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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May 16. 2023

숨 참기.







물속으로 조금 가라앉아

허우적대다가

살짝 올라가 허겁지겁 가픈 숨 쉬어보고

몇 번이나 반복하다 보니

문득 가라앉는 게 편해지더라.

죽을 듯 가파 오던 숨이

차분하게 멈추어지고

원래 숨이 없던 것 마냥

답답함이 익숙해져

조용히 쑤욱 가슴은 눌리고 폐가 닫혔네.

그대로 

나는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고요하고 어두운 아래로

아무것도 볼 수 없게

해도 닿지 않고

수면 위 파동도 없는 아래로

차분히 

아래로 아래로

한계점이 올 때마다

비 올 때 수면에 부딪히던 빗방울 예뻤지 하며 아래로

일렁이던 해 그림자 아름다웠었지 하고 아래로

가슴이 답답한지 숨이 쉬고픈지

애써 잊으며 아래로

망각을 향해

진작 사라진 움직임

무뎌지는 감각

바닥일까?

닿지 않는 어둠이 시야와 같아 지려는 때

가느다란 물 풀 하나가 슬쩍 닿는다.

간지러워...

눈이 번쩍.

숨이 간절해

눈앞이 다급해

꼭 다물었던 입이

멍하던 머리가 

안절부절못하고

덩달아 심장까지 요동치네

야물게 쥐었던 주먹이 풀리고

사방으로 허우적대는 팔다리는 어설퍼.

정적은 소란으로

잊었던 조바심이 척추까지 찌르르할 때

허둥대는 몸짓에 놀라

고요한 아래 애처롭게 한번 보다가

다시 화들짝 놀란다.

눌러 담은 숨 한번 뱉어주고

옴짝거리는 입은 입술 말아 꾹 다물고

팔다리는 끝까지 힘주고 뻗어

매섭지 못해도 눈도 위를 향해

다시 하늘로

아니 수면으로

처음마냥 어설픈 몸짓이라도...

위로

위로

더뎌도 위로

수면 위 첫 한숨이 절박해

다시

위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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