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환학생 - 26 / 헬싱키 중앙 도서관, Oodi 도서관
핀란드는 세계 1위 독서율 국가라는 부러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해외 주요국의 독서실태 및 독서문화진흥정책 사례 연구(문화체육관광부, 2016)에서 핀란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1) 핀란드인의 독서율은 83.4%로 최상위
2) 도서관 이용률도 높아, 인구의 90%가 도서관 회원
3) 연간 도서관 방문율도 67%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Oodi 도서관을 방문한 뒤에, 도서관 이용률, 방문율이 왜 높은지 이해할 수 있었다.
중간고사 공부를 어디서 할까 고민하다가 Oodi 도서관을 추천받아 방문하게 되었다. 헬싱키 메인역 옆에는 근사한 건물들이 많았는데 이 중 하나가 Oodi 도서관이었다.
헬싱키 메인역을 자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멋진 외관을 가진 건물이라 감히 도서관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기에 이 건물이 Oodi 도서관인 것을 알고 크게 놀랐었다. 디자인의 나라라서 그런지, Oodi는 2013년 중앙도서관 오픈 국제 건축 공모전에서 우승한 ALA Architects가 설계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공건물이며, 안전하고, 도시 중심부에 있는 마음 편히 쓸 수 있는 무료 도시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도서관의 시작점이라고 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도서관이어서인지, 도서관은 딱딱한 책만 읽는 공간이라는 건 내 오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Oodi는 한 층이 정말 넓은, 3층의 건물이다. 1층은 로비의 역할로 공터가 많았고, 책 반납을 빠르게 할 수 있는 곳과 information center을 운영하고 있었다. 1층에는 최신 도서를 놔서 접근성을 높인 것도 좋았다.
사실 2층은 한번 둘러보고 온 정도라 사진이 없어 Oodi 홈페이지 사진을 대체했다. 2층은 주로 그룹 활동, 문화활동, 과학기기 지원 등을 하는 공간이었다. 회의실이나 녹음 스튜디오, 촬영 스튜디오를 제공하기도 하고 3D 프린터와 VR기기 등을 지원하는 공간이었다.
내가 재학 중인 한국학교의 경우에도 이런 공간이 있기는 했지만, 한국의 공공도서관에서 이런 것들을 제공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었기에 신선했다. 대학교 도서관의 경우 사용하는 연령층이 제한적인데, 넓은 연령층에게 이러한 문화, 과학,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이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했다.
3층이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도서관의 형태였다. 책들이 꽂혀있고 책상과 의자들이 있어서 책도 읽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그런 층이었다. 나도 그래서 거의 3층에 머물렀었는데 3층에서 만난 신기한 광경들을 비롯해 내가 Oodi에서 받은 신선한 충격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도서관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 아닌가?
1) 갑자기 들려오는 노랫소리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갑자기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셨다. 다른 교환학생 친구들 말로는 항상 비슷한 시간대에 그런다고 했다. 나에게 너무 신선했던 건, 도서관이 문화공간이 되었다는 점과 도서관은 무조건 조용해야 한다는 내 편견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문화행사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였다면 닫혀있는 공간에서 이뤄질 텐데 하고 신기해했다.
"도서관은 조용해야지"라는 생각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생각으로 인해 우리가 도서관을 가는 장벽을 크게 느끼게된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2) 어린이/유아를 위한 공간
지금 보고 있는 모습은 키즈카페가 아니다. 도서관의 모습이다. 장애인 화장실이 아닌 화장실을 찾다가 3층의 또 다른 끝으로 갔는데, 엄마 아빠들이 아이를 안고 있거나 지켜보며 돌보고 있었다. 도서관이 그저 "책 읽는 공간"이 아니라 육아를 하는 공간이 된다는 점은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을 제공하는 건 선순환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도서관을 친숙하게 느껴서 도서관에 자주 다닐 수 있을 테니까. 또한, 아이들이 모여 그만의 사회생활을 할 수도 있고 엄마 아빠도 도서관 나들이를 통해 힘든 육아생활의 조그마한 탈출구가 될 수도 있으니까!
3) 장애인을 고려한 설계
장애인은 소수자에 해당해서 장애인 화장실을 찾기가 어려운 게 보통의 일인데, 이곳에서는 장애인 화장실이 아닌 일반 화장실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장애인 화장실이 많았다. 알고 보니 장애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책 대출/반납을 출입구에 가까이 두고 자동문 설치, 넓은 공간 등을 마련한 것이었다.
장애인들이 소수자 일지는 모르지만 그들까지 포용하는 설계를 하려고 노력한 점이 감명 깊었다.
4)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첨단기기, 스튜디오 등
누구나 3D 프린터, VR기기 등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다. 게다가 녹음 스튜디오, 촬영 스튜디오는 영상시대에 걸맞은 공간이라고 생각된다. 핀란드인에게 도서관은 더 이상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 정도로 생각되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내가 최근 이용한 도서관을 생각해보면 대학도서관 정도였다. 그 이유를 떠올리면, 우선 도립이나 시립의 경우 오래된 책이 대부분이었고 딱딱한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이다. 대학도서관의 경우 잘 꾸며진 쉼터와 미니 영화관, 촬영 스튜디오, 피아노 등이 있어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대학도서관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사용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공공도서관들도 계속해서 변화하여 도서관을 그저 딱딱한 공간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게 변화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