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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쉼터

4. 사랑

by 구르미

불법 번식장 마당에서 자란 사랑이는 뜬장에서 처참하게 죽어가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그 친구들이 왜 그렇게 살다 죽어야 하는지 몰랐대. 더위와 추위를 피하지 못했고, 주인이 주는 음식물 쓰레기 같은 밥을 먹으며 살았지만, 사랑이에게는 세상의 전부인 아빠, 개 농장 주인이 세상에서 제일 좋았대. 아빠가 오면 꼬리를 흔들며 반겼고, 자신을 예뻐해 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빠니까 마냥 좋았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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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랑이의 삶이 늘 평화롭기만 했던 건 아니었어.

친구들이 죽어가며 내는 울음소리, 새끼를 빼앗기는 어미들의 절규를 사랑이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대.

그러던 어느 날, 동물 구조대가 번식장을 급습하면서 사랑이는 주인과 헤어지게 되었고, 쉼터에 도착해서야 그곳이 지옥이었다는 알게 되었대.

사랑이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나도 모르게 마음 한켠이 묘하게 저려왔어.


사랑이와 그곳 친구들의 사연을 사랑이에게 직접 한번 들어보자.





나는 사랑이야.

내가 자라온 곳은 마당이 넓고, 친구들도 많았지만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었어. 마당 끝에 ‘뜬장으로 만들어진 '우리’가 몇 개 있었고, 그 안에서 친구들이 하나둘씩 죽어가곤 했지. 그때는 그 친구들이 왜 그렇게 살다 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어. 그저 어리둥절하게 바라볼 뿐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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