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귀여운 것은 입에 넣고 싶다
친구들의 딸은 죄다 아빠를 닮았다.
예상은 했지만 제니도 아빠를 닮았다.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명제를 한번 더 증명한 셈이다.
내심 잠재된 나의 열성 유전자가 제 몫을 해주기를 바랐지만 이변은 없었다.
지금 제니의 모습은 아버지가 나를 안고 찍은 어릴 적 사진의 나를 그대로 담았다.
이 정도 싱크로율이면 손녀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떠난 아버지의 아쉬움도 덜할 거 같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곳곳에 엄마의 유전자와 타협한 흔적이 보이고
(혹시 본인이 나중에 수술?을 원한다면...) 견적 비싼 부위는 피했다는 것이다.
제니는 아빠의 얼굴만 닮은 게 아니다.
태어날 때부터 유독 눈에 띈 왕 엄지발가락도 아빠로부터 건너갔다.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친자확인은 말 그대로 드라마에서나 존재할 뿐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란 걸 제니를 보며 깨닫는다.
유전자 따위는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그래서일까?
유독 이 발에 마음이 끌린다.
옥수수 알알이 박힌 것 같은 아이의 발은 그 어느 부위보다 보드랍고 매끈하다.
왜 그런지 사뭇 진지하게 생각해봤는데
다른 부위는 나름 제 기능을 수행하며 실사용을 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를 떼지 못한 아이의 발은 온전한 새 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두 발을 딛기 전까지 이 발은 신체 중 유일한 미사용 부위로 남을 것이며
그래서 다른 부위보다 더 보드라운 살결을 유지하는 게 아닐까.
포대기를 하고 제니를 안으면 두 발이 시계추처럼 빼꼼 나오는데
그럼 난 두 손으로 두 발을 살포시 감싸 엄지로 발꿈치를 문지르기 시작한다.
한 번쯤은 간지러움을 태우려 발바닥을 쓱 긁어주기도 한다.
그럼 제니는 조건반사로 토실한 허벅지를 이용해 제 발을 빼려 안달이다.
악랄한 아빠는 이 장난을 시도 때도 없이 즐기며 육아의 낙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 발은 유일하게 허락된 뽀뽀 허가구역이기도 하다.
충치가 생긴다는 이유로 2년 간 입뽀뽀 금지령이 내려진 아빠의 뽀욕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부위인 것이다.
딱 한입 사이즈인 이 발에 뽀뽀를 할 때면 한 입에 다 넣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아무리 앙증맞기로서니 이것도 발이구나 싶을 때가 있는데
하루정도 목욕을 안 시키면 치즈 냄새 비슷한 발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그럼 또 그 작은 발이 이런 냄새를 만들어내는 게 신기해서 물고 빨게 된다.
오늘도 제니의 발을 주무르며 속삭인다.
“아빠가 제니 발 먹어버릴 거야~”
이상하게 작고 귀여운 것은 입에 넣고 싶다.
문득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가 아이들을 살찌워 먹으려 했던 게
어쩌면 너무 귀여워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 하는 괜한 동정이 생기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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