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이지 뭐....
생경하다
나는 “생경”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생소하다 와 비슷하게 쓰이는 단어인데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생소하다고 하기보다는 생경하다고 하기를 더 선호한다.
발음할 때 그 느낌이 좋다
혀의 움직임과 적당한 소리가 착 감기는
느낌이랄까?
또 글을 쓸 때 좀 더 있어? 보여서 좋다.
뜻도 맘에 든다
익숙하지가 않아 어색하다
라는 완벽한 뜻이라니
글을 쓸 때도 생경한 문장이 많은 것도 나랑 딱 맞아!!
사람들도 다 그렇다고 하겠지만
나는 어찌 된 건지
늘 생경하고 생소한 삶을 산다.
“적당히 학교 다니다가 회사에 취직하고 나이가 들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기르고 부모의 삶으로 사는 일”
이게 내 주변의 익숙한 삶의 모습인데
나는 일단 해외살이를 하는 사람이라
익숙한 인생 이야기를 벗어났고,
회사는 몇 번 다녀봤을 뿐이고
혼자이며
자식도 없다.
생활하는 환경도
하는 일도
삶의 모습도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조금 생경한 인생이다.
원래 내가 원하지 않아서도 있지만
낯설지 않게 살아가려고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 인가 보다
이제는 그냥 받아들이는 단계다.
부러움 도 받아보고 시샘도 받아봤고
멋있게 산다는 동경도 받아보았고
동정과 걱정도 충분히 받아봤고
욕 도 먹어봤고
또
잊혀 봤다.
지금도 잊히고 있는 사람에 속한다.
늘 나는 친구가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힘든 일을 겪고 숨어버렸을 때
연락이 뜸해지고
더 이상 습관처럼 전화를 걸어 시시껄렁한 이야기로 수다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아 지면서
서운하고 밉고
내가 지한테 어떻게 했는데…
라는 억울한 감정들까지 떠오를 때
동시에 떠오르는 얼굴들이 생각보다 다양한 걸 보면
어쩌면 난 친구가 많았던 사람인가 보다.
그렇지만
이제 난 그들에게 조금 생경한 사람이 되어있다.
나이가 들면 고독과 외로움을 만나게 되는데
그것들과 친구가 되면
다음 인생을 살 때 좀 더 잘 견딜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근데 참 웃긴 게
아무리 만나고 또 겪어도
그것들은 도무지 친숙해지지 않는 감정들이었어..
맹랑하게 그것들이 나에게 영감을 주고
다른 스텝으로 날 발전시키지 않을까?
했던 나의 경솔함이 요즘 들어 어처구니가 없었구나 싶다.
사람마다 뭐 이런저런 시련의 언덕쯤은
늘 만나고 이겨내는 게 인생길이라고 하지만,
가끔
난 뭐 이러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난 그런 종류의 사람이다.
빨래를 널고 나오면 귀신같이 비가 오고
버스를 타면 버스가 막히고
택시를 타면 사고가 나고
여행을 가면 태풍이 오고
한 번씩 맑은 날씨에 행복해하면 숙소에 문제가 생기는..
어쩌다가 한 번씩이 아닌
매번 이런 이벤트가 가득한 삶을 사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억지로
인생사가 소설 같다며 나를 꾸며보는 사람,
타이밍이 문제인가 싶어서
남들이 모두 가는 방향으로 머리를 틀면
이번엔 또 나한테만 불이익이 생긴다.
늘상 이러니
'아니 어떻게 니 인생은 굴곡이 심하냐, 뭐 이런 일이 다 있냐'
이게
모든 이벤트를 겪는 나에게 주변에서 덧붙여지는 감탄사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어느새
난 주변 사람들에게 늘 응원을 받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특별하게 살고 싶었는데
내 바람이 하늘에 전달이 잘 못 되었는지
난 특이하게 살고 있다.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잠을 깨고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는 행위가 생경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 입술을 벌려
생경하다라고 말했다.
또 시작이라는 소리.
익숙하지 않은 노력들을 퍼붓고
늘 그렇듯 불이익은 감수해야 하고
또 비웃듯이 시작부터 틀어지는
상황들을 겪어야 하겠고
아무리 잘해도 나에게 보다는
내 뒤를 따르는 사람에게
덕이 가고
난 고맙다는 소리는 퍼지게 받겠지만
또 쓸쓸하게 등 돌려야 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는 거 하나는
난 나에게 오는 시련들이 이젠 더 이상 생경하지는 않다는 것.
나라는 사람은
이제
생경하다는 단어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