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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쉼터

미래를 상상하며...

by 구르미

나 역시 늘 더위와 추위에 그대로 노출되었고, 밥이 나오면 그게 음식물 쓰레기인 줄도 모르고 기뻐하며 먹었어. 먹고 나면 배가 아플 때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참았지. 가끔 피부가 가렵고 벗겨져도 그럭저럭 견디면서 지냈어. 내게 밥을 주는 사람이 있었거든. 우리 아빠야. 우리 아빠는 늘 피곤해 했고, 언제나 술에 취해 있었으며, 근심이 가득하고 화가 나 있었어. 나는 그런 아빠를 위로하고 싶어서 다가가 꼬리를 흔들며 반겼지. 매일 힘들어 하는 아빠를 볼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팠거든. 그러나 아빠는 내가 다가가면 귀찮다는 듯 발로 나를 차기도 하고,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기도 했어. 그래도 내게는 세상에서 제일 조중한 아빠였어. 나와 마당에서 뛰어놀던 다른 형제들도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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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곳에는 매일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어. 뜬장에 갇힌 친구들 울음소리가 밤낮으로 이어졌고, 그 소리는 나를 무섭게 했어. 가까이 가볼 엄두도 못 냈지. 친구들의 신음과 비명, 어디선가 들려오는 절규들이 뒤섞여 있던 그 소리… 나중에야 그 소리가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어가는 소리, 새끼를 빼앗기고 절규하는 어미의 울음소리라는 걸 알게 됐어. 그래도 그 모든 게 그저 우리 사는 모습이라 생각했어. 그나마 뜬장이 아닌 마당에서 지내던 나와 몇 몇 형제들은 그들의 고통을 온전히 알지 못했거든.


어느 날,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몰려와서 우리 집을 급습했어. 그들은 친구들을 하나씩 이동식 케이지에 넣고 차량에 태워갔어. 그들은 아빠에게 화를 냈고 나와 몇몇의 형제들은 그들에게 잡히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결국 모두 잡히고 말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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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잡혀 온 곳이, 아니 구조되어 온 곳이 이곳 쉼터야. 나는 여기 오고 나서야 깨달았어. 내가 살아온 곳이 지옥이었다는 걸. 더 이상 차갑거나 뜨거운 바닥도 아니었고, 배고픔도 없고, 끊임없이 들리던 울음소리도 없는 이곳에서 나는 처음으로 평안함을 느끼기 시작했어. 가끔 자다가 무언가에 놀란 듯 일어나기도 하고 작은 소리만 들려도 깜짝 깜짝 놀라긴 하지만, 이곳이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곳이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야.


난... 또 하나의 꿈이 있어. 얼른 좋은 가정이 생겨서 가족들을 마음껏 사랑해 주고 나도 사랑받으며 살고 싶어. 그래서 매일 예뻐지는 연습을 해. 호호. 예쁘게 사진을 찍고, 예쁘게 웃고, 예쁘게 앉아서 예쁜 미래를 상상하며 행복한 꿈을 꾸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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