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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미 9시간전

되물림 되는것들 중에서

놀이터에서 생긴 일 

  어느 해 놀이터에서 생긴 일이다.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놀던 여자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 앞에는 내 아이가 사탕을 손에 들고 여자아이 앞에 서 있었고 여자 애 엄마가 달려가며 우리 아이를 나무랐다.

  “친구 사탕을 뺏으면 어떡해?”

  나는 달려가 자초지종을 들어보지도 않고 내 아이를 나무라며 손을 끌고 왔다.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가 뺏기는 일은 다반사지만 뺏을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무조건 '자기 아이만 믿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겸손을 내 세우면서 말이다.


  “너 친구 사탕 왜 빼앗았어?”하고 화를 냈다.

  내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엄마 잘못했어요”라고만 했다.

  그런 아이를 울고 있는 여자아이 앞에 데려가서 사과하라고 다그쳤다.

  내 아이는 ‘미안해....’ 사과를 하고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마음이 아팠지만 우는 아이를 달래며 내 아이 손을 잡고 돌아섰다.

  “사탕은 왜 빼앗았어?” 묻자 아이가 울먹이며 대답했다.


  “바닥에 있는 걸 주워주었어.”




  순간 온몸이 얼어버렸다.

  그러면 다시 돌아가서 “우리 아이가 빼앗은 게 아니고 바닥에 흘린 걸 주워 주었대요.”라고 말을 해야 하지 않은가?

  상황 종료된 뒤 다시 변명하는 것이 구차하다고 생각한 나는 말없이 아이손을 잡고 그만 돌아서 와 버렸다.


  집으로 돌아온 그날 아이는 잠꼬대를 했다.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나는 그날 잠든 아이를 보며 한없이 울었고 ‘나는 엄마가 아니야.’, ‘나는 엄마가 아니야.’를 연신 되뇌며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그날도 나는 혹시라도 싸우게 될까 봐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살면서 한 번도 누군가와 싸워보질 못한 나는 어릴 때부터 ‘무조건 참아야 하는 법, 무조건 양보해야 하는 법, 무조건 먼저 사과해야 하는 법’을 배웠고, 겸손이 미덕이라 생각해 온 내 부모님은 내가 잘한 일도 나무랐고 잘못해도 나무랐다.

어떤 일이 닥쳐도 나를 혼냈기에 나 또한 내 부모님과 같은 방법으로 아이를 양육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여기서 내가 잘못한것은 무엇일까?


이 상황에서 나는 더 나은 방식으로 아이를 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아이의 입장을 충분히 듣지 않은 점, 아이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준 점, 자기 존중감을 지나치게 낮춘 점, 싸우지 않으려고 피했던 점등... 이것은 겸손이 아니었다. 비겁함이었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이가 "사탕을 빼앗지 않았다"고 주장했을 때, 바로 그것을 확인하기보다는, 단순히 여자아이 엄마의 말을 믿고 아이를 나무란 점이 아쉬울 수 있다. 아이의 말을 먼저 듣고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만약 처음에 아이에게 기회를 주고 이야기를 들었더라면, 더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을텐데...


아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면, 그 상황에서 너무 급하게 사과를 강요하거나 아이를 강하게 다그친 점도 반성할 부분이다. 아이는 이미 상황에서 불안해하고 있었고, 사과를 하면서도 겁에 질려 있었는데, 그런 상태에서 지나치게 압박을 가한 점은 아이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준 것이다.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깨닫고 반성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갈등을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상황을 제대로 해결하려 했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결국, 나는 아이에게 올바른 가르침과,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갈등을 회피하려는 비겁함을 보임으로써 아이에게 갈등이 생기면 회피하라는 가르침을 준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엄마로서 아이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은 분명하지만, 때로는 아이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 필요한 순간이었다.




[사진출처] https://cdn.pixabay.com/photo/2023/12/28/19/14/boy-8474750_128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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