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생을 마감하는 로드킬 고양이들은 대부분 길에서 태어나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채 도로를 오가다 사고를 당한다고 해. 하루 역시 길에서 태어나 생의 대부분을 도로와 쓰레기통 근처에서 배고픔을 이기며 살아갔고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차도 근처로 자주 나갔으며, 도로의 위험을 알지 못한 채, 길을 무심코 건너는 습관이 생겼대.
그러던 어느 날, 도로 건너편 식당으로 향하던 하루는 그만 도로로 뛰어들고, 빠르게 다가온 차량에 치이고 말았대. 도로 위에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던 하루는 차들이 스쳐 지나가는 와중에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마지막 순간을 예감했다고 해. 하지만 다행히 지나가던 한 사람이 하루를 발견하고 구조해 줬고, 하루는 쉼터로 옮겨져 치료를 받으며 회복의 시간을 가졌어.
쉼터에서 비로소 따뜻한 손길과 안정된 환경을 경험하게 된 하루는 더 이상 길 위의 위험을 겪지 않으며 살아가게 되었대. 이제는 로드킬로 떠난 친구들의 몫까지 씩씩하게 하루를 맞이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어.
구르미가 나를 잘 소개해 줬어. 맞아. 나는 하루야. 내가 태어난 곳은 작은 골목의 어두운 구석이었어. 그곳에는 바람을 막아줄 벽도, 비를 피할 지붕도 없었지만, 그게 나와 형제들이 살아가는 세상이었지. 우리 엄마는 매일 먹을 것을 찾아 떠났고, 종종 돌아오지 않기도 했어.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나는 배고픔과 추위를 이겨내며 살아가야 했고, 살기 위해 무엇이든 먹어야 했어. 그러다 보니 점점 도로 가까이로 나가게 되었어. 차가 빨리 지나가는 걸 보긴 했지만,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어. 그냥 길을 건너가면 내가 원하는 먹이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어느날 나는 길 건너 식당에서 늘어놓은 생선을 보고 정신없이 도로 쪽으로 다가갔어. 그러다 갑자기, 눈앞이 하얗게 번쩍이고, 내 몸이 공중으로 튕겨 나가는 걸 느꼈어. 차가 내 쪽으로 다가오는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너무 늦었어.
그렇게 난 차도 위에 쓰러졌어. 머리가 아프고, 몸은 고통으로 가득했지.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고,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으니 금세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어. 주변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외면하고 지나가기만 했어. 도로 위에서 조용히 눈을 감아야 하나 생각했어. 그 순간, 누군가가 나를 발견했어. 그 사람은 나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려 따뜻하게 안아줬고, 나를 데리고 갔어.
그렇게 난 처음으로 쉼터라는 곳에 오게 되었어. 낯설고 불안했지만, 그곳 사람들은 나를 무서운 차 소리도, 차가운 바닥도 없는 곳으로 데려가 주었어. 다정한 손길로 나를 치료해 주고, 영양식을 주며 나를 지켜주었지. 그제야 내 몸이 조금씩 나아졌어. 더 이상 길 위에서 위험하게 살아갈 필요가 없었고, 처음으로 안전하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어.
쉼터에서 나는 로드킬로 생을 마감한 친구들을 생각했어. 길 위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많은 고양이들이 위험에 처해 있었고, 그중엔 정말 운 좋게 나처럼 구조되는 친구들도 가끔 있을 테고, 그렇지 못하고 떠난 친구들도 많았으니까. 그 친구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 이제는 더 이상 도로 위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해. 나는 요즘 쉼터에서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맞이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