기다리는 맘이 크다. 


병원에는 항상 업둥이가 있다. 서울의 숲 공원 화장실에 매여 있는 잡종견 까미를 동네 아줌마가 던져 놓고 가셨다고 했다. 귀엽지만 치명적 단점이 있다. 손님만 들어오면 큰소리로 짖는다. 한마디로 영업 방해꾼이다. 이모의 큰 임무 중 하나는 까미를 조용히 시키는 일이다. 밥을 하다 가도 짖으면 파리채를 들고 나와서 얼굴을 한번 쓸어 주신다. 그리고 핵폭탄 집중투하가 있다 “저런 개 쌍년~ 변기통에 집어넣고 눌러야 되는데 변기 박힐까 안 하는 것이 여~. 귀싸대기를 맞아야 정신을 차리는데 한 대 맞고 서비스로 한 대 더 맞아야 되는데… 전당포 맡긴 정신머리는 언제 찾아오는 겨~~” 개조용~~ 역시 개들한테도 욕 투하는 먹히는구나. 썅년이란 말은 들으면 기분이 나쁠 것 같다. 그러나 개란 접두어가 붙은 개 썅년은 정겹다. 까미는 이모만 보면 고개는 신을 찾고 기도 중이다. 애절하게 원하는 바를 간절히 기도한다. 이모가 사라지기까지는 결코 그 기도를 중단하지 않는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기도도 이모가 사라지는 순간 끝이 난다.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천진난만 표정을 짓는다. 반성하는 표정이 절대 아니다.


여기서 진실을 말하자면 디즈니 영화에서 개가 착한 사람을 구하고 나쁜 사람을 벌주는 권선징악 그건 거짓이다. 강아지에게 배변 잘못했다고 나중에 야단쳐 봐도 “아~ 제가 잘못했습니다. 담에 그러면 저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렇게 반성하지 않는다는 거다. 개는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그 순간 타이밍이 안 맞다면 야단치는 건 의미가 없다. 개만 쳐다보면서 3초 안에 잘못을 야단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잘했을 때 칭찬하는 게 개에겐 잘 통한다. 잘해서 간식 주고 칭찬하면 그건 효과가 만점이다. 강아지가 원하는 곳에 똥을 잘 싸는 걸 칭찬하면 똥도 한 번에 싸지 않는다. 한번 싸고 와서 간식 먹고 또 들어가서 싸고 나와서 간식 먹는다. 강아지도 똥까지 끊어 쌀 정도로 칭찬은 효과적이다. 나중에 발견한 똥을 코에 박아가면서 신문지 말아서 야단쳐도 개는 억울할 뿐이다. 그래서 증거 인멸을 위해 똥을 다 먹어버리는 개도 있다. 주인이 있을 땐 똥을 싸지 않는다. 끝까지 참고 있을 뿐이다. 요런 상황에선 배변 교육이 힘들다.


 나이 든 우리 집 개도 화장실만 다녀오면 간식을 주니 요 능구렁이는 오줌 안 싸고도 화장실을 들락날락한다. 못 본 척하면 또 들어갔다 나와서 신나게 달려온다. 역설의 역설. 난 알고 있다. 이모가 까미를 제일 많이 챙기는 걸. 이모에겐 너무 비싼 유기농 만원 짜리 오리 간식을 매일 아침저녁 2개씩 주신다는 걸. 난 동물 행동학에 대해선 다른 수의사보다 조금 더 공부를 했기에 까미가 짖는 걸 고칠 수 있다. 그러나 까미가 안 짖으면 병원이 재미없다. 특수요원의 욕 투하를 들을 수 없다. 때로는 할 수 있지만 안 하는 게 더 좋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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