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이별
그날 이후로 할머니의 몸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유진은 아침마다 할머니를 깨워야 했다. 이전에는 유진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밥을 차리고 집안을 정리하던 할머니였다. 하지만 이제는 늦게까지 침대에서 나오지 못했다.
“유진아, 할머니가 좀 피곤해서… 너 혼자 밥 먹어도 괜찮겠니?”
할머니는 힘없이 말했다.
유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밥을 차렸다. 식탁에서 혼자 밥을 먹는 동안, 유진의 머릿속에는 복잡한 생각이 떠올랐다.
‘할머니가 이렇게 아픈데… 나는 그동안 뭐 했지?’
유진은 최근 몇 달 동안 어머니를 찾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할머니는 늘 유진을 챙기느라 바빴지만, 유진은 어머니와 관련된 기억과 단서를 찾는 데만 몰두했다. 할머니의 상태가 나빠질 때까지 신경 쓰지 못한 자신이 미웠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엄마만 생각하고 할머니를 돌보지 않았어.’
유진은 자신을 책망하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어느 날 밤, 유진은 혼자 침대에 누워 중얼거렸다.
“할머니가 다시 건강해지기만 한다면… 다시는 엄마를 찾지 않을게. 그냥 할머니랑만 있을게.”
유진은 작은 손으로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이웃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옮겼으나 의사는 할머니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했다. 오래된 지병이 악화되어 몸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진단이었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할머니는 여전히 유진을 걱정하며 말했다.
“유진아, 걱정하지 마. 할머니는 괜찮아. 너만 잘 있으면 돼.”
“할머니… 저 혼자 할머니 없이 어떻게 살아요? 제발 아프지 말아요.”
유진은 애써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
할머니는 유진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우리 유진이는 강한 아이야. 할머니가 없어도 잘할 수 있어. 하지만 너무 외로울 땐… 네 마음속에 있는 할머니를 기억해. 할머니는 너와 늘 함께 있을 거야.”
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할머니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유진의 마음과 다르게 흘러갔다. 병원에 입원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할머니는 유진의 곁을 떠났다.
할머니가 떠나던 날, 유진은 병원 침대에서 조용히 울고 있었다. 할머니의 손은 이미 차가워졌지만, 유진은 손을 놓지 못했다.
“할머니… 이제 저 혼자 어떻게 해요? 할머니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해요?”
집으로 돌아온 유진은 할머니가 없는 집안의 적막함에 더욱 슬퍼졌다. 부엌에서는 더 이상 할머니의 요리 냄새가 나지 않았고, 거실에서도 TV를 보던 할머니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유진은 혼자서도 할머니의 빈자리를 메우려고 노력했지만 할머니가 주던 따뜻함과 안정감은 아무리 애써도 채워지지 않았다. 어머니와 할머니가 모두 없는 세상에서 유진은 자신이 완전히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 날, 유진은 책상에 앉아 어머니와 할머니의 사진을 꺼냈다. 두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보며 유진은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할머니…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왜 다 떠나시는 거예요?'
유진은 여전히 할머니와 어머니를 잃은 슬픔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할머니가 남긴 사랑과 기억이 유일한 버팀목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