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감춰진 진실

어머니

by 구르미



둘은 거실에 앉아 커피를 한잔씩 마신 뒤 사무실로 향했다.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책상 위에는 도훈이 조사한 서류와 자료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때 도훈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금방 올 테니 쉬면서 좀 기다려줘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갔다.

도훈이 떠나자 사무실은 적막 속에 잠겼다. 유진은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책상 위에 놓인 도훈의 휴대전화가 진동하며 울렸다.

유진은 놀란 얼굴로 전화기를 쳐다보았다.
"받아도 되나..." 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발신자 정보에 '경찰서'라고 뜬 것을 보고 곧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여기는 경찰서입니다. 강도훈 씨 휴대폰 아닙니까?"
"저... 김유진입니다." 심장이 뛰고 목소리가 떨렸다.

"홍선숙 씨를 체포했습니다. 지금 경찰서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듯했다. 유진의 손은 전화기를 쥔 채로 덜덜 떨렸다.
"뭐라고요? 어머니를... 체포했다고요? 이유가 뭔가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지만, 형사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와서 듣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은 뒤 유진은 몇 초간 자리에 굳어 있었다.
"엄마가... 체포됐다니..."

유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무실 문을 열었다.
"도훈 씨에게 말해야 하는데..." 하지만 그녀는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어머니에 대한 소식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은 저절로 빨라졌다.

거리의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경찰서로 향했다.
두근거리는 심장과 혼란스러운 감정이 온몸을 휘감으며 그녀의 머릿속은 어머니와 관련된 기억들로 가득 찼다.


한편,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선 도훈은 조용한 분위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유진 씨?" 몇 번 불러봤지만 대답은 없었다.

책상 위에 놓인 자신의 휴대전화가 눈에 들어왔다. 화면을 켜 본 그는 통화 기록에서 경찰서 번호를 발견했다.

"뭐야? 유진 씨가 경찰서로 간 건가?"
순간적으로 상황을 파악한 도훈은 주저하지 않고 서둘러 문을 열고 달려 나갔다.

"안돼..." 그의 표정에는 불안과 긴박함이 서려 있었다.


경찰서로 들어선 유진은 엄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엄마....?" 목소리가 겨우 나왔다.

검은색 점퍼를 뒤집어쓴 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여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허리를 구부리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유진은 여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형사에게 말했다.

"형사님... 저희 엄마가 맞나... 요? 그런데 엄마가 왜 체포된 거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떨리는 목소리로 유진은 말을 더듬었다.

여자는 고개를 돌려 유진을 아래위로 한번 훑어보더니 "아이씨, 형사님 쟤는 왜 불렀어요?"라고 말을 하며 형사를 쳐다보았다.

유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 왜 이런 모습으로 여기에 있는 거예요?"

그러나 어머니는 그녀를 외면하듯 시선을 돌렸다. 그때 갑자기 유진의 머릿속에 오래된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유진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아채던 차가운 손길이 느껴지면서 "똑바로 안 해?!" 날카로운 외침이 귀를 찢는 듯 울렸다.

그녀는 욕조에 얼굴이 눌리며 차갑고 깊은 물속에 잠겼던 기억과 물속에서 허우적대며 숨을 쉬려고 발버둥 쳤지만, 목을 조이는 듯한 무거움과 함께 끝없는 공포스러운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 순간,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손과 비틀거리며 넘어지던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그만! 제발 그만...!" 과거 속의 어린 자신이 떠오른 유진은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쥔 채 공포에 떨며 비명을 질렀다. 숨소리가 가빠졌고, 온몸이 떨렸다.

눈앞의 어머니와 과거 속의 얼굴이 왔다 갔다 하며 귀에서는 이명이 들리는 듯했다.
그 눈빛은 사랑이나 따뜻함이 아닌 차가움과 무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유진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아니야... 아니야..."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터뜨렸다.
마치 그곳에 더 머물러 있다가는 다시 과거의 고통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유진은 더 이상 어머니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녀의 발은 주저앉을 듯 무겁고, 공포와 혼란 속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내 기절하듯 쓰러지는 유진을 뛰어 들어오던 도훈이 받아 안았다.

"유진 씨에게 연락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잖아요!" 담당 형사를 향해 소리를 지르던 도훈은 유진을 안은 채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유진 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친모가 아닌 걸 몰랐어요. 충격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요."

형사는 울먹이는 도훈과 도훈에게 안겨 축 늘어진 유진을 지켜보다가 옆에 있는 후배 형사에게 말했다.
"두 분을 좀 쉬게 해 드려." 다가오는 후배 형사를 향해 도훈이 조용히 거절했다.
"괜찮습니다. 오늘은 제가 유진 씨를 데리고 돌아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김유진 씨, 괜찮으세요?" 형사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지만, 유진은 도훈에게 안긴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유진의 양쪽 눈에서 불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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