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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브리나 Feb 16. 2023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아니


나도 보통사람들처럼 '연을 쫒는 아이'를 통해서 할레드 호세아니를 알게 되었고

어딘가 모르게 우리네 정서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불행하고 안타까운 여자들의 이야기였다.

아름다운 존재이며,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지만 그렇게 살지 못했던 여자들의 이야기.


물론 나는 이슬람교가 아니고 이슬람의 문화나 사상이나 생활을 잘 모른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건, 이슬람 나라들을 여행할 때 보았던 그들의 복장이나, 먹는 음식의 일부, 그리고 여자들에게 닫혀있는 그들 사회의 문.

하나 더 보태자면 IS 정도?


파친코를 다 읽고 나니 오래전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의 고달픈 생활상이 어딘가 닮아있다고 생각해서..

여자라서 겪을 수 있는 생활의 괴로움과 전쟁과 억압을 견뎌야 하는 여자. 아니 가장으로서의 모습들이 파친코의 글과 닮아있었다.


거기에 할레드 호세아니 의 서정적인 글 솜씨가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를 가진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주어서 내 가슴을 묵직하게 해 준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헉하고 놀라기도 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하고, 마지막 장을 다 읽고 나서는 한숨이 깊이 쉬어지면서 답답하면서도 뭉클한 감정이 남았다.


힘들고 답답할 때, 답을 찾지 못할 때 나는 책을 편다.

정답을 찾고 싶어서 일지도 모르고, 그저 소설 속에 그들을 따라 뭔가를 결론 내고 싶어서, 때로는 그저 그 답답한 심정을 소설 속의 그들과 나누고 싶어서.




(전자책 사이즈를 표기합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 때 마리암은 알게 되었다. 마리암을 고통스럽게 한 건 나나가 그 말을 한 방식이었다. 나나는 그걸 말하기보다는 마리함을 향해 내뱉었다. 그때 그녀는 나나가 무슨 의미로 그랬으며 하라미는 아무도 원치 않는 존재라는 걸 이해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 가족, 가정, 애정 등 다른 사람들이 갖는 것들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가질 자격이 없는 불법적인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12p


“내 딸아 , 이제 이걸 알아야 한다. 잘 기억해 둬라. 북쪽을 가리키는 나침반 바늘처럼, 남자는 언제나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단다. 언제나 말이다. 그걸 명심해라, 마리암.”-18p


잘릴 은 매주 목요일, 세상의 일부를 오두막으로 가지고 왔다. -45p


“엄마는 무서워서 그래요. 엄마가 갖지 못했던 행복을 내가 갖게 될까 봐 무서운 거겠지요. 엄마는 내가 행복하거나 잘살기를 바라지 않아요. 엄마는 야비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55p


그 말이 추울 때 입에서 나오는 입김처럼 하디자의 입에서 나오는 게 거의 보이는 것 같았다. -92p


마리암에게 정말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어디를 보나 밝은 색깔밖에 없었다. 우중충한 갈색 아파트도 그랬고, 앞이 트인 함석지붕의 가게들도 그랬고, 하수도에서 흐르는 흙탕물도 그랬다. 무지개가 그녀의 눈 속으로 스며든 것 같았다. -156p


아이를 생각하자 가슴이 부풀었다. 살아오면서 잃어버렸던 모든 것들, 그녀가 느꼈던 슬픔과 외로움과 비참한 느낌이 씻겨 내려갈 때까지,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161p


마리암은 두려울 때는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그녀는 그의 변덕, 격한 성격, 사소한 일에서조차 대결구도로 몰고 가는 성격을 두려워하며 살았다. -177p


시간은 타리크가 있고 없음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들었다. -190p


오래전에 일어났던 일을 불러내어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한번 소생시키는 일이 점점 더 힘들어졌다. -333p


아지자는 전에 단층에 대해 얘기하며, 지구의 아래쪽에서는 강력한 충돌이 있지만 우리가 표면에서 느끼는 건 약간의 흔들림일 뿐이라고 말했었다. 아지자도 그랬다. -587p


아름다운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리암은 대부분의 삶이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스무 걸음을 걸으면서 조금 더 살았으면 싶었다. -668p


그는 그것이 전적으로 다른 어떤 것이 됐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가장자리가 더 무뎌진 어떤 것 말이다. 민담처럼. 존경해야 하고 신비로운 그 무엇처럼. -680p


그러다가 시간이 되면, 뿌리가 뽑힌 잡초처럼 시간은 기억의 정원에서 마리암을 데려갈 것이다. -7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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